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과천정부청사서 과기부 등 11개 기관 국정감사 실시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 집중 거론···과기정책·현장 문제 지적 미비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가 12일 과천정부청사서 진행됐다. <사진=박은희 기자>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가 12일 과천정부청사서 진행됐다. <사진=박은희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과학기술계 국정감사는 과기현장의 고민을 해결하기엔 부족한 자리였다.   

오는 19일과 20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기관 등에 대한 감사가 이어지긴 하지만 과학정책을 총괄하는 과기부 국감에서 과학기술보다는 '통신비' 논란이 핵심적으로 거론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신상진·이하 과방위)는 12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속기관, 우정분야 공공기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이하 국감)을 진행했다. 

국감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야 의원들은 방송통신 관련 증인채택 문제에 관심이 쏠렸다. 유영민 과기부 장관이 개회 모두 발언으로 "긴 호흡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자 중심의 R&D 환경을 조성하고 실체가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감사는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으로 집중될 뿐 과기 현장에서 궁금해 하는 현안은 소극적으로 다뤄졌다.  

그나마 거론된 과기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언급된 내용이 상당수 재탕됐다. 연구현장에서 '핫이슈'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공석 장기화가 치닫고 있는 과기계 인사,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 역할론 등 과기계 향방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국감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지만 올해는 거론조차 안됐다. 과기부는 지난달 14일 가이드라인을 발표키로 했다가 돌연 연기함에 따라 연기 이유 등 강도 높은 국감을 예상했으나 관련 발의는 없었다. 확대 출범해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잘하길 바란다" 수준의 조언 정도로 마무리 됐다. 

과학계 관련 주된 이슈는 과학기술계 R&D(연구개발) 예산 문제에 집중됐다.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부문 R&D 역할과 기능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공공부문 R&D는 민간부문이 하지 못하는 리스크가 큰 연구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재부가 예산 배분, 감사 평가까지 관여하고 있어 제대로 된 R&D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R&D 투자 규모가 크다고 하지만 사실상 공공부문 R&D 예산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못미치고 있다. 공공부문 R&D 절대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국방 R&D 참여율이 미국은 80.6% 이지만 우리는 17.4%에 불가하다. 연계성 부족, 폐쇄성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제는 열린 R&D를 지향해야 한다"며 "과기부와 국방부가 협업을 통해 국방 R&D가 4차 산업혁명 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도 같은 내용으로 국감 전 자료를 배포했지만 현장에서 발언을 잇지는 않았다. 그에 따르면 2018년도 정부 전체 예산은 7% 이상 증가해 429조원에 이른 반면 국가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R&D 예산은 0.9% 증가한 19.9조원에 그치고 있다. 

또 연도별 R&D 예산 증가율이 계속 줄고 있다. 2007~2010년 R&D 예산은 매년 10%대 증가율을 보였으나, 2010~2015년에도 3~8% 증가율을 유지하다 최근 들어 0.9%로 떨어졌다. 이런 정부 R&D 예산 증가율 0.9%는 타 분야와 비교할 때 굉장히 낮은 수준인 것이다. 

이에 대해 유영민 장관은 "R&D 협업은 국방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생각한다"며 "국방은 보안 등의 문제로 폐쇄적이었으나 앞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길(국민의당) 의원은 R&D 예산안에 대해 기재부의 '재조정'이 과다하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현행법은 과기정통부장관이 각 부처로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투자우선순위에 대한 의견과 중기사업계획서, 예산요구서 등을 제출받아 자체 조사, 분석, 평가한 결과와 연계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 배분·조정안'을 만들고 있다. 

이 예산 배분·조정안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기재부장관에 제출되고, 기재부장관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심의결과를 반영해 다음연도 국가연구개발 사업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최 의원은 "기재부장관이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경우는 정부 재정규모 조정 등 특별한 경우로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장관은 매년 특별한 이유 없이 심의회의 심의결과를 과도하게 재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행 과학기술기본법의 입법 취지대로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에 대해서는 과기부가 제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기재부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오세정(국민의당) 의원은 원자력 R&D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오 의원은 "원자력공론화 과정이 법적정당성을 무시하며 논의되서는 안될 것"이라며 "그간 투입된 원자력 예산만 4570억원에 달하는 R&D사업의 미래는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분명히 했다.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공석상태에 대한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장 발언이 아닌 자료 배포로 진행했다.  

이 의원은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 전체 46개 기관 중 200일이 넘게 기관장의 공석이 발생한 기관이 15곳으로 전체 31%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기관장이 공석상태인 기관은 9곳에 달한다. 공백 기간이 가장 심했던 곳은 GIST로 442일이나 공석상태였으며 현재도 기관장이 공석인 연구개발특구진행재단은 426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기관장 인선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청와대가 신원조회 등 이유로 인선을 미루고 있다면 국민들은 코드인사나 낙하산인사로 규정하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철회할 것"이라며 "현 정부가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조사를 진행한 만큼 공석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없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기관장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기관인 정부출연연구기관 감사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국회서 진행되며, IBS(기초과학연구원)와 KA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대한 감사는 오는 20일 국회서 열린다. 

또 현장시찰은 광주와 전남 나주(23일), 부산과 울산(25일)에서 각각 진행되며 30일과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종합감사로 올해 국정삼사는 마무리 된다.

유영민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연구자 중심의 R&D 환경을 조성하고 실체가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유영민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연구자 중심의 R&D 환경을 조성하고 실체가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유영민 장관과 관계자들이 국정 감사에 앞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유영민 장관과 관계자들이 국정 감사에 앞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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