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 정부의 과학기술도 정치로 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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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 2017.08.08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계 핵심 라인이 정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연구개발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신설부서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까지 마무리됐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새로운 인사체제에 기대보다 염려의 기운이 크다. 인사가 진행될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기대를 모았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 단행이 이러한 어두운 연구현장 분위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과거 전국민을 놀라게 했던 황우석 교수 사태의 중심축 인물이 과기혁신본부장에 임명되며 과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문제를 지적하며 나서고 있다.

각 정당과 시민단체, 학계에서 성명서를 통해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연구현장에서도 과학기술계의 모독이라고 꼬집으며 일각에서는 과기혁신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반발 움직임도 보인다. 

과학과 정치는 어떤 관계일까. 독립적일까, 아니면  협치의 관계일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된다.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니 새로운 정부가 들어 설때마다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에 의해 과학기술정책이 좌지우지 되는 구조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새정부 시기마다 과학계 거버넌스가 거론된다. 지난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에 ICT가 합쳐지면서 과학기술도 속도전으로 평가됐다. 규제가 더해지며 연구현장을 옥죄는 상황이 됐다. 관료주의도 만연했다.

무엇보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에 구분하지 않고 기술이전, 사업화로 연구성과가 평가되며 연구현장은 더욱 연구하기 힘들어지는 형국이다. 지속가능한 신성장 동력의 희망들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태다.

정권이 교체 때마다 인사태풍도 거세다. 보은 인사가 관행처럼 이어지며 줄서기도 나타난다. 과학계의 폴리페서(정치적 교수), 폴리리서쳐(정치적 연구자)가 양산되기도 한다. 그만큼 연구 현장 분위기는 눈치보기로 뒤숭숭해졌다.  

모 정권 시기에는 임기가 남은 기관장까지 전부 물갈이를 하고 낙하산 인사로 채웠다. 보은 인사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과학계는 별다른 소리를 내지 못했다. 몇몇 낙하산 인사는 자리보전에 급급하며 3년 임기를 채웠다. 과학기술 후퇴는 연구현장의 짐으로 남겨졌다.

문제가 제기되자 규정을 바꿔 임기를 보장하고 새로운 기관장이 선임되기까지 임기를 연장키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도 인사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후임 기관장 선임과 상관없이 임기만료된 과학기술계 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내게 했다. 정치가 과학을 지배한다는 인식이 드는 이유다.

과학기술계 골격 인사가 끝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연연 등 과학계 인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 연구회 이사장도 정치적 인사의 내정설이 나돈다. 이사장 내정설은 출연연 기관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는 과학계를 비롯해 대한민국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 적폐가 양산되고 관료주의가 확대되며 연구현장은 무너지고 국가의 위상도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망가진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정치적 입김에 의해 피폐해진 과학기술계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사가 필요하다. 

과거 행태의 답습으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참여정부 시기의 과기정책 부활, 인사 복귀로는 피폐해진 과학계가 회복되기 어렵다. 특히 선진국 기술을 넘어서며 세상에 없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신뢰 기반의 연구 문화가 함께 가야 한다. 

혹자는 이번 과기혁신본부장 인사를 두고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인사는 모든 일의 출발점이다. 육상 경기는 출발선에서 선수가 오류를 범할 경우 실격처리한다. 심각 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선수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과학 선진국들은 우주로 치고 나가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내부 문제와 과거 행태를 답습하는 정치적 이기주의로 과학기술 퇴보를 지켜 보고 있어야 할까. 국민의 염원을 모아 새롭게 세워진 대통령답게 참신한 인사와 정치적 행보, 정책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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