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리 :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 학습 커뮤니티인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열립니다. ETRI 연구자들이 일반 국민과 선후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들을 탐색하고 고민해 주제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새통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전달드리고자 참가자들이 직접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미래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며, 이를 대비하는 연구원들의 자세와 각오는 어떠한지 글로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이번 99차 모임은 새통사의 간사인 이순석 박사가 그동안 커뮤니케이션의 한 가운데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토대로 디지털지능화(IDX)에 대한 생각나누기를 위한 양념을 풀어놓은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왜 어려운 것인가? 해법은 없을까? IDX의 개념과 지도력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IDX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하는 것인가? 등 여러 질문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눈 새통사 역사상 가장 활동한 토론 시간이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간격을 좁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Great Corea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우리는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힘들어 할까? 이런 질문은 누구나 하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일반 서민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당연히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질문에 대한 생각을 이끌기 위해 "요즘 천 장에 5000원 정도 하는 '명함 인쇄업'으로 당신은 얼마의 돈을 벌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부터 청중에게 던졌다. 명함 인쇄업으로 일 년에 600억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런 회사가 영국에 있다. 'Moo.com'이라는 명함 인쇄사다. 그 회사에는 일반 명함 회사와는 다른 것이 있다.

첫 째, 100장의 명함이 모두 다른 개성 가득한 명함을 만든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그날 그날 명함을 바꿈으로써 처음 만나는 서먹함을 명함 한 장으로 날려버리게 해준다. NFC(Nesr Field Communication) 칩을 명함사이에 끼워넣어 고객의 스마트폰 음악 플레이어가 작동해서 고객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페이스북에 바로 친구맺기를 할 수 있게 하거나, 다른 SNS에 연결하게 해주는 디지털 명함도 있다.

또 있다. 고급 천을 사용한 천 명함도 있다. 값도 비싸지 않다. 버려지는 옷을 활용해서 저렴한 가격에 멋진 비단 명함이나 독특한 질감의 명함을 만들어 준다. 당연히 이 명함은 고객과의 미팅에서 자연스러운 아이스 브레이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가 되어준다. 그 단순한 명함 하나가 고객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다면 아무리 비싸도 사용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은 Moo.com의 성공에서 무엇을 느끼시는가. 나는 '새로운 개념'과 단순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개념으로 실현할 수 있게 '축적된 토대'를 이야기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명함 인쇄의 전장(Battle field)을 전혀 새로운 '마음의 문을 여는 마법도구'의 전장으로 바꾸어 놓는 전략을 말이다. 교착된 전장을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바꾸어 놓는 전략에는 '새로운 개념'과 '축적된 토대'가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잘 알고 있는 애플(Apple)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애플이 시도한 것은 필드의 교체다. 자신들이 후발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추월할 수 있을까를 전략적으로 고민한 끝에 적어도 6가지 전쟁터를 새롭게 골랐다.

(1) Goods : 물질형 재화 --> 비물질형 재화
(2) Marketplace : Offline Marketplace--> AppSore
(3) Customer : Home/Office --> Person
(4) Commerce : Agent --> Direct
(5) Media : TV/Newspaper --> Haptic Display
(6) Technology : Digital --> Convergence
(7) Intelligent : Conscious --> Unconscious

애플은 이렇게 적어도 7가지 관점에서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일반적으로 후발주자는 가성비를 추구하지만 애플은 과감한 교체를 시도했다. 애플이 만든 새로운 분야는 사실 제4차 산업혁명의 전장이다. 7가지의 관점 지금 회자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런 애플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철치부심, 와신상담의 축적된 토대와 예민한 감각의 경험을 차별화로 발라내는 집요함으로 전장을 바꾸는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냈다. 그것이 애플의 성공 열쇠다. 그것의 대가가 아무도 없는 시장을 선점하게 된 것이다. 그 시장에 구글이, 삼성이 뛰어 들어오게 만들고 전 세계가 들어오게 만들었다.

