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8월 호
글: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

산업 간 융·복합이 강조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인공위성의 역할이 주목받게 되면서, 우주산업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상용 우주부품의 확대, 재사용 발사체를 이용한 발사 비용 절감, 초소형 위성 개발 능력 향상은 우주산업 전반에 저비용의 흐름을 가져왔다.

비용 하락은 자연스럽게 우주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민간의 참여가 대폭 확대됐다. 미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우주산업분야 벤처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했으며 다양한 분야의 민간 사업자들이 참여하면서 산업간 융·복합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IoT 등 IT기술과 우주기술의 결합은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 낮아진 우주산업 진입장벽이 민간 참여 확대시켜

이렇듯 우주산업은 새로운 변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비용절감의 대표적 사례로 재사용 발사체의 개발을 들 수 있다. 통상적으로 발사체는 대기권에 재진입하며 파괴, 분산되기 때문에 발사를 시도 할 때마다 제작해야 했는데, 재사용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또한 큐브샛(CubeSat)과 같은 초소형 위성의 성능 향상도 사례 중 하나다. 초소형 위성은 대개 100kg 미만의 위성을 말하는데, 대형 위성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고 개발과 발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저렴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위험부담으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비용 하락은 민간기업의 투자 확대를 불러왔다. 대표적으로 원웹은 2017년부터 약 650대, 스페이스X는 2020년부터 약 4000대의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기업들은 소형 위성을 지구 전 지역에 걸쳐 운용함으로써 전 지구적인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위성통신 네트워크는 지상망과 달리 도서벽지 또는 항공기나 선박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또한 지진과 같은 재난으로 인해 지상 통신시설이 망가져도 위성통신은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민간의 광물 탐사 역시 활성화될 전망이다.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Deep Space Industries)와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는 소행성에 묻혀있는 백금, 니켈과 같은 광물 탐사를 위한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이들 기업에 투자하면서 직접적인 우주 광산 개발에 나서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민간의 우주개발 활성화를 위해 2016년 11월 우주 채굴자원의 민간 소유권을 보증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 우주산업에 불고 있는 융·복합 흐름

우주산업의 민간 참여 증가는 다양한 산업 간 융·복합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빅데이터와 연동한 지구 관측영상 및 데이터 분석 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산업의 하나인 빅데이터 산업은 시각적인 영상데이터가 향후 주축을 이룰 것이기에 위성이 주목되고 있다.

위성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작황량을 예측하기도 하고 산림 개간 현황, 석유 시추 상황, 선박 및 기차의 물류 이동 등을 분석해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IT 및 정보분석 분야의 기업이 직접 소형위성을 운용하기도 하며 고객의 수요에 맞춰 설계된 위성을 제작·운용해 수요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전에는 주로 네비게이션에 사용되었던 GPS 서비스도 융·복합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위치정보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며 드론,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자율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GPS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확도를 크게 향상한 초정밀 GPS 보정시스템(SBAS)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SBAS는 오차가 3m에 불과 할 정도로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데 앞으로는 정밀항법을 이용하여 1m 이하의 정밀도를 제공한다면 항공기·자동차·선박 등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길찾기 및 응급구조 등 위치기반산업의 효율성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우리에게 제시되는 새로운 우주 개발 과제

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과 연동된 세계 우주개발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우주 개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국내수요 위성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국내개발부품과 제조공정의 국산화 노력과 더불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중형 위성의 시리즈화는 우주사업의 비용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은 결국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해외 수출의 판로를 열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우주산업 규모의 확대와 산업의 재투자로 이어짐으로써 투자의 선순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로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민간 기업이 우주산업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분이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06년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자를 수송하는 상업용 궤도 운송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5년에는 '상업적 우주 발사 경쟁력 법'을 제정하는 등 민간 기업의 우주산업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에서 벤처기업 등 민간기업의 육성·강화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민간의 우주개발 및 활용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은 초창기 어려운 여건과 해외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하여 기술 및 가격경쟁력 확보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속적인 우주개발계획을 통해 민간 우주산업체가 최소한의 사업을 운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토록 하고, 국내 시장에서 해외기업에 역차별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정비한다면 우리나라 우주산업계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해 수출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위성정보 활용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산업 간 융·복합을 촉진시켜야 한다. 우주산업과 타 산업간 융·복합은 주로 위성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위성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공급자 및 전문가 중심의 위성 데이터만을 제공하다보니 민간에서 위성정보를 활용한 신규 부가가치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위성제작 및 위성정보 공급자와 위성정보를 사용할 민간기업 간의 간극을 좁혀 위성정보 서비스기업이 민간기업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초정밀 위치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우리나라만의 초정밀 GPS항법 위성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IoT,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등의 기술은 센서를 이용하는 동시에 위치 정보를 함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SBAS 운영을 목표로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인데 SBAS 구축 사업이 완료됨과 동시에 초정밀 GPS항법위성 시스템을 갖추어 성큼 다가오고 있는 자율주행차 산업의 환경조성을 준비해야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인간의 활동 무대를 넓혀 주었다. 우주개발이 비용 절감, 민간 참여 확대, 융·복합과 같은 변화를 겪는 지금, 우리나라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실기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다소 늦게 착수된 우주산업의 성장 동력을 견인해야 할 것이다.
 

◆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사진=과총 제공>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사진=과총 제공>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후 KAIST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방과학연구소, ETRI를 거쳐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우주사업단 단장 및 선임부장을 지냈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AP위성통신(주), AP우주항공(주)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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