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서울대 공동 연구, 그래핀 주요 특성인 디락 입자 '포스포린'서 발생
"고성능 반도체 소재 개발 한걸음 더 다가서"···'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

만들어진 포스포린의 디락 입자. 왼쪽은 천연 상태의 포스포린 원자 모형(회색). 천연 상태 포스포린에서 전자 밴드갭(보라색 도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오른쪽은 포스포린 표면에 칼륨 원자(노란색)가 도핑된 원자 모형. 표면 도핑된 포스포린에 발생하는 한 쌍의 디락 입자(빨간색·파란색)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만들어진 포스포린의 디락 입자. 왼쪽은 천연 상태의 포스포린 원자 모형(회색). 천연 상태 포스포린에서 전자 밴드갭(보라색 도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오른쪽은 포스포린 표면에 칼륨 원자(노란색)가 도핑된 원자 모형. 표면 도핑된 포스포린에 발생하는 한 쌍의 디락 입자(빨간색·파란색)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국내 연구진이 천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2차원 반도체의 중요한 물성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양범정 서울대 교수, 최형준 연세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그래핀의 주요 특성인 '디락 입자'를 인위적으로 유도해냈다고 3일 밝혔다. 

2차원 반도체는 원자 한 겹 두께의 평면 구조를 갖는 신물질이다. 탄소(C) 원자로 이뤄진 '그래핀'과 인(P) 인자로 된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수준 '포스포린'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2차원 반도체이자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디락 입자(빛처럼 유효질량이 0인 상태로 움직이는 상대론적인 입자)를 갖고 있어 전하 이동이 매우 빠르지만, 밴드갭이 없어 외부 전기 신호를 이용한 전류 흐름 제어가 쉽지 않아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밴드갭은 반도체 물질의 고유 물리량으로 0에 가까우면 전류가 너무 쉽게 흘러 도체가 되고 아주 크면 절연체가 된다. 

반면 또 다른 2차원 반도체인 '포스포린'의 경우 밴드갭이 존재해 전류 흐름 제어는 비교적 쉽지만, 전하가 디락 입자와 같은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아 그래핀과 같은 전하 이동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지난 2015년 포스포린 표면에 칼륨원자를 흡착시켜 밴드갭을 제어하는 기술을 발견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밴드갭 제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포스포린에 디락 입자를 인공적으로 발생시켰다. 

디락 입자는 그래핀의 핵심 특성이자 독특한 물성의 근원이지만, 천연상태에서 디락 입자를 갖고 있지 않은 물질에 인공적으로 디락 입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인식돼 왔다. 

이번 연구는 포스포린의 물성 한계를 극복해 디락 입자를 인위적으로 유도해낸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포스포린의 밴드갭 제어 범위를 확장해 밴드갭 값이 음수에 이르렀고, 이 때 디락 입자가 형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스포린의 디락 입자는 그래핀과 달리 특수한 결정 대칭성으로 보호되어 안정한 입자를 이룬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근수 교수는 "더욱 완벽한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알려진 물질의 한계를 극복하는 물성 제어 기술도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반도체 소자의 작동 원리인 전하량 조절을 밴드갭 제어로 대체하는 새로운 개념의 고성능 반도체 소자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집단연구), 포스코청암재단, 기초과학연구원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지난 11월 29일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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