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그런 축적의 토대와 신개념 창출에 대한 능력의 차이, 스케일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이다. 이런 차이가 왜 만들어 지는가? 손정의 회장은 어떻게 전 세계 VC의 투자금 보다도 1.6배가 큰 대규모 펀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 어떻게 미국과 일본과 중국은 우주로 눈을 돌릴 수 있었을까? 이런 스케일과 시선의 높이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ETRI 이상훈 원장께서 ETRI의 빅히스토리 학습 프로그램을 같이 하시면서 하신 고백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어린 학부시절에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고, 지구행성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생명현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인간은 어떻게 탄생했고, 인간의 정신과 마음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등 인류사회의 본질적 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실에 입각한 학문(천체물리학, 물리학, 암석학, 생화학, 생물학, 뇌과학 등)을 중심으로 전체를 조망해보는 시간이 함께 했더라면, 지금 우리 어른의 사유세계의 깊이와 시선의 높이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쉬움을 갖는다"고 말하면서 실제 모 대학교의 총장님께 학부과정에 이런 것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에너지로 환산하면 10의 -4 제곱부터 10의 28 제곱(eV)까지 광범위하다. 우리 각자는 어는 정도의 세상의 범위를 머리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10년 간 60명의 거장들과 친구되기를 목표하는 대전의 새로운 공부모임 <#프로젝트60>에서 공부한 순자의 권학편(積土山城 風雨興焉 積水成淵 蛟龍生焉 積善成德 而神明自得 聖心備焉)을 전략적 관점에서 풀어본다. <바람과 비>를 얻으려면, <바람과 비>를 구하지 말고, 흙을 쌓아 산을 만들어라. <물고기>를 얻기 위해, <물고기>를 직접 구하려하지 말고, 물을 쌓아 연못을 만들어라. <성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성인의 마음>을 쫓지 말고, 선을 쌓아 덕을 이루면 저절로 <성인의 마음>을 얻는다.

◆ 우리에게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취약함을 극복할 방도가 없는 것인가? 왜 없겠는가? 우리가 정말 어려웠던 시기에 무엇이든 공식대로만 열심히 하면 100~200년을 앞선 사람들을 흉내 낼 수 있게 해준 것이 있었다. <디지털>이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의 공식을 공부하는 순간 장인들이 수많은 세월을 닦아서 이루어 놓는 경지를 단번에 뛰어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으로 우리는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다. 더 이상 지금까지 해왔던 <공식대로 하는 디지털>이 작동하는 세상은 끝났다. 더 이상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디지털에 코를 박고 있는 시간에 세상은 새로운 디지털, 즉 새로운 공식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 라는 엄청난 새로운 공식들이 쏟아졌다. 불행하게도 아직 우린 새로운 공식들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가 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엮여서 고차원의 연립방정식을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도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애플은 7가지가 연립방정식을 만들어 자신들이 최고로 유리한 전장을 만들었지만, 우린 아직 하나도 우리의 전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직 하나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이젠 알만큼 다 안다. 애플뿐만 아니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MS 등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회사들이 어떤 새로운 연립방정식을 만들어 성공하고 있는지를. 그런데도 우린 섣불리 그들의 연립방정식을 흉내 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스케일을 따라갈 수 없기에 연립방정식을 수정해야 하는데 새로운 방정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것이 불가능하다. 빨리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빠르게 해법을 만들어야만 한다.

새로운 방정식은 세상의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1)모든 사물과 공간을 디지털화하고 그들의 모든 상태를 디지털화한다. (2)디지털화된 모든 상태를 기록하고 저장한다. (3)모든 상태 기록을 한 곳에 모은다. (4)기록 덩어리에서 의식적, 비의식적 패턴, 의미를 찾아낸다. (5)인간을 대신하여 모든 것에 대하여 감각하고 인식하고 인지하고 추론하도록 학습한다. (6)학습된 지능과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상태의 최적화한다. (7)스스로 행동한다.

새로운 7가지 기본 방정식을 그냥 외워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그것을 잘 이해해서 새로운 연립방정식을 만들어 내는 방법도 있다. 공부의 정도에 따라서 다르다. 하기 나름이다. 문제는 많이 늦었다는 것이다. 기본 방정식을 공부하고 또 새로운 연립방정식을 만들려고 하니 마음만 급해진다. 그래서 수많은 악수가 나온다. 미국은 어떻게 할까. 누구나 저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미국은 기본방정식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화 해놓았다.

미국에서 클라우드라는 의미는 단순히 컴퓨터가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기본방정식이 서비스화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하나다. 우리도 클라우드화해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무한가치의 세상의 무한성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의 클라우드를 갖추어야 한다. 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선택의 차원의 반론이다.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국가와 사회는 반드시 국민들과 구성원들 전체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만 한다.

