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빠졌던 이공계생···'인공태양' 연구 주역으로

[과학 청년, 부탁해 ⑩]김현석 국가핵융합연구소 박사···플라즈마 평형·수송 연구 박차
각 시기별 좋은 멘토 만나···"연구도 연극처럼 함께 해야 성과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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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기자 - 2018.03.07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편집자의 편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스타트랙' 시리즈.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 속에 선장을 뒷받침하는 일등 항해사 등 구성원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커크 선장이 지휘 겸 총괄 책임을 맡고, 일등 항해사는 우주선을 목적지로 이끄는 실질적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일등 항해사는 선장을 보좌하며 항해 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다.

젊은 과학자 시리즈 10번째 주인공은 김현석 국가핵융합연구소 고성능시나리오연구팀 연구원. 그는 연구소에 입사한지 3년차 새내기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일등 항해사와 같은 역할을 하며 없어서는 안될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인공태양'으로 알려진 핵융합장치 'KSTAR'를 활용해 플라즈마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맡고 있다. 플라즈마 상용화의 핵심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벌레이면서 대중과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X-STEM', '네티즌 초청행사', '마이리틀 NFRI TV', '앰버서더 퓨전드림 2기' 등 다양한 대중활동에도 적극 임하며 핵융합에너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핵융합 개론으로 시작된 인연···각 시기마다 좋은 스승 만나는 행운

김현석 핵융합연 박사.<사진=강민구 기자>김현석 핵융합연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김현석 연구원의 핵융합 관심은 학부 시기 수강한 핵융합 개론 수업에서 시작된다. 당시 이 과목은 인기가 많지 않은 과목이라 4명만 수강신청을 했다. 어느때는 3명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어 그는 홍상희 교수의 수업을 홀로 듣는 행운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누군가 핵융합을 어떻게 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하지만 김 연구원에게 핵융합 연구가 마냥 쉬웠던 것은 아니다. 고교와 대학 재학 시기 연극 활동을 했던 탓(?)에 대학원 입학도 3수 끝에 어렵게 붙었다. 수업도 어려웠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여러번이었다.

그는 "핵융합이라는 분야가 어렵고 수학도 어려웠다. 홍 교수님이 다독여 주셔서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할 수 있었다"면서 "교수님이 좋으니 과목도 분야도 더 좋아 보였다"고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사 과정에서도 좋은 스승을 만나는 행운이 지속됐다. 나용수 교수는 그보다 8살 많은 선배였는데 당시 교수로 임용되며 김 연구원이 그의 첫 제자가 됐다.

김 연구원은 "지지고 볶고 싸우고 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만큼 교수님이 열린 분이었다. 이야기도 많이 들어줬다. 무례한 행동, 아집 등을 다독이면서 이끌어줬다. 그분이 없었으면 6년의 기간을 못 버텼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았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핵융합연 박사들과의 인연도 큰 힘이 됐다. 선배들이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수를 전해주며 그의 연구 의지를 키웠다. 윤시우 박사, 전영무 박사 등의 도움도 컸다.

김 연구원은 "주변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오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인연을 유지하고 배울점들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구 특성상 각 대학들과 의사소통 등이 활발했는데 핵융합연 박사들은 연구소 외적으로 대학들과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공동연구, 후배 양성 등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계마다 좋은 스승, 선배를 만난 그는 젊은 과학을 '배움'이라고 적었다.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그는 한층 더 집중해서 배우고 연구하며 핵융합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라즈마 수송·평형 시나리오 기획···각 조건에 따라 성능 달라져

최근 정부에서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면서 미래 에너지에도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바닷물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연료가 거의 무한하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발전소 폭발 등의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플라즈마를 초고온 상태에서 제어하고 유지시켜야 한다.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네 번째 상태로 알려진 플라즈마를 1억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로 유지하면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가 생성된다.

이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 핵융합 장치다. 현재 상용로에 가장 근접한 장치인 'KSTAR'는 고온의 플라즈마를 강력한 자기장안에 가둬 놓고 가벼운 원자들의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이 장치 안에서 수행되는 플라즈마 연구는 크게 수송(transport), 평형(equilibrium), 안정성(stability) 3가지로 구분된다.

