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①]강국들, 우주 선점 레이스 본격화
앞으로 10년이 미래 100년 좌우, 투자긴요

화성으로 가는 가족 여행 상상도. '뉴 스페이스 2017'컨퍼런스에서 선보인 그림. 미국인들에게 우주가 일상이 되었음을 상징하는듯 하다. <사진=특별취재팀>
화성으로 가는 가족 여행 상상도. '뉴 스페이스 2017'컨퍼런스에서 선보인 그림. 미국인들에게 우주가 일상이 되었음을 상징하는듯 하다. <사진=특별취재팀>
우주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에게 우주는 먼 미래로 생각된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은 이미 현재이다. 특히 미국은 우주 시대를 리드하는 국가로서 우주에 대대적 투자를 하고, 많은 기업가들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은 그 가능성을 깨닫고. 10년 내 세계 우주 산업의 리더가 되기 위해 착실히 기반을 닦고 있다. 

미·일에 있어 우주는 이미 인터넷 이후의 물결이다. 인터넷이 지구를 하나로 묶어 지구촌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인공위성이 세계를 묶어 지구를 더욱 긴밀하게 엮는다. 광통신이 깔리지 않아 인터넷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70억 인류 가운데 54%. 하지만 인공위성이 군집위성으로 깔리면 전 지구는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사람 없이 AI와 로봇에 의해 달이나 화성에 기지가 세워지고, 자원이 채굴되며, 태양계를 벗어난 탐험도 가능해진다. 대한민국이 잘 모르는 가운데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를 새로운 활동 무대로 인지하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 현장을 10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과 일본은 우주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는 뒤에서 서포터하고 민간이 사업 기회를 보고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일본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우주에 눈을 뜨고, 정부가 앞장서 여건을 조성하고 민간들의 참여를 권하고 있다. 민간도 우주가 중요한 사업 기회이고, 생존 요소라는데 눈을 뜨고 적극 힘을 합치고 있다.

지구 주변에 수백개의 위성을 띄워 놓아 지구 전체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 3년 뒤인 2020년에는 현실화될 전망이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이 코앞에 있는 것이다. <사진=특별취재팀>
지구 주변에 수백개의 위성을 띄워 놓아 지구 전체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 3년 뒤인 2020년에는 현실화될 전망이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이 코앞에 있는 것이다. <사진=특별취재팀>
먼저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민간 차원의 우주 진출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업 기회를 찾는 'New Space Conference'. 올해로 10년째이다. 그간 미국 전역을 돌며 대회를 열어왔다. 이곳에는 우주 관련 스타트업 뿐 아니라 국방부와 군, NASA 등 정부 관계자와 보잉 SSL 등 대기업, 구글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등 중견 벤처, DFJ와 같은 벤처 캐피탈, 대학, 룩셈부르크, 일본 등 외국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해 우주에 대한 꿈을 나누고, 실현 방안을 찾는다.

올해 나온 이야기 가운데는 달과 화성의 기지 건설과 광물 채굴 등 우주 진출과 Orbital Insight와 같이 지구 궤도에 위성을 띄워 지구를 한 눈에 바라보며 펼치는 비즈니스 구상 등이 주로 나왔다. 여기서 나오는 구상은 SF가 아니다. 2020년을 전후로 펼쳐질 근 미래 이야기이다. 그 가능성을 보고 자본이 투자되고, 젊은이들이 사업에 뛰어들며 미래를 열어 나간다.

이들에게 우주는 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혹자는 말한다. "인류 제 2의 대항해시대의 개막이다" 500년 전 마젤란의 신항로 개척으로 지구 차원의 탐험이 이뤄졌고, 그것이 막을 내렸다면 인류는 이제 우주로 가서 새로운 탐험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로, 화성으로, 소행성으로 가서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고 도전을 하고자 한다. 그 일을 미국이 앞장서고 있고, 일본·중국·룩셈부르크·러시아·영국·독일·포르투갈 등에서 정부 혹은 개인이 기회를 보고 열정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꿈이고, 예술이다"라고 미국에서 만난 우주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물론 여기에는 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항해 시대의 사례에서 보듯이 선점으로 인한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이 전제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 등이 우주에 도전하는 것은 고상함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리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대한 도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후발국들에 비하면 역시 모험 자본가들의 도전이라고 하겠다.  

대표적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짐작이 간다.  Jeff Bezos, Elon Musk, Sir Richard Branson, Paul Allen, Mark Zuckerberg, Yuri Milner, Larry Page, Eric Schmidt, Robert Bigelow, Naveen Jain, James Cameron, Charles Simonyi, Ross Perot Jr.(위키피디아 인용) 또 골드만삭스는 뉴 스페이스의 시장 규모를 20여 년 뒤 수 조 달러 규모 산업이라고 전망한다.

일본도 최근 들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미래비전은 '우주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 우주 산업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를 현재의 자동차 산업과 유사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우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대략 나눌 수 있다. 