미국이 엄청난 규모의 든든한 시장을 배경으로 해서 민간자본을 중심으로 클라우드를 만들었다면, 규모의 경제 실현이 힘든 우리는 공공자본을 중심으로 클라우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클라우드는 <지능화된 디지털 트랜스포머다.

'값싸고 엄청난 컴퓨팅 파워(Cloud)를 바탕으로
모든 것에 감각지능(IoT)을 심어서 서로 믿을 수 있게 연결(Mobile)하고
인간이 의식하지 못했던 세상의 움직임을 포착(Big Data)하여
예상되는 문제들에 선제적으로 대응(Artificial Intelligence)하는
지치지도 않고 게으름 피우지도 않는 성실하고 세밀한 지능화된 디지털트랜스포머.'
 
이 <지능화된 디지털 트랜스포머>를 만들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화가 필요하다. 이런 공공의 사회적 자산의 토대 위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연립방정식 만들기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한다. 미래 세상의 주역이 될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 그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들이 마음껏 날개 짓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를 만들어주고 기성세대들이 뼈아프게 놓쳤던 축적의 토대에 대한 중요성을 넛지해줘야 할 때다.

◆ 아이디어가 흐르고 춤추게 해야 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아이디어를 손쉽게 실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만나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연립방정식을 만들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스케일을 확장시켜 갈 수 있다. <지능화된 디지털 트랜스포머>는 그러한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놀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 있다. 가장 손쉽게 자신의 도메인에서 다음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다.

① 미래의 일에 대한 선제적 대응하는 일
② 가성비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일
③ 전주기적 관점에서의 최적화를 실현할 수 있는 일
④ 보다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효율을 실현할 수 있는 일
⑤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실현하는 일

GE가 가전사업부를 버리는 대신에 자신들이 만드는 항공엔진과 기간시설플랜트에 센스를 달아서 회사에 Digital Twin을 만들어서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자신들이 제공한 항공엔진의 상태를 정확하게 안다. 아프리카에 만들어진 발전소에 언제쯤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를 미리 예측하고 부품을 교환 하는 등의 Before Service를 한다.

일본의 우주개발추진위원회가 그리는 새로운 수산산업은 그 생각의 스케일이 장대하다. 촘촘히 띄워진 위성으로부터 5대양의 플랑크톤의 움직이는 경로를 파악하고 예측한다. 자율항해능력이 있는 가두리 양식장은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플랑크톤과 조우할 장소로 이동한다. 더 이상 양식장에 사료를 주는 노동은 불필요하다. 비용도 획기적으로 준다. 첨단 배송시스템을 이용해서 신선한 생선들을 가정으로 직접 배송을 한다. 바다를 끼고 있지 않는 나라들도 양식업을 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연립방정식이다. 기본방정식에 대한 토대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기본방정식을 클라우드처럼 제공해주는 토대가 있어야 하고, 이런 토대를 만들어 주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전문적인 시설이나 기업이 있어야 한다. Cafe24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례다. 소규모 회사들이 하기 힘든 쇼핑몰 사이트만들기에서부터 나라마다 다른 결재시스템, 배송시스템, 마케팅 시스템을 Cafe24에서 제공할 수 있다. 그것도 합리적인 가격에.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있다면, Cafe24의 도움으로 지구촌적 점포와 물류시스템과 마케팅체계를 단번에 구축할 수 있다.

Cafe24와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우리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신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게 하려면 Cafe24와 같은 개념의 <지능화된 디지털 트랜스포머> 전문클라우드가 양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능화된 디지털 트랜스포머>와 같은 전문클라우드는 만만치 않다. 준비하고 실험해볼 것이 너무나 많다. <지능화된 디지털 트랜스포머>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플랫폼들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데이터 SOC를 만들어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공부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Digital Twin플랫폼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관제를 위한 디지털 SCADA가 필요하다. 그리고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초연결시대의 연결에 대한 신뢰,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기반 플랫폼인 Public CPS Intranet이나 Organic Security이 선결되어야 한다. 더 이상 공인인증서나 비밀번호에 의존하는 구닥다리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할 수 없다.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을 때, 지체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고, 그런 아이디어에 또 아이디어를 보태어 실험할 수 있는 <협업적 혁신의 놀이터>가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흐르고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들을 끊임없이 생성할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 축적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간이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한 지 50년이 되었다. 지금은 25개의 출연연구기관이 존재한다. 그 속에 생활하는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자신 컴퓨터에 자신의 실험실에 지적자산을 쌓고 있다. 그 자산들이 가치가 대단한 것이든 대단하지 않는 것이든 상관없다. 그들 하나하나가 우리가 꿰어야 할 구슬이다. 꿰어진 구슬은 바로 스타트업과 기업들에게 클라우드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이젠 세상에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새로운 도구>들이 될 수 있도록 흩어져 있는 지적자산들을 모으고 잇고 꼬고 쌓고 늘리는데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할 때가 되었다. 그러한 도구들이 쌓여 클라우드가 된다.

