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 ⑨] 백서인 STEPI 동북아 협력 담당 박사
"칭화대 학생들 공부 열정 무서울 정도로 집중, 중국 저력 기반"
"당장 성과보다 사명감 바탕으로 의미 있는 연구 집중할 것"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편집자의 편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소년은 사업을 하는 부모를 따라 중국행에 오른다. 물론 중국어는 전혀 못했다. 중국 중학교에서 받은 첫 성적표는 하위권.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평소대로(?) 상위권을 꿰찼다. 고등학교에서는 상위권 성적은 물론 세계적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를 고교에서 유일하게 입학하는 기록을 남긴다.

칭화대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이 미국, 유럽의 대학원으로 떠났다. 그는 고민 끝에 기술경영 공부를 위해 관련 대학원이 있는 한국행을 선택한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동북아 협력팀에 합류했다. 그가 맡은 분야는 중국이 포함된 동북아 과기 협력이다.

과학기술분야 한-중 협력의 주역으로 주목되는 백서인 STEPI 박사. 30대 초반인 백 박사는 능통한 중국어와 정밀기계(칭화대), 기술경영(KAIST) 전공을 핵심 역량으로 과학기술분야 한-중 협력을 이끄는 귀재로 촉망받고 있다.

젊은 과학을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형 경쟁)'이라고 정의할만큼 나가야 할 방향도 분명하다. 그가 과학기술정책을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한중 협력 계획은 무엇일까.

백서인 STEPI 박사는 한중 과기협력 전문가로 촉망된다. 그는 한중 과기 관계와 젊은 과학을 '코피티션(협력적 경쟁)'이라고 적었다.<사진=길애경 기자>
백서인 STEPI 박사는 한중 과기협력 전문가로 촉망된다. 그는 한중 과기 관계와 젊은 과학을 '코피티션(협력적 경쟁)'이라고 적었다.<사진=길애경 기자>
◆ 칭화대 학생들, 앞자리 앉기 위해 새벽부터 줄서고 공부 열기 치열

"다니던 고교에서 칭화대에 유일하게 갔어요. 한국인은 중국 수능시험을 볼 수 없어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는데 워낙 뛰어난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 긴장됐어요. 그래서 첫날 수업시작이 오전 8시인데 7시까지 갔어요. 앞자리 앉으려고요. 그런데 빈자리가 맨뒤 세자리 뿐인거에요.(웃음) 너무 놀랐죠." 

백 박사는 칭화대 학생들의 학습 열정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고 고백했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의 국교가 정상화된다. 한국전쟁 이후 굳게 닫혔던 양국간 문이 열리고 무역과 사회, 문화적 교류도 활발해진다. 한국인들의 중국 진출도 가속도가 붙었다.

그의 가족도 사업차 중국을 선택한 부친을 따라 90년대 후반 중국에서 삶을 시작한다. 중국어 학습은 당연히 안된 상태. 말이 안통하니 학교에 친구도 없었다. 사춘기에 접어들었지만 투정 부릴 여유도 없이 6개월간 죽지않을 만큼(?) 열심히 중국어 공부에 매달렸다

백 박사는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수업 내용을 알아들으면서 성적도 올라갔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상위권에 들어갔고 고교에서는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대학진학은 정말 치열하다. 중국의 연간 수험생은 천만명으로 칭화대는 유학생을 포함해 매년 5000명정도(자국 3000명)만 선발하기 때문에 정말 똑똑한 학생들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와 논의한 끝에 칭화대 정밀기계과를 선택했다. 정밀기계과 신입생은 한반에 40명씩 4개반 160명. 모범생이었던 그는 대학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강 후 첫날 남들보다 일찍(?) 강의실을 찾았다. 맨 앞에 앉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와 같은 생각으로 강의실에 일찍 온 학생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치열했어요. 수업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서는게 다반사였어요. 미팅요? 한국에서 생각하는 대학의 낭만은 신입생때도 없었어요. 특히 공대는 유명세로 똑똑한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공부하고 운동하는게 전부였어요. 졸업 무렵 맥주 파티 한게 처음이었으니까요."

백 박사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칭화대 학생들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밤 11시면 학교 전체가 소등하는데 모두들 개인 전등을 켜놓고 2시간 정도 더 공부하는게 기본이었다"면서 "수업 수준도 무척 높아 언어 장벽이 없었는데도 처음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이어"친구간 교류도 학습과 운동으로 맺은 네트워크 중심이다.  지금은 졸업하고 중국에서 이미 활약하는 친구들도 있고 외국으로 유학간 친구들도 있는데 SNS를 통해 연락하거나 서로 사는 곳을 방문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술 경영 공부위해 미국 명문대 대신 KAIST 선택···"한중 과기협력 역할"