하드웨어란 우주로 위성을 보내는 로켓을 비롯해 인공위성 등 구체적인 물건이다. 소프트웨어는 위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하는 정보 산업을 가리킨다고 하겠다. 일본이 노리는 것은 일본인 특유의 정밀 제조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주 산업의 주도권을 잡자는 것.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선 하드웨어 분야. 앞으로 세계 소형 위성 시장은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위성은 크게 무게를 기준으로 대형 위성과 소형 위성으로 나눈다. 소형 위성은 500kg 이하이고, 초소형 위성은 10kg 이하. 큐브 위성은 크기가 10cm x 10cm. 미국과 유럽이 대형 위성 강자라고 한다면 일본은 소형 위성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 주역은 도쿄대 공대 나카스카 신이치(中須賀真一) 교수.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최초로 초소형 위성을 우주로 띄운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7개의 소형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나카스카 교수가 달성한 큰 업적은 부품 서플라이 체인의 형성. 우주 관련 부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일본 중소기업들에게 우주 산업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일일이 기술 지도를 하며 공급망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차세대 우주 시스템 기술 연구조합'(www.nestra.jp). 산학연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연구조합에서 우주 기술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다. 2020년 전후로 지구에 1000여개의 소형 위성이 우주로 쏘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표준화 혹은 대량 생산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활약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쓰비시 중공업 등 대기업들도 스페이스X 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발사 시장 참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 우주 전문가는 일본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내놓지 않아서 그렇지 발사기술들은 예의 주시하며 자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일본 대기업들의 우주 산업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이토추와 미쓰비시 등은 미국의 위성 데이터 서비스 기업인 Orbital Insight에 주요 주주로 참가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가 갖고 올 파급력을 알고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준비하는 오바야시(大林組)건설은 우주 덕후 및 전문 벤처들을 발굴하기 위한 S-부스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들어 제도 정비를 마쳤다. 우주기본법을 2009년 입법했고, 이에 의거해 우주 기본 계획을 2016년도에 우주산업 비전 2030을 올 5월에 입안했다. 특히 우주 비전은 '제4차 산업혁명하의 우주이용 창조'란 부제를 달고 있으면서 우주를 산업측면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의 우주 비즈니스 참가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일본의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 소년 시절 만화와 영화, 소설 등으로 우주를 꿈꿨다가 이제 기회가 마련되며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우주 산업을 중시하고 있다. 우주 기술이 국방에 있어서도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며 안보 차원에서도 우주 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위성은 한 대도 없으면서 백 대 가까운 위성 영상으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손바닥 보듯 빼꼼히 파악한다. 오비탈 인사이트는 각종 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석유 저장량, 주차장, 농업, 교통 등 각종 정보를 정부나 기업 등에 제공한다. 21세기판 지니라고 할까. <사진=특별취재팀>
위성은 한 대도 없으면서 백 대 가까운 위성 영상으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손바닥 보듯 빼꼼히 파악한다. 오비탈 인사이트는 각종 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석유 저장량, 주차장, 농업, 교통 등 각종 정보를 정부나 기업 등에 제공한다. 21세기판 지니라고 할까. <사진=특별취재팀>
일본과 미국은 전통 우방의 관계를 우주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재일동포 출신 기업인 손정의 소프트 뱅크 회장이 그 한 가운데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하순 열린 소프트뱅크 연례 컨퍼런스에서 손 회장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를 소개하며 그 가운데서도 주목할 만하다고 한 기업을 소개했다. 

그 회사는 OneWeb. 900개의 소형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를 하나의 망으로 엮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가진 기업이다.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나 남미 등 통신 후발국이 없어진다. 광통신망이 없이도 세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가 여기에 투자한 돈이 10억 달러. 2018년부터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시작해 2024년까지는 수백 기를 우주에 띄우고 2027년부터는 전 세계의 디지털 디바이드를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자동차와 배, 철도, 비행기 등의 교통기관 내 통신망을 완성해 상용 서비스를 하며 수익원을 마련하는 구상이다.

100조원 펀드를 가지며 세계적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손 회장의 미래를 보는 능력은 탁월한 것으로 이미 야후, 알리바바, ARM 등의 투자 사례에서 입증된 바 있다. 소프트뱅크가 특히 미래 사업 방향을 AI, IoT, 로봇, 인공위성으로부터 오는 데이터를 AI 등으로 분석할 경우 파괴력은 가공할 것으로 주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일정한 연대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특히 중국과 인도가 우주 분야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최근 들어 잇단 성공 스토리를 써내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은 물론 위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고, 달기지 건설과 태양계 탐사 등에서도 독보적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주 관련 인력의 젊음이다. 일본에서 최근 출간된 '중국, 우주 강국에의 야망'이란 책에서는 우주 개발 종사자의 55%가 35세 전후라고 말한다. 2014년 발간된 미국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우주 관련 종사자를 100만으로 본다. 

이 가운데는 기업과 발사기지 등의 인력도 포함한다. 그런 가운데 55%가 35세 이하라는 것. 젊은 만큼 에너지도 있고 창의적이며, 미래에 대한 의욕도 가지며 혁신을 리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의 우주는 개막 초기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 흐름을 타면 우리도 함께 갈 수 있을 것이고, 못타면 과거 개항이 늦어 선진 문물을 수용하지 못하면서 식민지로 전락한 비극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

우주가 특히 파괴력이 큰 이유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각종 경쟁의 완결판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산업뿐 아니라 안보 문제에 달과 화성이란 미래 영토도 걸려 있다. 우주에 대한 과학자 및 지식인 그룹의 이해와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가 제조업과 IT에서 세계 정상급에 도달한 이후 세계 흐름을 못 따라 잡고 있다. 국가 전략 부재가 큰 원인이다.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내부 문제에만 골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계의 움직임을 알리기 위해 최근 두 달 사이에 보고 온 미국과 일본의 현장을 우선 소개하고자 한다. 전문가들의 기고도 실을 예정이다. 취재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기사로 이야기 못한 부분도 알리도록 하겠다.

기획 연재를 바탕으로 우주 및 SF 포럼 등 후속방안도 고려하고자 한다.
이번 취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 사업으로 가능했다. 두 기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취재는 강민구, 박성민 두 젊은 기자와 김요셉 팀장, 이석봉 대표기자 등 특별취재팀에 의해 진행됐다. 다닌 곳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와 나고야 등이다. 취재에 흔쾌히 응해주신 미국과 일본의 기업인 및 전문가 분들께 크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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