선진국들이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의 과실을 먼저 먹고 긴 축적의 시간을 가졌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삼아 단시간에 축적을 이루었다면, 우리는 지난 50년간 출연연에 소리없이 축적을 해온 셈이다. 이제 그것을 꺼낼 때가 되었다. 꺼내서 세상을 이롭게 할 때가 되었다.

그 축적된 지적자산을 사회적 자산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쌓아서 <지능화된 디지털 트랜스포머>라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그다음엔 수많은 도메인 전문가들이나 스타트업이나 중소, 중견기업, 대기업들이 직접 그 트랜스포머를 가지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어줍짢게 민간자본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말자. 민간자본은 그냥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든지, 아니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에게 최고의 비빌언덕이 되어 주어서 그들의 무한 성장과의 과실을 공유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할 때가 되었다.

산을 쌓고 연못을 만들어 불을 채워 배를 띄워서 아이디어가 흘러 연결되고 또 연결되어 수많은 새로운 개념들을 창출하고 실현되는 장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아무리 늦었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토의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몇가지 도출되었다. 첫 째는 경계의 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재설계는 필연적인 과정이고 세상의 연결고리의 확대로 인하여 관련 생태계의 범위도 확대되는 상황인 만큼 전체 관련주체들의 모든 관심사들을 고려하는 생태계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각 도메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개념을 고려할 때,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다.

둘 째는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 설계에 있어서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일 중에 하나가 데이터가 영역에 상관없이 물 흐르듯이 흐를 수 있게 하는 Data Transparence의 확보였다. 이 Data Transparence에는 Syntax의 통일뿐만 아니라 Semantic의 통일까지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국가표준 활동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부분이다.

셋 째는 축적된 데이터들의 재활용체계 구축과 지적자산의 부가가치 확대 방안과 분배체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축적되어 있는 단위기술이나 단위설계도 레벨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꾀하기 보다는 그것들이 결합되어 새로운 개념 창출을 촉진하게 하고, 그것으로부터 부가가치가 더해져서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도록 한 후, 합리적인 성과분배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의 고민이 필요하다.

출연연 조직의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출연연간, 또는 시장으로 학대되어서도 이러한 골격이 유지될 수 있는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대부분의 표준포럼들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시장의 새로운 세그먼트를 이루는 큰 개념을 함께 만들어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체계를 잘 운영하고 있다.

넷 째는 세상을 디지털지능화(IDX)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IDX공통플랫폼의 준비였다. 아키텍터들이 모여서 각 도메인에서 요구되는 고려사항들을 토대로 공통플랫폼에 대한 유연한 층간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 째는 디지털지능 또는 디지털 트랜스포머의 개념이다. 값싸고 엄청난 컴퓨팅 파워(Cloud)를 바탕으로, 모든 것에 감각지능(IoT)을 심어서 서로 믿을 수 있게 연결(Mobile)하고, 인간이 의식하지 못했던 세상의 움직임을 포착(Big Data)하여, 예상되는 문제들에 선제적으로 대응(Artificial Intelligence)하는, 지치지도 않고 게으름 피우지도 않는 성실하고 세밀한 지능화된 디지털트랜스포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도메인의 컨셉 디자인을 도와주는 컨셉 디자이너들의 결집과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

미국, 중국, 일본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미래전략인 IoT, AI, 로봇, 우주는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 사료된다. 방향은 따르되 우리의 길을 만들며 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속가능성을 이야기 할 여력이 남아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형의 가치는 굳이 선진국과 경쟁을 필요없다. 그들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 <평행가치>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가치의 우주>는 무궁무진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미래전략을 이야기 할 토대들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25개 출연연에 쌓여있는 구슬들이 우리의 손을 기다리고 있음이 손끝에 전해져 오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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