백 박사는 한중 과기 협력을 위해 대학시기 동기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또 현장 중심의 과기정책을 위해 소통도 중시한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칭화대 동기와 상하반기 모임, 중국 큐브샛 연구자와 미팅, 백 박사 연구실은 중국관련 서적이 다수다, 중국과 20년간 교류하고 있는 기업인과 만남. <사진=백서인 박사>
백 박사는 한중 과기 협력을 위해 대학시기 동기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또 현장 중심의 과기정책을 위해 소통도 중시한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칭화대 동기와 상하반기 모임, 중국 큐브샛 연구자와 미팅, 백 박사 연구실은 중국관련 서적이 다수다, 중국과 20년간 교류하고 있는 기업인과 만남. <사진=백서인 박사>
"학부 3학년 무렵부터 진로를 고민했어요. 동기들이 대부분 가는 미국 명문대로 유학을 갈까 생각했는데 어느날 한국 TV 프로그램에 안철수 전 KAIST 교수가 나오는 거에요. 그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KAIST 기술경영대학원으로 결정했어요.  앞으로 기업간 국가간 기술 경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요."

백 박사는 KAIST 기술경영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자신이 꼭 필요한 자리이면서 잘 할수 있는 곳으로 STEPI를 염두에 뒀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STEPI의 한국과 중국간 과기협력을 맡게 됐다.

그는 "대학에서 정밀기계를 대학원에서 기술경영을 전공하면서 이를 접목할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STEPI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도 같은 생각으로 추천을 했다"면서 현재 기관에 오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백 박사가 STEPI에서 맡은 분야는 한국과 중국 간의 과학기술 협력. 그는 우선 다년도 과제로 중국의 우주와 인공위성 기술 발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과기혁신을 위해 국가정책 뿐 아니라 양국의 기업 역할에도 주목한다.

그는 "중국의 우주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관련해 중국의 과학기술 체제와 혁신성장 방식, 결정권 등을 연구 중이다. 예전보다 오픈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폐쇄성이 강하다. 그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중국이 과거처럼 한국을 배울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 박사는 "대통령 방중전 중국에 방문해 과학기술 협력 분야를 논의했는데 사실 협력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우리가 가진 기술력이 없었다"면서 "우주와 인공지능, 자율차는 중국이 이미 미국의 수준에 올랐고 다른 분야도 유럽과 독일에서 배우려는 추세다. 우리가 요청해도 응해주지 않는게 현재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다만 바이오 분야와 인터넷, 생산기계에서 우리가 조금 앞서 있는데 이런 강점을 통해 연계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면서 "글로벌한 컨텐츠를 우리가 갖는다면 그들이 협력을 요청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연구현장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진행 할 것" 덧붙였다. 

백 박사는 연구 분야를  14편의 논문으로 작성, 모두 유명 학술지에 게재하며 그간의 활동을 인정 받았다. 또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받는 등 동북아 협력의 귀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지난해 '2017 대한민국 인재상' 청년일반인부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 성과 때문에 연구 NO, 봉사와 사명감 통해 의미있는 연구 집중 할 것"

백 박사는 성과때문에 하는 연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지난 후 후회하기 때문이다. 대신 봉사와 사명감으로 꼭 필요한 연구를 하겠다고 강조한다.<사진=길애경 기자>
백 박사는 성과때문에 하는 연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지난 후 후회하기 때문이다. 대신 봉사와 사명감으로 꼭 필요한 연구를 하겠다고 강조한다.<사진=길애경 기자>
백 박사는 스스로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진로 결정을 할 때마다 조언을 해주는 부모와 선배, 자신의 특성을 인정하며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지인 등. 그는 이렇게 받은 에너지를 모아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특히 과학기술 발전에 봉사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지키려는 원칙이 있다. 당장의 성과와 보여주기식 연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장 보상이 줄더라도 의미있게 도전해 볼 만한 가치있는 연구에 주력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특히 현장 중심의 과기정책으로 정책과 실행 간의 간극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석박사 공부를 하면서부터 느낀점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연구하면 안된다는 것이죠. 그럼 이러저리 방향없이 갈 수 있거든요. 특히 과기정책은 고민과 열정으로 방향성을 잘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현장을 자주 찾으며 봉사하는 마음과 사명감으로 연구자, 지원자 간 소통에 방점을 두려고 합니다."

◆백서인 STEPI 박사는
동북아 과기 협력, 그중에서도 한중 협력 전문가로 촉망된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칭화대에서 정밀기계를, 이후 KAIST 기술경영대학원 석박사를 마치고 현재 STEPI에서 동북아 협력 분야를 맡아 한중 과기 협력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백 박사는 젊은 과학을 '코피티션(coopetion)'이라고 적었다. 앞으로는 협력형 경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란다.<사진=길애경 기자>
백 박사는 젊은 과학을 '코피티션(coopetion)'이라고 적었다. 앞으로는 협력형 경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란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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