동양인 최초 대법관 한동일 신부 9일 KAIST서 특강

"여러분은 공부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한동일 신부의 질문에 강당을 가득 채운 250여명의 KAIST 학생들이 일순간 숙연해졌다. 한 신부는 KAIST 학생들이 국내 최고의 학생들이기에 인내심을 갖고 오래 공부 할 수는 있어도 전문가라고 즉각적인 답변을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9일 '2018 봄학기 KAIST 석사 리더십 강좌'의 일환으로 KAIST를 찾은 한 신부는 개인이 학문하는 자세를 돌아보면서 학문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일 신부는 라틴어, 로마법 등과 관련해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베스트셀러 '라틴어수업'을 펴낸 저자이며, 동양인 최초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이다.

그는 현재 국제법, 노무 문제를 다루는 등 법학, 인문학, 종교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날 특강에서 한동일 신부는 "나 자신도 40세까지 학생 신분이었다"면서 "시험을 앞두면 긴장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곤 했다"고 밝혔다.

한 신부는 "학문은 기본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면서 "인간은 누구에게나 남들보다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이 있으며 자신의 누추한 마음을 채우려는 의지, 존재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레바논의 레 체드레 수도원을 찾아가기 위해 전쟁 위협, 악천후 등을 무릅쓰고 다녀오기도 했다. 이 수도원은 역사적으로 유럽의 법률·종교·교육·문화의 원천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 신부는 "학생들이 지금까지 답을 맞추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지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과학·공학도로서 학생들이 법학, 인문, 철학 등의 논리 흐름은 최소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종합 학문적인 탐구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공부를 시작했던 이유가 삶이 괴로워서였고,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했다"면서 "내 마음의 결(缺)을 보는 것이 존재이며, '존재의 보잘것 없음'에서 그치지 않고 진정한 학문적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양인 최초 바티칸 대법관인 한동일 신부가 KAIST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동양인 최초 바티칸 대법관인 한동일 신부가 KAIST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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