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22일 '4차 산업혁명 다시 생각한다' 원탁토론 개최
"'4차 산업혁명 성공=일자리 창출' 발상 바꿔야···다양한 전문성 상생발전 必"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핵심기술 개발 역량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핵심기술 개발 역량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4차 산업혁명만 발전하면 일자리가 늘고 우리나라가 자연스럽게 발전시킨다는 발상은 맞지 않다. 과학적 전문성을 포함해 건강한 시민사회에 요구되는 다양한 전문성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란 구호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가 부족한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에 이번 정부가 집중해야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홍성욱 서울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이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116회 한림원탁토론(4차 산업혁명을 다시 생각한다)' 주제발표에서 "구호만 요란한 4차 산업혁명 열풍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는 노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언급은 과거에서도 종종 나타났다. 미국 사회학자인 해리 엘머반스는 1948년 세계가 이미 세 차례 산업혁명을 겪었다고 기술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외에 1940년 미국의 경제학자 알버트 카와 1980년 초 경제학자 로스토도 당시 진행되고 있는 기술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렀다.
 
이미 오래 전 부터 4차 산업혁명이 외쳐졌는데, 왜 우리는 이제야 4차 산업혁명에 열광하게 됐을까.
 

홍 교수는 2016년 다보스 포럼에 이은 알파고 쇼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공지능을 개발해야한다는 대국민 담화와 정부의 4차 산업혁명관련 정책 등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급물살타게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흐름에 따라 많은 과학자도 4차 산업혁명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가 최근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나은 미래사회가 올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선점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연구현장에서 요구되어왔던 ▲연구자율화 ▲기초과학 투자 확대 ▲연구개발 규제혁신 등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에 연연해 말고 지금 일어나는 기술변화와 요구되는 정책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런 변화를 주도하며 이끌어 나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보다는 내용과 정책이 더 중요할 것"이라며 우리가 국제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문제들, 예를 들어 ▲교육시스템의 질 ▲관세장벽 ▲정부 정책의 투명성 ▲창의적 교육시스템 ▲정부규제 등이 함께 가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고사하고 국가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또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핵심기술로 꼽는 것이 제각각"이라며 "해당 기술들에 총력을 기울여 투자해도 선진국과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열풍도 선진국을 따라잡고 추격해야하는 추격형 정책의 최신버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홍 교수는 "핵심역량과 핵심기술을 가진 일본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이번 정권이 펼쳐야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닌 기초"라며 "이번 정권에서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초와 핵심역량을 다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토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모호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는지, 어떤 난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등을 명확히 해야하는데 공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많은 토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모호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는지, 어떤 난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등을 명확히 해야하는데 공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절실한 것은 창의력과 융합, 협업, 비판적 사고 등 예전부터 계속 얘기되어왔던 측면들"이라면서 "이런 점들은 우리의 오래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들, 현시점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방법과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허구이건 아니건 간에 이 용어가 세간에 중요한 관심사로 조명 받고 있다는 것은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 매우 반가운 일"이라며 "과학기술계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도약의 기회로 삼는데 몰두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된 창의성, 상상력, 융합기술, 혁신 등을 추구할 방법과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윤태웅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대표는 "불분명한 4차 산업혁명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왜 말하려는지, 또 어떤 난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등을 명확히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의 영역에서 주로 논의된다는 점을 빼곤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며 "그런데도 지금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에 놓여있다. 과학이 정보통신기술의 도구처럼 인식돼선 안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4차 산업혁명 준비 랭킹을 세워놓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 순위에 비해 정부규제나 입법투명성 등이 낮은 상태"라며 "국회가 가져야할 과제는 무엇인지 공부하고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영완 조선일보 과학전문기자는 세계100대 스타트 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했을 때 절반이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라는 보도 등을 인용하며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든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등을 개선할 수 있는 목소리를 원로과학자와 언론 등이 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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