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 ⑧]오태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 졸업하고 'MIT 연구원'까지초등 2학년까지 한글 몰라···고단한 정비소 생활에 '심적 상처' 받아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편집자의 편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던 화제의 오태현 KAIST 졸업생.<사진=KAIST 제공>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던 화제의 오태현 KAIST 졸업생.<사진=KAIST 제공>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육체 노동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만큼 제가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죠. 주어진 환경에 대해 원망과 불평을 멈추고 그 환경을 정복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잡초정신 공부법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죠."

고등학교 자퇴 이후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해왔던 오태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 졸업생의 이야기다.

IMF 외환위기 시기 오태현 박사는 중학생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 사회의 현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는 홀어머니의 부담을 덜고자 빠른 취업이 보장되는 전산계통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수십만원이 훌쩍 넘는 교복 비용과 예상치 못했던 금전적 부담에 부닥쳤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 품을 떠나 타지에서 시작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런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원망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작용해 입학 이후 1년여 만에 자퇴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자퇴 이후 어디든 취직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최종학력이 중졸인 그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은 없었다. '학교에서 사고를 일으킨 자퇴생'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가 꼬리표처럼 붙었다.

결국 지인들의 도움으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자동차 정비소다. 정비소에서 돈을 모아 정비 관련 전문학교에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반복되는 노동에 육체적 상처만 깊어갔다.

심적 상처도 컸다. 앳된 얼굴에 기름 묻은 정비복을 입고 일하는 그를 보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훈계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심지어 자녀와 함께 온 손님은 그를 가리키며 "너도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저렇게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육체적·마음적 상처가 쌓이면서 독하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라며 "주어진 환경에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 정비소 공구 내려놓고 '검정고시' 합격···하지만 다시 찾아온 고비

"정비소를 그만두고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2004년 4월에 검정고시를 통과했죠. 하지만 그해 수능을 봤는데 500점 만점에 200점을 받았습니다. 대학에 떨어지고 또다시 우울감에 빠졌죠. 혼자서는 취업도 공부도 아무것도 못 한다는 좌절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는 자동차 정비소를 그만두고 공부에 몰두해 가까스로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대학 진학의 큰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수준의 수능점수를 받았기 때문.

다시 찾아온 고비에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내가 남 탓을 하고 불평하는 것 외에 무엇을 했나?' '스스로 극복해 보려고 최선을 다한 적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하겠다는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이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다시 1년을 공부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인 광운대학교에 진학했다. 등록금은 군 장학생 제도를 통해 충당했다.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가질 계획으로 입학했지만, 연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졸업 평점은 4.5점 만점에 4.43점.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왼쪽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연구소 펠로우십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이듬해 개최된 포럼에 연사자로 초대됐을 때의 모습. 오른쪽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지부에서 중국 인턴들과 찍은 사진.<사진=오태현 졸업생 제공>
왼쪽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연구소 펠로우십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이듬해 개최된 포럼에 연사자로 초대됐을 때의 모습. 오른쪽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지부에서 중국 인턴들과 찍은 사진.<사진=오태현 졸업생 제공>
"학부에서 배우지 못했던 부분을 세부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KAIST는 어린 시절 드라마를 보며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던 학교입니다. 고등학교 자퇴생이었을 때 소속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열등감이었죠. KAIST에서 소속감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는 학부 졸업 이후 2010년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신호·영상·음성 등의 분야를 연구하는 전기및전자공학과를 선택하고 '하고 싶은 연구'에 집중하게 됐다.

 

오태현 졸업생은 2004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2010년 광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12년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지난해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사진=오태현 졸업생 제공>
오태현 졸업생은 2004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2010년 광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12년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지난해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사진=오태현 졸업생 제공>
전공분야는 컴퓨터비전과 머신러닝. 카메라·스캐너 등의 시각 매체를 통해 입력한 영상을 컴퓨터가 인지하고 분석하는 연구다.

무인자동차나 로봇에 눈의 기능을 탑재하고 컴퓨터가 영상 속에서 보행자를 감지하거나 신호등·표지판 등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7년 동안의 잡초정신 공부법으로 석·박사 과정 동안 교내 연구실적 평가 최우수상,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 금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201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 지역의 우수한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장학생인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연구소 펠로우십'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발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KAIST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연구에 대한 애착은 멈추지 않았다. 각종 국내외 대학에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신청했다. 지원서만 100여 건 가까이 된다.

현재는 MIT(매사추세스공과대학) CSAIL(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위촉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연구와 IT 산업의 경험을 두루 쌓고 싶다는 그의 최종 목표는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다. 그는 "돌아보면 제 인생에는 멘토나 조언자가 많지 않았다"라며 "부단히 발전하고 성장한 후에 누군가의 인생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MIT 박사후연구원 과정이 끝나면 미국의 IT 기업에서 세계 수준의 로봇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며 "충분한 경력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의 연구문화 환경을 글로벌 문화로 바꾸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KAIST는 오태현 졸업생을 비롯해 지난해 8월과 올해 졸업생 2736명을 배출했다. KAIST는 오는 23일 오후 2시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2018년 KAIST 학위수여식'을 갖는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644명, 석사 1352명, 학사 740명 등이 학위를 받는다.

이로써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2375명을 포함해 석사 3만1528명, 학사 1만7222명 등 총 6만1125명의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됐다.
 

 

왼쪽은 컴퓨터비전 세계 최고 학회 중 하나인 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uter Vision(ICCV)에서 2017년에 논문 발표와 함께 데모를 하는 모습. 오른쪽은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에서 기계학습 인공지능 부분 포스터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오태현 졸업생 제공>
왼쪽은 컴퓨터비전 세계 최고 학회 중 하나인 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uter Vision(ICCV)에서 2017년에 논문 발표와 함께 데모를 하는 모습. 오른쪽은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에서 기계학습 인공지능 부분 포스터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오태현 졸업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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