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컴퓨터 비전 스타트업 '트라이큐빅스', 중국 글로벌 가전업체와 파트너십
중국서 입증한 실력으로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 해결 '야망'

컴퓨터 비전 전문 스타트업 '트라이큐빅스' 김종민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컴퓨터 비전 전문 스타트업 '트라이큐빅스' 김종민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세상은 넓고 데이터는 많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내수 독점시장에 안주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중년의 베테랑이 스타트업을 일으켰다. 아이템은 데이터 기반이다. 지난 10월 중국의 글로벌 가전그룹(이하 H사)과 'A.I(인공지능)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H사는 원조 백색가전명가 GE도 품에 안은 초거인이다. 이런 거인의 눈이 된 스타트업은 '트라이큐빅스(Tricubics·대표 김종민)'.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컴퓨터 비전'이다.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은 컴퓨터가 대상을 인식하는 기술로, 스마트폰 얼굴인식과 최근 등장한 이미지 검색도 비전 기술 응용이다. 인공지능의 눈이라 할 수 있다. 트라이큐빅스는 인공지능 기반 컴퓨터 비전을 무기로 기술 플랫폼을 만들고 글로벌 무대에서 '게임'을 펼치고 있다.

'트라이큐빅스'가 읽는 13억 인구의 신발 데이터 "뭐든 못하랴"

트라이큐빅스의 기술이 탑재된 H사의 사업은 신발 데이터 '접수'. 신발 세탁에 데이터 인식을 얹었을 뿐인데, 사업 목적이 전도된다. 서비스는 단순하다. 신발을 컴퓨터가 '보고' 의미있는 데이터를 뽑아낸다.

신발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타입, 브랜드, 사이즈, 그리고 지역이다. 각 신발사는 나름의 판매 데이터가 있지만, 타 브랜드들의 데이터까지 확보할 순 없다. 일부 신발유통판매사는 자기 매장 내 데이터 확보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13억명 인구 시장이라면? 데이터 차원이 달라진다.

"13억 인구의 신발 데이터로 뭘 할 수 있을까요? H사는 가만히 있어도 신발 브랜드들이 가만있지 못할 겁니다. 만일 신발에 스마트 칩이라도 달게 된다면, 신발 뿐 아니라 가방이나 옷도 더한다면··· 그 확장성이 가늠되나요?" 김종민 대표의 물음에 즉각 답변이 어려웠다.

글로벌 기업이 뭘 보고, 이제 창업 3년 차인 한국의 스타트업과 인공지능 파트너를 맺었을까.

컴퓨터 비전으로 '쉽고 빠르게' 중국의 새 시장 '무인 서비스' 선점

김종민 대표는 미국에서 그래픽카드 명가 'AMD' 임원으로 안정적인 지위에 있었다. 김 대표와 창업을 결의한 다른 동업자들도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에서 15년 이상을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HCI)과 컴퓨터 비전을 다뤄온 전문가였다.

컴퓨터 기술의 첨단에 있던 이들은 십 수년의 거래와 협력을 쌓아오면서 서로의 실력과 코드를 확인했다. 마침내 그들은 "좋은 인연이 만났으니, 나이 오십 전에 우리 것을 한번 해보자"고 중년의 나이에 스타트업에 뛰어 들었다. 창업은 김 대표가 있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14년에 이뤄졌다.

최고 수준의 비전 기술로 출발은 좋았다. 카메라 한 대로 얼굴을 한번 훑고 지나가면 완벽한 3D 얼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신기한 기술은 바로 화제가 됐고, 화장품 대기업과 강남의 잘나가는 성형병원에 기술을 제공했다. 그 덕에 현재 명동 한복판에 있는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고객 맞춤형 마스크팩' 서비스로 손님 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3D 이미지 관련 시장이 잘 열리지 않았고, 매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주나 정부 사업은 자원 유출 우려로 가능한 피했다. 대신 김 대표는 직장 시절 한동안 지냈던 중국을 다시 돌아봤다. 스마트폰을 쥔 13억의 신인류가 만든 새로운 풍속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은 오프라인 매장이 침체되고 있었다. 급속도로 퍼진 모바일 쇼핑과 배달문화 때문이었다. 알리페이가 만든 QR결제 유행도 상품을 더 쉽게 사고 팔도록 부추겼다. 길거리 걸인도 QR로 적선을 받을 정도였다.

여기서 김 대표는 '무인 판매 서비스'라는 다음 흐름을 알아차렸다. 무인 판매 서비스는 관리자가 없는 매장이나, 단독 판매대에 있는 상품을 손님이 알아서 가져 가고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이 들어선 '샵인샵(Shop in Shop)'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모바일 결제시장도 자리 잡았다. 중국은 돈 되는 것이면 경계를 넘어 물량공세를 펼치는 풍토가 있다. 무인 서비스의 가능성은 충분했다.

