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창 KIST 박사팀, '하이드로젤' 물혹 극복한 주사형 치료제 개발
김영민 박사 "아직 회복률이 낮지만, 척수 환자에게 임상적 의의는 커"

하이드로젤을 비롯해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김영민 박사.<사진=이원희 기자>
하이드로젤을 비롯해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김영민 박사.<사진=이원희 기자>
"척수는 한 번 손상되면 지속적으로 손상 부위가 확장돼, 2차적인 신경변성이 일어나 신경 네트워크가 망가지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됐지만 불규칙한 형태와 화학 약품은 효과적이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하이드로젤(hydrogel)이 가능성을 제시해줬죠."

교통사고나 뇌졸중 등으로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가 손상될 경우 우선 해당 부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신경들에서 장애가 발생한다. 더 무서운 점은 2차적인 신경변성이 일어나 신경조직에 결손이 생기고, 물혹이라 불리는 낭포성 공동이 점점 확대돼 주변 신경회로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신경회로 재생 억제, 줄기세포 생착 방해 등 결과적으로 신경 네트워크를 망가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치료법은 물혹의 생성과 확장을 막는 것.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학 약품과 생체재료가 제시됐지만, 화학 약품 처리가 된 면역억제제는 효과가 적고 부작용의 우려가 있으며, 생체재료 역시 형태에 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은 손상 부위에 생긴 물혹들이 모두 제각각 불규칙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형태로 고정된 생체재료는 물혹을 효과적으로 메우지 못하고, 물혹에 맞는 생체재료를 개별적으로 가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고민거리를 풀어줄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송수창 KIST 의공학연구소 생체재료연구단 박사팀이 개발한 하이드로젤. 작은 유리병 안에서 찰랑찰랑 움직이는 액체, 실로 단순해 보이는 이 액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야말로 '맞춤형' 신경계 치료제

투명한 액체 상태의 하이드로젤. 열을 가하면 그 형태로 굳는다.<사진=이원희 기자>
투명한 액체 상태의 하이드로젤. 열을 가하면 그 형태로 굳는다.<사진=이원희 기자>
김영민 생체재료연구단 박사가 유리병을 기울인 상태에서 손으로 감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펼치자, 유리병 안에서 그대로 굳어버린 고형 물질이 나타났다.

바로 이것이 치료용 하이드로젤의 핵심. 상온에선 액체 상태로 존재하다가, 신체에 주입 후엔 체온에 의해 고형 젤로 변한다. 액체 상태로 주입해 물혹의 공간을 메운 후, 그대로 굳어버리기 때문에 기존 생체재료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하이드로젤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구성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 분해되기 때문에 화학 약품이 가지는 문제점 역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초기에는 말 그대로 형태를 잡고, 분해만 될 뿐 신경세포 보호나 재생능력은 상대적으로 미비했다. 이때 김 박사의 역할이 빛을 발했다. 면역치료제와 기작들에 대해 연구해온 그는 하이드로젤에 면역세포를 첨가해 신경세포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높였다.

그렇다고 무조건 첨가만 하는 게 대수는 아니었다. 하이드로젤과 더 잘 섞이고, 동시에 오래 머물며 신경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찾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 결과, 현재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약 30% 가량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아직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하이드로젤 자체가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물질들을 조합하고 대체해보며 효과를 증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그는 "척수 이외에도 다른 조직의 결손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필요에 따라 치료용 단백질이나 비타민부터 줄기세포와 같은 조직재생 인자들까지 넣을 수 있다면 신약 개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야 연구자로서의 첫 발···환자들에게 희망을

"척수를 비롯해 주요 신경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짐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이드로젤로 하여금 환자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일어설 수 있길 바랍니다."

하이드로젤 개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생체 재료는 인체에 적용되므로 안정성이 중요하다.

생체재료연구단 역시 하이드로젤이 체내에서 작용하므로 독성이나 부작용을 주의해야 했다. 또한 척수는 일반적인 조직에 비해 외부물질에 민감하기에 외부에서 주입을 해야 하는 하이드로젤의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공동연구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김병곤 아주대 교수팀과의 합작품. 하지만 첫 시작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발생한 차이가 그들을 괴롭혔다. 김 박사는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이번 연구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돕고 싶었던 김 박사에게 이번 하이드로젤은 남다른 의미를 준다. 김 박사는 "조직재생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야 연구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영민 박사는 열린 연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송수창 박사(우)를 비롯해 함께 연구를 진행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사진=이원희 기자>
김영민 박사는 열린 연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송수창 박사(우)를 비롯해 함께 연구를 진행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사진=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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