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귀한 연구현장에 IPP(장기현장실습)참여 대학생 연구 돕고 공부도
연구원 "준비된 학생 와서 큰 도움"··· 학생 "학업 진로 정했다"

생명연에서 IPP실습생 (좌)류승미·(우)정회인 학생(한남대) <사진=윤병철 기자>
생명연에서 IPP실습생 (좌)류승미·(우)정회인 학생(한남대) <사진=윤병철 기자>
정부출연연구소 가운데 유독 '손이 귀한' 곳이 있다. 그렇다고 자율적으로 정규 인원을 확충할 수 있는 여지도 아직 요원하다. 단순하지만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실력과 의지도 충만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 모시기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귀한 손들이 연구소에 들어왔다. 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라는 '장기현장실습' 대학생이다. IPP는 학생이 한 학기동안 원하는 일터에 가서 자신의 진로를 미리 경험하는 업무연계형 현장 실습으로, 학점도 나오고 한달 136만원이 넘는 실습비도 지원된다.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직무를 경험하고, 학점도 취득하고, 학비도 버는' 유익한 교육과정인 동시에, 학생들을 받는 일터에서는 '산학연 협력의 시너지와 미래 인재도 얻는' 고용노동부 지원 산학연 연계사업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해외생물소재센터(센터장 최상호·이하 센터)에도 두명의 실습생이 4개월간 머물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한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과 전공인 류승미(4학년)와 정회인(4학년) 학생이다.
 
학생들, 연구현장 기초 작업 도우며 충분한 진로 탐색 "더 공부 할래요!"
 
해외생물소재센터는 학술가치가 뛰어나고 바이오산업의 필수 원자재인 해외 생물자원을 들여와 보존 관리하고, 국내 산학연 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학술 자원화하는 생물자원의 국가적 보고다.
 
센터에는 현재 국제공동연구가 진행중인 해외 34개국에서 들여온 유용생물자원 3만종과 국내 4천500종의 생물자원이 보관돼 있다. 현지 국가에 몇 년씩 머물러있는 해외특파 연구원들이 직접 오지와 정글을 누비며 채집한 생물자원들을 수시로 보내준다. 열대우림국가 토속 주술사에게서 구한 약초정보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생물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이렇게라도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 바이오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 게다가 '나고야의정서' 등 국제협약도 강화돼, 생물자원을 들여오기가 까다롭고 비싸다. 그만큼 들여오는 생물자원이 귀하고, 정성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자원은 증거표본과 분쇄물, 추출물 형태로 들어오는데, 일일이 사람이 확인하며 제대로 들어왔는지, 어떤 소재인지 확인해 표준화하고 관리한다. 이런 곳에서 IPP사업 참여 학생들이 센터의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에 일손을 보태고 있었다.
 

17일 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학생들은 해외로부터 들어온 표본에 관계된 식물 정보를 찾는 중이었다. <사진=윤병철 기자>
17일 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학생들은 해외로부터 들어온 표본에 관계된 식물 정보를 찾는 중이었다. <사진=윤병철 기자>
 
정회인과 류승미 두 학생은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센터에 들어온다. 흰 가운으로 옷을 갈아 입고, 센터에서 배운 연구방법으로 실험중인 샘플들이 이상 없는지를 확인하며 하루 실습을 시작한다.
 
해외서 소재가 오면 정보를 확인하고 보유 표본과 대조 확인한다. 확인한 표본은 이미지를 스캔해 보관한다. 일부 소재는 분쇄하고 일정 양씩 나눠 추출물 제조와 생리활성검사를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내 천연물연구팀에 보낼 준비를 돕는다.
 
오후에는 연구원들과 함께 채집물 보관실에서 해외소재 가공과 관리 실습을 한다. 틈나는 대로 'ABS(생물자원 접근과 이익공유 국제협약)' 관련 동향자료와 기사를 읽고 배우는 시간도 갖는다. 때때로 학회와 세미나에 참석해 견문을 넓히기도 했다.
 
이렇듯 바쁜 일상이 어느덧 4개월 차에 접어들어 실습학기 종료를 눈 앞에 두게 됐다. 두 학생은 아쉬워 했지만, 목적한 바를 충분히 얻었다고 돌아봤다.
 
정회인 학생은 "여길 오지 않았다면 진로에 대해 계속 막연했을 것"이라며 "연구현장 실습이 진로 결정에 큰 도움 됐다. 전공대로 대학원 가서 공부를 더 하겠다"고 밝혔다.
 
류승미 학생도 "그렇게 큰 기대감 없이 들어왔지만, 여기서 연구에 대한 재미를 뒤늦게 발견했다"고 대학원의 꿈을 꺼냈다.
 
현장 연구자들 "학생들에게도 값진 경험과 기회 됐을 것··· 학부 연구생 제안"
 
실습 프로그램을 마치고 떠날 학생들을 바라보는 센터 연구원들은 모두 아쉬움을 표했다.

최상호 박사는 "이곳 일이 반복적이면서도 세심하고, 동시에 전공 지식과 실험 능력도 필요한데, 학생들이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고 말했다.
 
백진협 박사는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받아봤는데, 이번 학생들은 대학원 진학하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이어 "IPP는 한 학기라 긴 편이다. 어느 대학 프로그램은 한 두 달 하다간다"며 "실습 프로그램이라면 익히고 파악할 시간은 있어야 해, 적어도 한 학기 이상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일부 요식성 대학실습을 지적했다.
 
김수용 박사는 "개인 실력일 수도 있고 학교가 교육을 잘 시킨 것을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DNA 추출이나 염기서열 확인 등 실험에 익숙해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에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도 전공 돌입하는 3학년부터 이런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면,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실습영역의 확대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못 다한 말'을 부탁하자, 김 박사는 "영하 5도로 냉방이 유지되는 '추출물 은행'에 자주 들리느라 패딩 점퍼를 입은 학생들을 '펭귄'이라고는 애칭으로 불렀다"며 "미안했지만, 귀여웠다"고 고백해 학생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류승미 학생은 "11일 날 실험기구를 파손했는데 혼날까봐 조마조마 하다가 박사님이 갑자기 불러내 사고를 이해해 주시면서 과자가 잔뜩 채워진 바구니 선물을 주실 때, 울 뻔했다"고 수줍은 고마움을 꺼냈다.
 
한편, IPP참여 130여명의 한남대 학생들은 이곳 외에도 다른 연구소와 '바이오니아' 등 80여개 지역 강소기업에 머물며 현장을 미리 체험하고 있다.

해외생물소재센터 (좌)백진협 박사·(우)김수용 박사가 실습이 끝나가는 학생들의 장래에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해외생물소재센터 (좌)백진협 박사·(우)김수용 박사가 실습이 끝나가는 학생들의 장래에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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