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3DP 챌린지' 상위권 '문엑스팀' 韓 기술력 세계무대서 입증
3단계 대회 내년 개최"우주건설기술분야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생겨"

문엑스컨스트럭션팀. NASA 주최로 3D프린팅 건설기술을 활용해 화성에 우주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챌린지에 도전장을 내민 팀이다. 챌린지는 약 1년간 계속되고 있다. 문엑스팀은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 유지 중이다. 대회는 내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문엑스컨스트럭션팀. NASA 주최로 3D프린팅 건설기술을 활용해 화성에 우주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챌린지에 도전장을 내민 팀이다. 챌린지는 약 1년간 계속되고 있다. 문엑스팀은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 유지 중이다. 대회는 내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화성에 태극기 한 번 꽂아야죠.(웃음)"
 
각오가 남달랐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해 성조기를 꽂은 것처럼 화성에 도착해 건물을 짓고 태극기를 꽂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 '건설기술'을 연구하는 '문엑스 컨스트럭션(MoonX Construction, 이하 문엑스팀)'팀이다.
 
문엑스팀은 한양대학교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NASA 주최로 3D프린팅 건설기술을 활용해 화성에 우주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센테니얼 챌린지(Centennial Challenge)'의 '3DP챌린지'에 참석해 1위, 3위 연속 선정되며 기술력과 창의력을 입증했다.
 
'3DP챌린지'는 장기전으로 치러지는 대회다. 내년 최종 결승을 앞두고 있다. 문엑스팀은 3단계 챌린지까지 생존한 참가팀 중 유일한 국제 팀으로 꼽힌다. 화성에 건물을 짓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NASA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NASA가 주최하는 대회잖아요. 쟁쟁한 팀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 긴장도 됐지만 우리 기술력이 세계 어느 수준인지 궁금했어요. 상위권에 계속 랭크되는 걸 보면서 우주건설기술분야에 있어서는 우리가 세계를 리드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강상준 한양대 연구원)
 
문엑스팀 주역들을 만나기 위해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를 찾았다. '3DP챌린지' 스케줄을 따라 대회를 준비하느라 표정은 피곤해보였지만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얻은 만큼 눈빛만은 강하게 빛났다. 내년 마지막 단계인 3단계 챌린지를 앞두고 한숨 고르면서도 긴장을 끈을 놓지 않는 문엑스팀에게 그간의 이야기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밤샘연구 힘들고 상금 없었지만...단기간 성장한건 우리"
 
"우리가 오랫동안 해온 연구와 굉장히 연관이 많은 대회였기에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우리 기술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강상준 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
"우리가 오랫동안 해온 연구와 굉장히 연관이 많은 대회였기에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우리 기술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강상준 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
"상금이요? 외국팀은 1등을 해도 상금을 못 받게 돼 있어요. 그래도 도전장을 내민 건 태극기를 달고 국제무대에 나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적까지 거둘 수 있게 돼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문엑스팀은 작년 10월 해당 챌린지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를 결심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국제 팀은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문엑스팀 팀장을 맡고 있던 이태식 한양대 교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1단계 '디자인' ▲2단계 '구조물 재료 개발' ▲3단계 '실제 거주지 프린팅' 등 1년 이상 장기전으로 치러지는 대회에 단독 참석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미국인을 팀장으로 섭외하거나, 미국의 연구기관과 공동컨소시엄으로 팀을 꾸려 참가해도 됐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데 생각이 닿았다. 또 태극기를 달고 국제무대에 나가 우리 기술력을 입증해보자는 각오가 발동했다. 그리고 내린 결정은 단독 출전. 

챌린지에 참석한 한양대의 강상준 연구원은 "우리가 오랫동안 해온 연구와 굉장히 연관이 많은 대회였기에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우리의 기술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상준 연구원이 소속된 한양대 이태식 교수랩은 지구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달복제토를 개발해 우주환경을 구현하고, 달과 화성 등 우주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로 콘크리트를 만들어 건물을 세우기 위한 연구개발을 오랫동안 해왔다. 건설연의 신휴성 박사팀도 오랜 건설연구를 해오면서 챔버 관련 연구 노하우를 매니지먼트 하는 역할을 했다.
 

이태식 교수팀이 개발한 달복제토.<사진=김지영 기자>
이태식 교수팀이 개발한 달복제토.<사진=김지영 기자>
이를 기반으로 2단계 대회에서 문엑스팀은 폴리에틸렌과 화산현무암을 사용해 3D프린터 거주지 구조물 제작기법을 선보여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문엑스팀이 사용한 폴리에틸렌은 플라스틱으로 우주로 가져갈 음식이나 물품을 포장하는 주재료로 쓰인다. 화산현무암은 화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 중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재와 가장 유사한 것이다. 문엑스팀은 '우주쓰레기 재활용'과 흔히 얻을 수 있는 재료로 건축 재료를 개발했다는 것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이태식 교수는 "지구에서 우주로 물건이나 재료를 싣고가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건물을 짓기 위한 재료를 싣고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향후 우주에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그곳에 존재하는 재료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제작해 국제운송한 문엑스팀의 3D프린터기. 운송 후 조립과 세팅 등을 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배운 것이 더 많다고.<사진=문엑스팀 제공>
한국에서 제작해 국제운송한 문엑스팀의 3D프린터기. 운송 후 조립과 세팅 등을 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배운 것이 더 많다고.<사진=문엑스팀 제공>
다음 단계는 이 재료로 3D프린터를 통해 실제 돔 형태의 구조물을 만드는 과제로 지난 8월 개최됐다.

문엑스팀은 3방향 축을 상승과 동시에 이동시키며 입체적으로 출력하는 '공간 적층' 방법을 고안해 기존 3D 프린팅 방식으로 구현하기 힘들었던 돔 구조물을 제작, 3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에서 따로 제작한 3D프린터기를 분리해 국제 운송으로 미국까지 옮겨 대회 날에 맞춰 세팅하는 등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서 얻은 값진 성과였다.

다른 팀들은 미국 내 참가팀이었기 때문에 3D프린터기를 트럭 등에 싣고 와 그대로 내려 프린팅이 가능했지만, 문엑스팀은 운송 후 조립에만 이틀을 소요하고 3일차에 세팅, 보와 돔 프린팅을 겨우 끝냈다.
 
챌린지 목표가 화성에 3D프린터기로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지만 문엑스팀은 해당 기술을 우주뿐 아니라 지구의 극한환경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 연구원은 "우리가 무분별하게 생산하고 사용하는 플라스틱으로 바다의 플라스틱 섬 등이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재료들을 재활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주뿐 아니라 지구의 극한환경(극지방이나 열대환경)의 건설에 우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엑스팀은 내년에 열릴 3단계 챌린지를 앞두고 있다. 참가자들이 직접 대형 구조물을 3D프린터로 짓는 대회라고 알려졌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의 장비사이즈로는 3단계 챌린지 참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문엑스팀은 장비 연장이나 다른 모양의 프린터기를 연구개발 할 계획이다.
 
이윤선 한양대 연구교수는 "이번 챌린지를 준비하면서 밤샘연구 등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순간적으로 굉장히 성장한 느낌이 든다"며 "건설에 쓰이는 재료 개발로 이산화탄소 배출 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건설기술연구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이자 챌린지가 높이 평가하는 부분인 만큼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친환경적 건설기술연구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겠습니다." <사진=문엑스팀 제공>
"친환경적 건설기술연구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겠습니다." <사진=문엑스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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