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간다⑭] 고 에너지 밀도 전구간 플렉시블 리튬 폴리머 배터리 선보인 스타트업 '리베트스'
독보적 기술로 웨어러블 기기 대중화 '리딩' 자신 김주성 대표 "웨어러블 시장 일론 머스크役"

고 에너지 밀도 전구간 플렉시블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개발한 ㈜리베스트의 김주성 대표. 자체 생산라인으로 월간 1만5000개까지 생산 가능하다. <사진=윤병철 기자>
고 에너지 밀도 전구간 플렉시블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개발한 ㈜리베스트의 김주성 대표. 자체 생산라인으로 월간 1만5000개까지 생산 가능하다. <사진=윤병철 기자>
 
"2년 후 현재 최고사양 스마트폰의 성능을 갖는 스마트워치가 등장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워치로 이동하는 거죠. 웨어러블의 본격시대가 열립니다. 필연적으로 충분한 용량의 플렉시블 배터리가 필수재가 됩니다."
 
가죽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는 전 구간 플렉시블 리튬 폴리머 배터리로 창업한 일론 킴, 김주성 리베스트(LiBEST) 대표는 첫 인사부터 사이보그와 전기차 등 미래 상상을 풀어놨다. 김 대표는 영문이름이 '일론 킴'으로 일론 머스크의 팬이다. 일론 머스크의 회사 테슬라의 비전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이동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로 알려졌다. 김 대표도 리베스트의 비전을 "웨어러블 시대로 이동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전부터 플렉시블 배터리 발전 단계마다 이름이 보도된 주목할 젊은 공학도였다. 아주대 학부생부터 KAIST EEWS(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 석·박사과정까지 배터리 연구개발에만 9년을 몰두했다. 그 성과로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배터리 관련 논문이 제1저자로 9개, 공저자로 6개나 된다. KAIST 창의도전상과 한국공학한림원 차세대공학리더상 수상 등 연구자의 길로 가려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험난한 기업가의 길을 택했다.
 
플렉시블 배터리가 어떤 전망과 경쟁력이 있기에 창업에 나선 걸까? 김 대표는 "2015년 기준 전 세계에 약 1억 개 웨어러블 기기가 팔렸는데, 여전히 딱딱한 배터리가 쓰인다"며 "그나마 출시된 플렉시블 배터리들은 용량과 출력이 낮아 스마트워치조차 켤 수도 없고, 우리 것만큼 전 구간에서 휘어지지 못한다"고 답했다.
 
시계줄 속에 들어간 얇고 유연한 배터리, 스마트워치 전원 'ON'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삽입 가능한 리베스트의 플렉시블 배터리 '리플렉스' <사진=윤병철 기자>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삽입 가능한 리베스트의 플렉시블 배터리 '리플렉스' <사진=윤병철 기자>
김 대표는 품에서 플렉시블 배터리, 리플렉스(LiFlex)를 꺼냈다. 배터리는 마치 은박지에 싸인 껌처럼 생겼는데, 올록볼록한 요철이 있어 동그랗게 굽힐 수 있었다. 리플렉스가 삽입된 시곗줄도 꺼냈다. 보기에 두께가 원래 시계줄보다 3mm 정도 두꺼웠다. 김 대표는 차던 스마트워치를 풀어 배터리가 삽입된 시계줄로 갈아 끼고 전극을 연결했다. 전원버튼을 누르니 워치 화면에 불이 들어오며 작동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이번에 개발한 리플렉스는 완전히 접히고, 잘라도 발화하지 않는만큼 충분히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자유롭게 굽혀지고 고에너지 밀도에, 안전한 것이 리베스트의 경쟁력이다. 과학적 이론은 이미 김 대표가 박사과정 학생일 때 완성했다. 기술의 핵심은 플렉시블 환경에 알맞는 배터리 구조와 전극, 전해액 등의 새로운 균형을 정립한 것이다. 기술 특허만 해도 벌써 17개 출원에, 향후 100개 특허 출원을 목표로 한다. 또한 경쟁기술 특허에도 꼼꼼히 대비했다.
 
