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⑥]박지우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
태양계 경계 관련 분석 연구 수행···"NASA IMAP 연구 도전"

지난 8일 늦은 밤 대전시민천문대 세미나실. 30대 후반의 연구자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NASA 박물관연합체(NASA Museum Alliance)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우 박사. 고국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과학꿈나무를 위한 강연을 요청하는 대전시민천문대 측의 연락에 기꺼이 시간을 냈다.

태양권과 태양권의 범위에 대한 열강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박 박사가 일일히 답변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박 박사는 태양권(Heliosphere) 연구자다. 그는 미국에서 물리학과 석·박사학위를 마치고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서 IBEX(우주간경계탐사선, Interstellar Boundary Explorer) 미션 연구 등을 중점 수행 중이다.  그는 박사 과정부터 태양권과 태양계 밖 우주 경계 영역 간 상호 작용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는 NASA에서 가장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연구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에는 물론 그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아내와 딸이 든든한 지원군이자 버팀목이다.

태양권과 이에 대한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는 박지우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고지연 디자이너>
태양권과 이에 대한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는 박지우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고지연 디자이너>
◆태양계 경계 영역 파헤쳐···IBEX 미션 연구 수행

박지우 박사의 연구는 태양계의 경계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지구가 우주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우주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호기심이 기반이다.

태양계의 경계를 결정하는데 태양빛이나 중력은 적합하지 않다.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약해지거나 흐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풍이 주로 활용된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플라즈마 입자의 흐름을 의미한다. 태양의 가장 바깥 층에서 방출되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 그런데 이 태양풍은 일정 공간에 오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공간인 말단충격파면(Termination shock) 영역에 돌입한다. 

이 영역에서 태양풍은 사방으로 분산된다. 그리고 태양계 외부 우주 공간과의 경계지대인 헬리오스시스(Heliosheath)와 태양풍 영향이 없어지는 헬리오포즈(Heliopause)를 형성한다.

태양풍은 말단충격파면(Termination shock)에 직면해 또 다른 곡면으로 분산된다.<사진=NASA 제공>
태양풍은 말단충격파면(Termination shock)에 직면해 또 다른 곡면으로 분산된다.<사진=NASA 제공>
헬리오포즈와 성간물질 사이에서는 원자핵과 이온간 전하교환(Charge Exchange)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구성성분과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면 태양권 경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태양권면은 높은 에너지의 우주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만약 태양권면이 없다면, 지금보다 4배나 더 많은 우주선이 태양계 내부로 유입될 수 있다. 이 우주선들은 지구의 오존층이나 인류의 DNA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가 중요하다.

NASA는 지난 1977년 태양계 무인 탐사선인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를 각각 발사했다. 이들 위성은 본 미션인 목성과 토성 탐사를 완수했다. 이후 보이저 1호는 성간공간에 진입했다. 보이저  1호와 2호 모두 자기장, 우주선(Cosmic ray), 저에너지하전입자(Low-energy charged particle), 플라즈마파(Plasma Wave)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 2009년 NASA는 IBEX 미션으로 소형탐사위성을 발사했다. 이를 통해 태양계 경계면 연구를 본격화했다. 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태양계 경계면에 대한 지도를 작성한다. 허블우주망원경과 같은 천체망원경들이 빛을 모으는 것과 달리 위성에 탑재된 2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입자 측정과 영상 제작 등이 이뤄진다. 

박지우 박사는 이 위성에서 나온 자료들을 직접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헬리오포즈 근방에서 전하교환으로 생성되는 이차적 성간 헬륨과 산소 입자제의 존재 규명과 이들의 분포에 대한 실증적 측정 등이 그의 대표적인 성과다.

IBEX 관련 연구는 앞으로가 더 유망하다. 미국에서도 연구자 인력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NASA는 태양권 경계 영역을 관찰하기 위해 이 분야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후속 미션인 IMAP 미션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이 미션을 통해 더 많은 태양권의 비밀이 알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권 경계와 성간물질 사이에서 전하교환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 경계 등을 분석할 수 있다.<사진=박지우 박사 제공>
태양권 경계와 성간물질 사이에서 전하교환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 경계 등을 분석할 수 있다.<사진=박지우 박사 제공>
◆우주소년단 활동하며 꿈 키워···물리학 지식 큰 도움 

박 박사의 유년 시절은 음악과 관련이 많았다. 플룻 연주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3형제 모두 첼로,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악기를 하나씩 다뤘다. 그는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시야를 넓혔다. 그러다가 바이올린을 그만두고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돌렸다.