반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이 대상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보통 1만장의 이미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경험치"라면서 "그에 비해 진열할 상품은 많다. 결재를 위한 각 상품의 사전 작업도 방대하다. 도난이나 오동작의 위험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무인매장 '아마존 고'처럼 완성형 독립 매장이 아니라, 자판기처럼 어느 공간에라도 들어갈 수 있는 범용성을 시장이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라이큐빅스는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회사의 특기인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과 시스템 설계를 더해 '고객이 무엇을 집어 들었는지' 제대로 알아차리고 계산을 마친다. 판매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상품을 어디에 얼마나 채울지'도 판단한다. 배달서비스가 그 상품을 채워주면 된다. 거리 곳곳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에서 '샵인샵' 형태로 무인 서비스를 시작하면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상품 안정성도 확보된다.

확실한 시장을 발견한 트라이큐빅스는 컴퓨터 비전과 센서 모듈에서 무인판매 플랫폼, 더 나아가 고객구매 데이터로 이어지는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술을 플랫폼으로 연결할 수 있는 안목과 배포는 오랫동안 시장을 누빈 자만이 부릴 수 있는 솜씨다.

솜씨를 알아본 H사는 인공지능 파트너로 트라이큐빅스를 낙점했고, 그 첫 적용으로 신발 데이터 사업을 시작한다. 이 외에도 H사의 가전제품에 트라이큐빅스의 비전 기술이 탑재돼, 전 세계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끌어 모을 계획이 서 있다.
 

무인매대 시뮬레이션 장치에 달린 컴퓨터 비전은 손님과 상품을 인식하고, 센서가 상품이 들리는 순간을 감지해 모바일로 결제된다. <사진=윤병철 기자>
무인매대 시뮬레이션 장치에 달린 컴퓨터 비전은 손님과 상품을 인식하고, 센서가 상품이 들리는 순간을 감지해 모바일로 결제된다. <사진=윤병철 기자>
AI 빅데이터가 주도할 새 질서, 국내시장 취약 "문제에 답할 기술 있다"

H사와 계약을 맺은 트라이큐빅스는 2018년에 70억원, 내 후년에는 660억원을 전망한다. 김 대표는 "지금에야 장밋빛 전망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애써 견뎌왔다"며 남 모를 창업 애환을 털어놨다.

트라이큐빅스는 사업 초기에 국내 투자사를 먼저 타진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사는 해외에 본사가 있는 스타트업은 재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탐탁치 않아 했고, 중국 등 해외사업 진출 가능성도 색안경을 끼고 봤다. 

김 대표는 "청년에게 후한 투자사들이 중년인 우리에게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비용도 문제 삼는 등 기대와는 많이 다른 환경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나마,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임종태·이하 대전혁신센터)와 전담기업 SK의 '드림벤처스타'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자금과 기술개발비를 얻고, 엔젤투자와 다양한 컨설팅도 받았다. 전 기업에서 임원까지 한 그 였지만, 창업 새내기란 각오로 열심히 임했다.

회사는 대전혁신센터에 방문한 한중경제관계장관회의 참가자 앞에서 설명회를 갖고, 수차례 걸쳐 중국 상해 MWC 참가와 투자유치 동반길에 오른 결과로 'H'사 벤처투자와 연이 닿을 수 있었다. H사와는 48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12월에 납품 예정이다.

김 대표는 "투자활동과 스타트업 환경을 겪으며 국내시장의 한계를 몸소 느껴왔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소비자의 빅데이터를 끌어와 인공지능이 만든 새로운 욕망을 소비자에게 다시 불어넣고 있다. 이 시장은 시간과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전 세계의 다양한 소비 데이터를 축적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거인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의 오프라인 시장에 넘어오면, 규제로도 국내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경제계의 우려다. 반값을 찾아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역쇼핑은 늘어가고, 광군제의 위엄 앞에서 블랙프라이데이는 초라하다.

국내 기업들도 부랴부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도입하려 하지만, 쉽사리 펼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알고리즘으로 SNS 정보를 긁어모으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상품의 인식'이다.

인공지능이 '봐야 할' 데이터를 위한 전처리, 그것은 트라이큐빅스가 하게 될 '신발 데이터 사업', '무인 판매대'와 다름 아니다. 김 대표는 기술로써 국내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소명이 '기술 스타트업'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에게 보여줄 실물 데이터를 쉽고 빨리, 그리고 정확히 가공하는 기술이 트라이큐빅스에게 있습니다. 중국에서 입증한 실력을 우리 시장에도 소개해, 고립된 시장을 탈출할 생태계를 찾아내겠습니다."

트라이큐빅스는 서울대와 KAIST의 인재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있다. <사진=트라이큐빅스 제공>
트라이큐빅스는 서울대와 KAIST의 인재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있다. <사진=트라이큐빅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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