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로봇 공존 세상, 이미 시작됐다"
일본 로봇산업 거대규모·경쟁력에 긴장···"한국만의 대응·협력방안 도출해야"

미쓰비스전기의 e-팩토리. 로봇들이 알아서 제조공정에 투입된다. 사람은 모니터링 화면으로 로봇공정 감시만!<사진=김요셉 기자>
미쓰비스전기의 e-팩토리. 로봇들이 알아서 제조공정에 투입된다. 사람은 모니터링 화면으로 로봇공정 감시만!<사진=김요셉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로봇기업 화낙의 자동차 로봇 제조 공정 시스템, 미쓰비시전기의 무인 스마트 공장 로봇 시스템 e-팩토리,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야스카와전기의 인간과 로봇 협동로봇, 교토의 대표적 전자회사 오므론의 무인 물류 로봇시스템...

세계 최대 로봇박람회인 국제로봇전(IREX) 2017은 미래 로봇 산업이 어떻게 뻗어나갈지 미리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다.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그렇듯 이번 22회 로봇전에도 최첨단 산업로봇 요소기술들이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산업용 로봇부터 서비스 로봇, 로봇 시물레이션 및 비젼시스템, 재해재난 로봇 등 지난 1974년 1회 대회부터 40년간 산업 현장의 일상을 바꾼 혁신 로봇들이 국제로봇전을 통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일 4일간의 일정으로 성황리에 끝난 일본 로봇전에서는 스마트 공장,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가상현실, 협동로봇 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들이 로봇에 적용돼 새로운 로봇제품군이 총집결했다. 

특히 가와사키중공업‧ABB‧다이헨‧유니버셜로봇 등 글로벌 로봇 기업들은 최신 기술력을 강조하며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렸고, 인지도가 낮은 스타트업 로봇기업들은 이번 로봇전을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덕분에 더 편리하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진화하는 로봇 기업들의 치열한 발전상이 그대로 엿보였다. 
 

가와사키의 양팔 로봇은 PCB 판에 다양한 구성품을 장착한다.

◆ '협동로봇'의 대향연‧‧‧사람 돕고, 산업경쟁력 높인다

올해 로봇전의 화두는 단연 '협동로봇'이었다. 거의 모든 로봇 전문기업들이 협동로봇을 새롭게 선보였다. 올해 로봇전의 주제 '사람에게 친근한 로봇'과 연관된다. 협동로봇은 공장에서 작업자와 나란히 위치해 작업하도록 설계돼 생산성을 높이고 대규모 주문 생산을 가능케 한다. 

스위스 대표 로봇기업 ABB는 로봇전에서 세계 최초 협업용 양팔 산업로봇 'YuMi' 로봇의 업그레이드 제품군을 처음 발표했다. 새로운 협동로봇은 리드 스루(Lead-through) 프로그래밍 기능이 적용돼 작업자가 별도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YuMi는 기본적으로 작은 부품 조립을 위해 설계됐지만, 루빅스 큐브를 풀고 스시를 만든다거나 선물 포장을 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도 있다. ABB는 YuMi를 내년 공식적으로 시판할 예정이다. 

산업용 로봇의 대표 선두주자로 꼽히는 유니버셜로봇은 지난 2008년부터 협동로봇 개발에 중점을 둬왔다. 유니버셜로봇이 전시장에 선보인 로봇 중 가장 무거운 로봇의 무게는 28.9kg에 불과하다. 로봇이 작고 가벼워 현장 어느 곳에나 설치가 용이하다. 현재까지 전세계 산업 현장 곳곳에 1만8500대의 로봇이 배치됐다.

야스카와전기는 협동로봇 'MOTOMAN' 시리즈를 선보였다. 사람이 양 손으로 조작하면 직감적으로 로봇이 자동 인식해 물품을 운송한다. 사람이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대신 로봇과 협력하면서 편하게 물품운송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12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와사키중공업 역시 ‘duAro‘라는 최신 협동로봇을 공개했다. 컴팩트한 본체에 설치가 간단하며, 두 팔을 협조해 움직이면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든 로봇이다. 

