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과학 대중화 중심···문화 축적 위한 방향성·지속성 중요
과학관 관계자 "과기부처 관료 자리라는 인식 개선 필요"

국립중앙과학관 수장이 새로 임명됐다. 전임 관장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태에서 인사혁신처가 개방형직위 모집계획을 발표하며 논란이 일어난지 3개월 만이다.

어쨌든 1년 3개월만에 과학관 수장이 교체됐다. 신임 기관장이 자신의 역할에 본격 몰입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일까.

전·현직 기관장에 의하면 부임 해서 기관 특성을 파악하고 방향을 수립하는데 3개월에서 6개월정도 걸린다. 때문에 개인차는 있겠지만 기관장이 기관 운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시기는 6개월 이후로 해석된다.

전임 중앙과학관 관장 인사의 경우 기관이 나가야 할 방향을 잡고 업무에 본격 속도가 붙는 시점에 바뀐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서 내세운 교체 사유는 분명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관에서 오랜기간 재직한 관계자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않는) 수장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과학관은 방향성이 중요한데 그동안 관장이 수시로 바뀌면서 제각각 다른 색깔을 보여 혼동되는 상황"이라면서 "방향성이 분명하고 열심히 하는 기관장은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과기부처는 관장 보직이 부처 내 관료를 위한 자리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과학관 수장 인사가 논란거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방형직위는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 정책 수립이 필요한 직위를 공개모집으로 선발한다. 하지만 과학관 관장은 개방형 공모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과기부처 관료가 연이어 임명됐다.

김영식 전 관장부터 이은우 전 관장, 박항식 전 관장, 최종배 전 관장, 김주한 전 관장, 양성광 전 관장에 이어 현재 배태민 관장도 과기부처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과기부처 고급관료를 위한 자리'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임기를 채운 관장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김영식 전 관장은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임기 5개월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은우 전 관장(2010년 4월~2011년 12월) 4개월, 박항식 전 관장(2012년 1월~2013년 5월) 8개월, 최종배 전 관장(2013년 7월~2014년 8월) 11개월의 임기를 각각 채우지 못했다.

김주한 전 관장(2014년 11월~2016년 6월)은 지난해 6월 20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인사가 나면서 임기 5개월을 남겨두고 미래부(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복귀했다. 양성광 전 관장은(2016년 8월~2017년 8월)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두고 물러났다.

그동안 임명된 과학관 관장의 자질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각각 열정과 소신을 가진 훌륭한 관료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9년간 6명의 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의, 타의로 떠났다. 일부는 '인사 정거장'처럼 거쳐갔다.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었나'라는 질문이 남는 건 누구의 몫일까.

중앙과학관은 과학문화 확산의 중심이다. 자라나는 과학 꿈나무부터 일반 국민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과학대중화를 이끌 막중한 임무를 가진 기관이다. 그만큼  수장의 방향성, 열정도 중요하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유명 과학관은 특수성을 인정, 과학자 출신이 10년 이상 수장을 맡기도 한다. 시카코 산업과학관의 관장 재임기간은 평균 16년이다. 과학관 발전을 위해 안정적 리더십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관 관장 자리는 회전문식 인사를 해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나도 표시나지 않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관련 부처, 당사자 모두 '과학 대중화'라는 핵심 가치를 염두에 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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