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념식 정부 훈·포장 대통령·국무총리 표창도 없어
원자력계 원로 "과학정책 에너지 정책은 정치 배제하고 긴 안목으로 가야"

12월 27일은 원자력의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로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을 기념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정부는 과기부처와 산업부처가 공동으로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행사를 주관한다.

행사는 양 부처의 장관과 차관, 원자력계 연구소, 기업, 기관, 관료 등 관계자가 참석한다. 한해동안 원자력 진흥과 안전에 기여한 인물, 기관에게 정부 훈장과 포장,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하며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는 자리다.

그런데 올해 행사는 예년에 비해 축소돼 열릴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부처 장관도 참석하지 않는다. 정부 훈·포장도,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도 없다. 장관과 기관장 표창만 있을 뿐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된 원자력계 종사자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모양새다.

물론 2013년 원전 부품 비리 문제로 원자력계 자체적으로 행사를 열지 않았던 때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의 눈치를 보며 행사를 축소한 사례는 없다. 정부의 '원자력 홀대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1400MW급 원전(APR-1400) 4기를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원전 설계, 구매, 준공에 이은 운영지원, 연료공급까지 포함돼 계약 금액만 40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원전 프로젝트로 원전 운영 30년만에 거둔 성과였다(종전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 수주액 63억 달러보다 6배 높음).

UAE 원전사업 수주는 당시 소나타 약 100만대, A380 초대형 비행기 약 60대 및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80척의 수출효과는 물론 한국 원자력기술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는 발판이 됐다.

UAE 수출 이후 우리나라는 원자력 기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2010년 요르단에 한국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수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스마트원자로 기술 수출 계약까지 이어졌다. 

한국형 원전은 국내·외적 불편한 관계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가 원자력분야 연구개발을 한결같이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연구자들도 미국 등 낯설고 외로움 속에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투철한 의지로 밤낮으로 배우고 익히며 한국형 원자로, 핵연료 기술 자립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원전 기술 강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나라 원전 정책은 180도 달라졌다. 원자력 진흥에서 탈원전 기조로 바뀌며 '원자력계 홀대론'이 가시화 됐다. 

건설 중이던 원전까지 중단을 선언하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다. 처음에는 원전 건설 반대 입장이던 국민들이 학습과 정확한 정보를 접하며 찬성으로 바뀌었다. 중단됐던 원전 건설이 재기됐지만 손실 비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의 근시안적 정책에 해외 여러 국가에서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원자력계 원로는 "기술 자립이 있기까지 많은 과학자, 관료, 기업인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지 못할 망정 정치적 관점으로 에너지 정책, 과학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결국 국가를 망치는 일"이라고 질타하며 "과학과 에너지 정책은 정치를 배제하고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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