ABB와 가와사키중공업이 합작해 전시한 '농부를 돕는 로봇'도 인기를 끌었다. 토마토를 비닐팩에 넣고 포장하는 로봇 앞에 앉은 농부는 거의 감시만 한다. 비닐팩이 구겨져 토마토가 들어가지 못하면 농부가 살짝 비닐을 터치해 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로봇 포장공정이 이뤄진다. 

야스카와의 협동로봇 '모토맨'. 사람의 작업을 편하게 한다. 생산성 향상은 덤.<사진=김요셉 기자>
야스카와의 협동로봇 '모토맨'. 사람의 작업을 편하게 한다. 생산성 향상은 덤.<사진=김요셉 기자>
사람의 분신 역할을 하는 로봇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중 도요타의 'T-HR3'가 돋보였다. 이 로봇은 사람이 움직이는대로 움직인다. 미세한 관절 움직임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T-HR3는 의료시설과 건설현장, 재해 지역이나 우주 공간 등 위험한 공간에서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다. 마스터 기동 시스템에 장착돼 있는 플렉시블 조인트 컨트롤 센서를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잘 터지기 쉬운 풍선을 잡고 이동시킬 수 있다. 

제이텍(JTEKT)와 머슬(MUSCLE), 엑소아틀레트아시아(EXOATLET ASIA) 등 로봇 스타트업들은 사람 몸에 로봇을 장착해 신체 기능을 증강시키는 로봇을 선보였다. 제이텍과 머슬의 로봇수트를 착용하면 무거운 짐을 허리에 부담이 없이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엑소아틀레트아시아는 걷지 못하는 사람이 지팡이를 들고 걸을 수 있도록 시연해 큰 관심을 받았다. 

◆ 日 로봇산업 저변에 소름‧‧‧한국이 나아갈 길?

도요타의 T-HR3. 사람처럼 그대로 움직인다. 위험환경에 '투입'.<사진=김요셉 기자>
도요타의 T-HR3. 사람처럼 그대로 움직인다. 위험환경에 '투입'.<사진=김요셉 기자>
로봇 R&D 전문가들은 이번 로봇전에 대해 알파고 쇼크처럼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기술적 혁신은 볼 수 없었지만, 일본 로봇산업의 거대한 규모와 요소기술의 잠재가치에 혀를 내둘렀다. 일부는 소름끼칠 정도라는 소감을 밝히며 앞으로 한국의 긴요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국방 전문가들은 미쓰비스중공업, 가와사키전기 등과 같은 로보기술에 강한 군수업체들이 전시체제 전환시 어떻게 로봇기술이 국방 분야로 쓰이게 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봇 연구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의 산업용·서비스 로봇들이 공장에서 협업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가정 생활에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일본에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결국 일본 로봇산업 저변에 깔린 규모의 경제와 요소 원천기술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한국만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프로세스 혁신과 핵심주체들의 전략적 협력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차영수 KIST 로봇연구단 연구원은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일본의 큰 그림은 따라가고 있지만 요소원천기술은 따라가지 못한다"라며 "결국 로봇산업이 활성화될 때 그 수확은 누구의 것이 될 것인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로봇산업이 뜨면 탄탄한 요소기술을 가진 일본과 독일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봉태 ETRI 미래전략연구소장은 "이번 로봇전은 사람을 중심으로 로봇이 공존을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초연결 기반의 차세대 지능로봇 기술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없었지만, 정밀 기계 제어 기반의 풍부한 생활 적용 로봇 응용 기술의 수준과 저변 확대를 실감했다. 우리나라만의 로봇산업에 대한 전략과 산·학·연 주체들의 협력적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농부와 협동하는 로봇. 누이좋고 매부좋고.<사진=김요셉 기자>
농부와 협동하는 로봇. 누이좋고 매부좋고.<사진=김요셉 기자>
※ 'IREX 2017'에 전시된 로봇들을 더 많이 보시려면 화보기사 링크를 클릭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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