김 연구원은 이중에서 플라즈마 수송과 평형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플라즈마 성능은 형상, 가열 방법 등 다양한 운전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플라즈마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분석 연구하면서 최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연구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플라즈마 수송은 자기장안에서 플라즈마가 제어되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즈마는 강력한 자기장안에서 초고온의 상태를 유지한다. 토카막 장치 안에 있는 플라즈마를 가열하고 가스주입, 형상 제어 등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 이를 최적화하기 위한 시나리오 연구 등이 수행된다.

핵융합장치가 작동하면 장치 내부에서 플라즈마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플라즈마 속도도 340km/per sec이상으로 매우 빠르다.

그는 "이를 통제·제어하기 위해서는 10-3초(Millisecond)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눈으로 볼 수없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실험하는 시나리오 연구와 시뮬레이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라즈마 평형 연구도 그의 몫이다. 이는 플라즈마를 토카막 장치안에 가둬두기 위해 만든 자기장과 관련된 연구다. 플라즈마 형상을 어떠한 모양으로 만드는가에 따라 해석이나 제어가 달라질 수 있다. KSTAR 안에서 도넛 모양의 단면을 어떻게 형상화하고 변경하는가에 따라 플라즈마 안정성, 성능 등에 변화가 발생한다.

가령 플라즈마 형상 뿐만 아니라 플라즈마 가열 방식에서도 중성입자빔, 공명가열 등을 통해 가열 시간, 장치별, 입사 위치 등에 따라 플라즈마의 성능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형상, 가열, 가스, 밀도, 온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김 연구원은 "플라즈마의 모양을 해석하고 시나리오를 보정해서 고성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이러한 연구를 통해 KSTAR 장치의 핵융합 플라즈마 에너지 효율 등이 높아질 수 있다. 어떤 모양이 적합한지 시나리오 만들고 시뮬레이션으로 적용. 도넛 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운전해야 할지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홍보 활동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김 연구원은 홍보 활동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인공태양에 대한 강연 모습.<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인공태양에 대한 강연 모습.<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연극활동하며 소통 경험···"연구활동도 혼자 못해"

김 연구원은 바쁜 연구 활동 중에도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구는 혼자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소통 DNA는 학창시절 연극부 경험에서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때 연극반으로 활동하며 학내 연말행사에서 스크루지 영감 배역을 맡았다. 당시 목소리, 행동 등이 배역과 동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연극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해야 하죠. 동료, 관객들의 반응을 계속 살피면서 소통 기술도 늘었어요. 연구활동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고요."

대학교 입학 후 김 연구원은 다시 연극에 도전했다. 이전과 달리 완벽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학부생활 4년동안 연극부에서 다양한 연극 공연을 수행하며 관객들과 만났다. 학부 내내 연극에 빠지면서 대학원을 3수 끝에 들어가는 딱지를 달았지만 마지막 연극을 통해 당시 관객이었던 아내도 만나는 인생의 행운도 있었다.

"연극은 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에요. 실제 평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하면 안되죠. 종합 예술이다 보니 조명, 무대장치 등도 함께 이뤄져야 했습니다. 매번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연습하면서 최선을 다하는데 연구활동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

핵융합 연구는 아직 연구단계에 있다. 상용화는 현 세대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상용로도 없다. 핵융합 장치를 상용화하는데에는 기계, 재료, 핵융합, 플라즈마,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 발전이 필요하다. 가령 고온의 플라즈마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재료 등의 발전이 요구된다.

핵융합연구는 이론으로는 정립되었는데 공학적으로 구현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더 많은 플라즈마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핵융합에너지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해 좀 더 안전하고 효율 높은 에너지로의 활용성이 높다"면서 "다만 실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를 잘 유지하고 제어하는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시대를 이끄는 천재적인 연구자는 아니지만 핵융합 연구가 실현 가능하도록 선구자들을 뒷받침하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핵융합 상용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연극 무대에서 작품을 완성하듯 서로 협력하며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현석 핵융합연 연구원은
서울대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마쳤다. 연극에 집중하며 대학원 진학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연극 경험이 소통과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핵융합연에서 플라즈마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핵융합 상용화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사진=강민구 기자>김 연구원은 핵융합 상용화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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