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좌담下]科技 국가안보 인식 제고 전문가 '3대 방안'
"민군 R&D 공동 예산 '2조원' 구축···독립 기구 만들어야"

북핵 문제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주변국들의 긴장감도 커지는 가운데 국내 과학기술계도 국가안보 인식 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과학계에 국가안보가 결여된 본질적 문제를 진단하고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초청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긴급 좌담上·下 편으로 나눠 ▲현장 문제진단 ▲전문가 대응 방안 등의 순서로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편집자의 편지]

긴급 좌담회에서 국방과학 전문가들이 과학기술계 국가안보 인식 제고를 위해 현장 문제진단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사진=대덕넷 DB>
긴급 좌담회에서 국방과학 전문가들이 과학기술계 국가안보 인식 제고를 위해 현장 문제진단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사진=대덕넷 DB>
"국가 R&D 체계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 국방 R&D 예산 3조원은 이미 체계기술 개발에 맞춰진 예산이다. 국내 과학기술인들이 국방 R&D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국가 R&D 예산 20조원 중 10%인 2조원을 민군 R&D 공동 예산으로 사용돼야 한다. 독립적 예산 배분 기구를 만들고 민군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한국형 DARPA가 돼야 할 것이다."

"핵 대응은 늦었다. 우리가 북한의 핵 개발을 맞서기 위해 핵 위협 수준의 첨단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과학과 국방이 협동해 첨단과학군을 탄생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다."

국방과학 전문가들이 국내 과학기술계 국가안보 인식 제고와 북핵 대응을 위해 내놓은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출연연 과학기술자들이 국방 R&D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를 지적하고 국가 R&D 체계의 개편 방안을 언급했다. 또 민군 R&D 공동 예산 2조원(국가 R&D 예산 20조원 중 10% 규모)을 구축해 한국형 DARPA 기구 설립을 제안하며 과학과 국방이 응집한 첨단과학군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국가안보 위기 상황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덕넷은 지난 5일 대덕넷 본사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과학기술계 국가안보 인식은?'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현장의 문제를 낱낱이 진단하고 구체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긴급 좌담회는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 ▲조영득 KAIST 총학생회장 ▲최영명 前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홍성범 STEPI 동북아사업단 단장(순서 가나다순) 등이 참여했다.

대덕넷은 5일 오전 10시 30분 본사 회의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 ▲조영득 KAIST 총학생회장 ▲최영명 前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홍성범 STEPI 국방과학기술정책단 박사 이다.<사진=윤병철 기자>
대덕넷은 5일 오전 10시 30분 본사 회의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 ▲조영득 KAIST 총학생회장 ▲최영명 前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홍성범 STEPI 국방과학기술정책단 박사 이다.<사진=윤병철 기자>
1. "국방 R&D 참여 걸림돌···전면 구조개혁 긴요"

국방과학 전문가들은 출연연 과학기술자들이 국방 R&D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上편 참조)를 꼬집으며 '국가 R&D 전면 구조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국방 R&D는 국산화 무기개발을 목표로 한다. 국가 R&D 예산 20조원 중 3조원이 국방 R&D 예산이다. 원천·응용 기술 등을 다루는 민간 R&D와는 다르게 국방 R&D 예산은 이미 짜여진 체계개발에 83%가 소요된다. 이미 세팅된 국방 R&D 예산 구조에 출연연 연구자가 쉽게 참여할 수 없다는 것.

반면 미국의 경우 국가 R&D 전체 예산 중 국방 R&D 예산이 60% 이상이다. 특히 미국 DARPA(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는 미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1년에 30억 달러 예산이 투입된다. 이곳은 관료로부터 철저하게 독립돼 있으며 소속된 250여명의 PM(Project Manager)은 미래에 대한 개념만 설계한다. 민군 R&D 협력의 대표 사례다.

국방과학 전문가들은 출연연 과학기술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국방 R&D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홍성범 단장은 "전반적 구조개혁이 없으면 과학기술인들이 국방 R&D에 여전히 참여하기 어렵다"라며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 R&D 성과가 국방으로 스핀-온(민간 기술이 군사 기술에 재활용되는 현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명 前 원장도 국가 R&D 시스템 변화에 공감했다. 그는 "R&D는 수요자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국가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국가가 원하는 것은 식량자급자족과 에너지기술 자립화다. 결국 안보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보가 보장되지 않으면 R&D도 없다. 국가가 없으면 R&D도 없다"라며 "출연연이 국방 기술을 위해 50% 수준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울러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민군 기술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 "북핵 실험 韓 대응 늦었다···'첨단과학군' 무장"

북한 핵 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핵 개발 방안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80년대 초 ADD 미사일 개발 인력 2000명 중 800명이 감축되면서 이때부터 한국은 이미 북핵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것.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대칭 전술인 핵 개발로 한국을 위협하는 가운데 핵과 맞설 수 없지만 핵과 맞먹는 수준의 첨단 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안은 전술 핵무기 재반입이다. 5000km 이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100km 이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심리적 위협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환 단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비핵화 3원칙을 발표하는 정책 등을 지속하면 안된다"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가야 한다. 첨단 과학기술의 협력으로 첨단과학군이 무장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 군사력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국이 북한 대비 경제력은 40배 이상이지만 군사력은 대등한 수준. 특히 북한은 핵무기 일종의 파동인 EMP(전자기펄스)탄을 소형화했다. 이는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의 핵심 부품을 무력화해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북한은 10년 전부터 러시아 기술자를 영입해 EMP탄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배낭용 EMP탄까지 나왔다.

김 단장은 "과학기술인들도 북한의 위협 현실 자체를 인지해야 한다"라며 "첨단과학군만이 북한의 군사력에 대응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의 협력 의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 "민군 R&D 공동 예산 2조원 구축···한국형 DARPA 만들자"

이날 참가자들은 국가 R&D 예산 20조원 중 10%인 2조원을 민군 R&D 공동 예산으로 편성하자는데 의견이 모였다. 과학계가 국방 R&D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만들자는 것.

독립적 기구인 한국형 DARPA를 만들어 실패가 용인되는 민군 협력 R&D를 추진하자는 방안이다. 좌담회 참가자들은 국방부와 방사청, ADD 산하 조직이 아닌 과학기술계의 독립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김 단장은 "결국 예산이 나오는 쪽으로 과학자가 몰린다. 과학기술계에 독립 민군 R&D 기구를 만들어 민군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 한국형 DARPA가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홍 단장은 "출연연이 일부 국방 R&D를 규정하고, 과학자가 국방 R&D에 참여하면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라며 "민군 협력 R&D 체계가 자립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민간 R&D와 국방 R&D가 듀얼요소로가면 과학자들의 반발이 없을 것이다. 강점이 많다"라며 "과제를 안보 기술로 전환해야 한다. 급작스러운 전환보다는 단계별로 진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긴급 좌담회 참가자들은 "과학은 안보와 직결돼 있다"라며 "과학기술계가 국가안보 인식 제고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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