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면역항암제 '펙사벡' 신약 출시 마지막 관문 '임상 3상' 진행 중
세계적 기업과 연구소에서 러브콜···"ICI 병용연구로 폭발적 효과 기대"

신라젠 연구실 전경.<사진=신라젠 제공>
신라젠 연구실 전경.<사진=신라젠 제공>
항암 바이러스와 ICI(면역관문억제제) 접목으로 암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항암치료제 전문 벤처 신라젠(대표 문은상)이 개발 중인 항암 전신치료제 '펙사벡(JX-594)'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펙사벡은 백시니아(우두)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로 면역항암제와 소라페닙(넥사바:Bayer)이라는 표적치료제와의 병용치료 가능성을 타진하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3상은 2018년까지 전 세계 20개국 140여개 병원에서 600명의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펙사벡을 2주 간격으로 세 번 종양 내 암조직에 직접 투여 후 소라페닙을 복용하는 군(cohort A)과, 처음부터 소라페닙을 복용하는 군(cohort B)으로 나누는 대규모 임상이다. 지난해 초 뉴질랜드에서 첫 번째 환자 등록 후 현재 한국, 미국, 유럽, 호주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임상 3상은 신약 출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세계적 제약회사들도 넘기 어려운 단계. 말기 간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3상 시험이 진행 중인 펙사벡이 임상 3상을 통과해 상품화되면 암젠의 임리직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허가받는 항암바이러스이자 최초의 간암치료 바이러스가 될 전망이어서 국내외 제약회사들로부터 공동연구 등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 7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으로부터 펙사벡에 대한 임상 3상 승인을 받는데도 성공했다. 중국 합류로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을 허가한 나라는 총 16개로 늘었다.
 
세계 여러 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기에 각국의 국가기관에서 임상 허가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중국의 경우 그 장벽이 더욱 높아 1년 정도 공을 들인 끝에 가능했다. 신라젠의 최지원 이사(연구소장)는 "인종에 따른 식습관, 문화 차이 때문인지 간암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국 임상을 통해 더 많은 연구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대세 면역치료제라도 효과 20~30%뿐…'항암바이러스+ICI'로 폭발적 효과 노린다
 

최지원 이사는 신라젠의 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항암바이러스와 ICI의 융합으로 신장암, 대장암 등 항암제 효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최지원 이사는 신라젠의 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항암바이러스와 ICI의 융합으로 신장암, 대장암 등 항암제 효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펙사벡의 효능을 높일 방법을 찾다 ICI(Immune Checkpoint Inhibitor)의 병용요법을 고심하게 됐다. 면역치료제의 급부상과 ICI의 치료로 시너지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항암치료제는 오랜 연구를 거치며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펙사벡은 3세대 항암치료제로 구분된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암세포가 다른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 점을 이용해 정상세포보다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해 암 치료를 했지만 성장이 빠른 다른 세포도 공격하는 탓에 탈모나 구토 등 부작용이 따랐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특정유전자만 공격해 특정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하다.
 
반면, 3세대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는 힘을 키워주는 치료제로 항암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생존 기간도 길어서 최근 제약시장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치료할 수 있는 암이 한정적이고, 무엇보다 환자의 20~30%만이 이 약물이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 이사는 "반응하지 않는 나머지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는지 적응증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 3세대 항암제를 개발하는 많은 제약사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 고민의 돌파구로 신라젠은 펙사벡과 ICI 병용 연구를 시작했다. ICI란 면역관문억제제를 뜻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들이 자신을 면역세포들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표지하는 물질이나, 종양내의 무력화된 면역세포들이 발현하는 물질을 인식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차단시키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풀어주게 된다. 따라서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정상세포가 아닌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종양 내 환경을 변화시켜 줌으로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가 되는 것이다.
 
ICI와 항암 바이러스의 병용치료를 통한 효과는 이미 검증되어있다. 2015년 10월 생명공학 제약기업 암젠의 항암바이러스 임리직이 미국 MSD의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했을 때 임리직 단독보다 2배 이상 효과를 나타냈다. 또 BMS의 여보이와 임리직의 병용에서도 여보이 단독보다 2배이상의 효과를 나타낸 것이 그 예다.
 
신라젠은 펙사벡과 ICI 병용연구를 통해 신장암, 대장암 잡기에 나섰다. 특히 대장암 임상은 미국의 국립암연구소(NCI)와 공동연구 중이다. 미국 정부기관과 신약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 협약은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신라젠이 처음이다.
 
신라젠과 NCI는 대장암 환자의 중 ICI 단독 요법이 잘 듣지 않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ICI가 어떻게 하면 잘 작용할 수 있는지 기전연구에 펙사벡을 병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라젠은 미국의 리제네론(Regeneron)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리제네론의 ICI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 연구는 펙사벡과 병용으로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적 규모 있는 임상 1상이다. 또한 신라젠은 파트너사인 유럽의 트랜스진(Transgene), 홍콩의 리스파마(Lee's Pharma)와 펙사벡+ICI의 병용요법 연구를 통해 다양한 암을 대상으로 병용치료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공동연구는 외부의 러브콜을 계기로 시작된 것이다. 그는 "ICI와의 펙사벡을 병용 요법을 위한 빅파마와의 공동연구협약은 시간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세계 유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구개발을 한다는 것은 신라젠에게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 연구진들도 거부했던 바이러스 암 치료 "암 환자 희망으로"
 
펙사벡과 같은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한다는 콘셉트에 대한 이해도가 연구진들 사이에서도 부족했다. 특히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의료진에서 거부반응이 커 연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목도가 낮았다.
 
빅파마(대형제약업체)인 암젠이 바이오벡스(BioVex)의 헤르퍼스 바이러스를 이전해 흑색종 치료제로 FDA승인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의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신라젠도 펙사벡을 이용한 임상연구에서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는 "약물에 대한 꾸준한 연구, 의료진 교육을 통해 약물 개발 및 상품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약 출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에 선 신라젠. 신라젠은 펙사벡을 통해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우리나라가 바이오강국이 될 수 있는데 일조할 계획이다.
 
최 이사는 "약을 개발하는 것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지만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헤쳐 나가야 할 난관도 많지만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또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이 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펙사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이다. 특히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의 지원으로 연구개발 지원 뿐 아니라 다양한 세미나에서 네트워크를 다지고, 신약개발 전문가와 직접 만나 과학기술적인 부분 등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지원은 항암바이러스에 대한 바른 이해와 나아가 한국의 신약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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