KAIST 문지캠퍼스 내 창업보육센터에 마련된 리베스트는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 하도록 '전극-조립-화성' 공정으로 이어지는 설비와 운용인력을 갖췄고, 월간 1만5000개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공정을 최적화했다.
 
설비를 들여온 초기, 이론과 다른 대량생산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험 많은 책임 연구원들이 달려들어 해결해냈다. 또한, 한·중·일·유럽 등에서 저렴하고 우수한 효율의 배터리 소재 수급처를 확보했다. 만일 더 좋은 소재가 나타난다면 바로 교체할 수 있는 공정 유연성도 갖췄다.
 
케이블형, 초박형 등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플렉시블 배터리를 파일럿 규모로 만들수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 3곳과 중견기업 1곳, 그리고 리베스트까지 총 5곳이다. 그마저도 대기업 배터리 제조사는 전기자동차용에 주력한다.
 
구글과 리바이스는 청자켓에 스마트 장치를 삽입한 의류를 출시했다. 스포츠 브랜드들도 신상품에 스마트기기 응용 상품을 포진했다. 삼성의 다음 스마트폰은 플랙시블 시리즈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플렉시블 배터리라는 전원의 기반부품이 웨어러블 시대를 가속화시켜 다양한 종류의 웨어러블 기기가 폭발적으로 생겨날 것"으로 관측하며 "인류의 발전을 불러올 큰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다양한 세대와 경험자들이 리베스트 경쟁력··· 잇따른 해외시장 러브콜 "수요 곧 폭발할 것"
 
전극 슬러리 믹싱 공정 <사진=윤병철 기자>
전극 슬러리 믹싱 공정 <사진=윤병철 기자>
리튬이온배터리(LiB)·에너지(Energy)·과학(Science)·기술(Technology)·최고(BEST)란 의미를 조합해 'LiBEST'로 사명을 지은 만큼, 김 대표의 회사는 딥-테크 기업이다. 그러나 우수한 기술도 시장의 요구에 어긋날 수 있고, 직원을 이끌어 돈을 벌어야 하는 경영은 기술개발과 또 다른 영역이다.

연구 개발만 해온 서른 초반 청년에게 제조업 경영이 어렵지 않을까 염려했다. 투자 미팅을 다니느라 종일 밥도 굶었다는 그였다.
 
그는 "우리 회사 구성원은 2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 베테랑 선배님까지 다양하다"며 "기술 개발 초기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을 때, 기업과제로 협업하면서 알게 된 선배님께서 저의 열정과 기술을 알아보시고, 함께 해보자고 오셨다"고 팀 구성 과정을 설명했다.
 
경험 많은 단 한명의 엔지니어가 창업팀에 합류하자 다른 엔지니어들도 기업 경쟁력에 관심을 갖고 합류하면서, 벌써 10명의 임직원이 꾸려지게 됐다. 김 대표는 리베스트를 "창의와 도전, 그리고 경험과 열정이 어우러진 세대가 융합된 딥-테크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 학생 창업하고 올해 KAIST 기술을 이전받아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초기에는 본인이 증자한 1억 원의 자본금이 금세 바닥나고, 임직원의 월급도 잠시 줄일 때가 있었다.
 
다행히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양한 곳에서 지원과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임종태·이하 대전혁신센터) '6개월챌린지플랫폼' 지원사업에 선정돼 시제품 제작과 특허출원, 마케팅 등을 지원받았고, 벤처캐피탈로부터 3억 원의 투자 유치를 했다. 또한, 구매조건부 정부 과제도 선정돼 제품 상용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고 에너지 밀도에 전 구간 유연한 리튬 폴리머 플렉시블 배터리는 기존에 없던 생소한 부품이기에 현재는 시장이 작아 보이지만, 분명 큰 수요가 전망된다. 현재 리베스트는 국내외 여러 기업의 요청을 받아 비즈니스를 협의 중에 있다. 12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1월에는 중국, 2월에는 유럽 고객 등과 연이은 미팅이 예정됐다.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한다면,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 제품을 즐겨 쓰는 사람들이 생기고, 덕분에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와 기술의 우수성을 믿고 함께한 동료들과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전시회에서 리베스트 주역들 <사진=리베스트 제공>
전시회에서 리베스트 주역들 <사진=리베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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