새롭게 그의 관심을 끈 것은 우주소년단 활동이다. 그 시기부터 천문·우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박사는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우주소년단 활동을 수행했다. 캠프, 관측 활동 등을 통해 별자리나 우주에 대해 경험하면서 연구자를 꿈꾸게 됐다. 

그는 별자리 책을 보면서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또 천체망원경을 구입해서 별을 관측하고 월식도 보러가곤 했다. 

'93 대전엑스포' 당시 한국 대표 학생 중 한명으로도 참가했다. 러시아, 미국 등 우주인의 대담에 참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 일본의 우주센터를 탐방해서 각종 시뮬레이션과 체험활동도 수행했다.

바이올린은 취미로 지금도 가끔 연주한다. 그는 "당시에는 바이올린을 억지로 배워서 포기했지만 아직도 가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면서 "과학과 예술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이 연구를 하는데 좋은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위 논문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박지우 박사.<사진=박지우 박사 제공>
학위 논문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박지우 박사.<사진=박지우 박사 제공>
그가 학창시절 자신 있었던 과목은 수학, 물리 등이었다.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 그의 성격과 부합했다. 국어, 영어 등은 상대적으로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수학은 자신이 노력하는 것 만큼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 푸는 것을 즐겼다.

대학교에서는 천문학의 기반이 되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학교 특성상 고체물리학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후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해외 대학원 유학을 준비했으나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또 다른 관심사였던 음향물리 분야로 국내 대학원에 진학했다. 워크숍에 가서 연구를 발표하던 중 자신이 꿈꿔왔던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곧 지도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천문학 관련 대학원 유학을 준비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조교로 수업을 지도하며 석사과정을 수행했다. 언어 장벽을 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주말은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할애했다. 그의 노력은 의사소통과 연구에 대한 향상이라는 결실로 다가왔다.  

박사과정은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당시 대학원 간 연계 프로그램으로 박사과정에 진학한 그는 연구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마침 IBEX 박사과정 공고를 보고 찾아간 교수를 만나 이 분야 연구를 결심했다.

당시 지도교수가 헤럴드 쿠차렉(Herald Kucharek)이다. 그는 박 박사가 꼽은 주요 멘토 중 하나다. 교수가 연구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주고 인내하면서 기다려준 것이 연구를 충분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박 박사도 스승을 종종 찾아가서 질문을 던지곤 했다. 석사과정을 하면서 많이 헤매기도 했지만 연구, 교육적 부분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대전시민천문대에서 강연을 마치고 촬영한 단체사진.<사진=강민구 기자>
대전시민천문대에서 강연을 마치고 촬영한 단체사진.<사진=강민구 기자>
◆자료 신뢰성 확보 중요···"IBEX 후속 연구 참여도 목표"

박 박사는 미국에서 유학하며 학교에서 표절 방지 세미나를 종종 들었다. 이 때 사례로 항상 언급된 것이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이다. 그는 이를 부끄러워 하면서 자료 분석 등을 신중히 하는 습관을 가졌다.   

"인공위성 자료를 직접 다루다보니 사실 이를 조작하거나 실수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죠. 같은 일도 여러번 반복하고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NASA에서 그는 포스닥 펠로우(Postdoctoral Fellow) 신분이다. 안정적인 신분은 아니다. 앞으로 1~2년 안에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도 존재한다. 또한, 외국인이다보니 영어를 구사해도 소통에 일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국내 여건도 좋지는 않다. 신진연구자로서 국내 기관의 높은 요구 조건이 걸림돌 중 하나다. 논문의 질적 수준 보다 양적 수준을 요구하다 보니 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 

박지우 박사의 목표는 이러한 상황을 딛고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을 만족하는 연구와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

이를 위해 ENA 카메라 등을 통한 이미징 분석 연구를 통해 태양계 경계 등에 대한 과학적 신비를 풀고, 지구 자기권이 초래할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NASA IBEX 미션의 후속 연구인 IMAP(Interstellar MApping Probe) 미션에도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ASA가 국제연구팀의 참여를 바라는 만큼 한국 연구자들과의 공동 연구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학꿈나무들을 위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모형 로켓을 구하기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열풍선을 만들어서 스마트폰에 센서를 부착해 먼지 밀도 측정 등 간단한 실험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영상 등을 찾아보며 직접 실험을 해보면 분명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과학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사진=강민구 기자>
"젊은 과학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사진=강민구 기자>
◆박지우 박사는?

서울 태생으로 중앙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이동해 센트럴미시건대 물리학과 석사, 뉴햄프셔대 물리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서 Postdoctoral Program Fellow로서 태양권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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