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말말말, 엮어서 책 만드는 것이 '출판'"

[과학! 읽다③]'대중의 과학화' 출판 한길 20주년 '사이언스북스'
종이책 외 SNS·팟캐스트·전자책 등 다양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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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2017.08.02

우리는 과학기술을 경제발전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과학기술을 통해 지난 50여 년간 경제성장을 이뤘고 부를 축적했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의 가치를 경제발전 수단으로 한정지어야할까. 과학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백년대계를 앞두고 이젠 그 시선과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을 경제발전 수단에 한정짓지 말고 인류의 지식과 교육, 노동, 문화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과학과 대중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글로 풀어내는 과학출판사 사람들이다. 대덕넷은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과학기술의 가치는 무엇이며, 과학기술 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작지만 진보된 행보를 조명한다. '과학! 읽다'라는 기획보도로 연재한다.[편집자 주]
 
사이언스북스는 민음사의 창업자인 고(故)박맹호 회장의 결심으로 시작된 과학출판사다. 민음사는 사이언스북스 외에도 어린이 도서, 일러스트 도서 등 각 분야에 맞춘 출판사를 설립해 운영 중에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사이언스북스는 민음사의 창업자인 고(故)박맹호 회장의 결심으로 시작된 과학출판사다. 민음사는 사이언스북스 외에도 어린이 도서, 일러스트 도서 등 각 분야에 맞춘 출판사를 설립해 운영 중에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학기술이 사회의 필수 교양이 될 것입니다."(고(故) 박맹호 회장)"과학

출판업체 민음사의 창업자인 고(故) 박맹호 회장은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 필수 교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업 이후 4천여 종이 넘는 책을 펴내며 한국 지식사회를 이끌어왔다고 평가받는 그의 제안이었다.
 
자연과학 분야출판을 담당했던 '민음의 과학'시리즈에서 본 박 회장은 1997년 '사이언스북스'라는 별도의 과학출판브랜드를 출범하기 이른다. 뚝심 있게 한 길을 걸은 사이언스북스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사이언스북스가 내놓은 과학책은 666종 810권이다. 현재 사이언스북스의 대표는 박맹호 회장의 아들 박상준 대표가 맡고 있다.
 
박 회장의 결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최근에는 과학책을 접하는 독자층이 증가함과 동시에 다양해졌다. 사이언스북스에서 2001년부터 과학책을 만든 노의성 주간은 지난 10년 전에 비해 과학책의 판매수와 출간 종수가 많이 늘어남을 실감한다.
 
"온갖 과학책이 출판되고 있고, 국내외 좋은 과학자들의 책들이 적극 출간되는 것이 최근 과학서적의 트랜드"라고 말한 노 주간은 "과학이 단순 유행이 아닌 교양지식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또 과학은 한때 남성들의 전유물 혹은 이공계 출신의 취미로만 여겨졌지만 지식사회가 되면서 여성독자층이 크게 유입됐다. 이런 점들로 인해 과학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화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사이언스북스는 네이버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에 '과학수다'를 오픈했다.<사진=오디오클립 캡쳐>사이언스북스는 네이버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에 '과학수다'를 오픈했다.<사진=오디오클립 캡쳐>
지식사회로의 변화,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이와 맞물려 다양한 활동을 한 사이언스북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20년간 고집해온 모토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 사이언스북스는 인터넷, SNS,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술에 접목해 과학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에 '과학수다'를 오픈해 사이언스북스의 주요 저자들이 화려한 입담으로 과학으로 웃고 떠드는 컨텐츠를 계속 발신중이고, 책과 관련된 미니 과학강연 등 신선한 과학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늘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20주년을 맞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비매품으로 출판한 '칼세이건 살롱'도 그 중 하나다. 사이언스북스는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출판 이후, 그가 남긴 메시지를 보다 많은 독자들과 넓게 읽기 위해 칼 세이건의 부인인 앤 드루얀을 비롯해 과학자와 기자, 작가 등과 함께 과학강연 '칼 세이건 살롱 2016'을 개최한 바 있다. 비매품 칼세이건 살롱은 과학강연에서 나온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책이다.
 
노 주간은 "우리의 고전 모토는 '대중의 과학화'다. 독자들에게 가깝고 깊게 다가가기는 우리의 관심사"라며 "대중의 과학화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획으로 독자들을 과학과 친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미디어와 컨텐츠를 생산해 발신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칼세이건 살롱 모습.<사진=사이언스북스 제공>지난해 11월에 열린 칼세이건 살롱 모습.<사진=사이언스북스 제공>
 
◆과학자들의 '수다' 놓치지 않고 책으로
 

"증발하는 말을 붙잡아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분들이 많은 강연을 하시는데요, 강연을 넘어 책을 쓰시는 것을 제안드리고 있습니다.(웃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을 공손하고 조리 있게 잘 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한 일도 말로 잘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말은 기록하지 않으면 증발하듯 사라지거나 전달과정에 와전이 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말로만 해서는 증발한다. 이런 안타까움에 그는 과학자들을 만날 때면 '책을 써보세요'라고 권유한다. 연구자가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개발을 하기보다, 시민과 소통해보라는 제안이다. 세금으로 연구개발을 하는 만큼 국민에게 과학기술을 알리고 본인의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평가나 제도상의 한계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책까지 쓰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 이에 사이언스북스는 흩어지는 말을 잡기 위해 8~9년 전 무작정 KAIST를 찾았다. 명강연이 있으면 그 내용을 우리가 책으로 엮어보겠다는 의지에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KAIST와 공동 기획해 만들어진 'KAIST 명강' 시리즈다. KAIST의 연구성과를 일반인들과 함께 나누고 대중화하기 위해 마련한 연속기획으로 사이언스북스는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1, 2권의 경우 과학기술계 베스트셀러로 꼽히며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산업디자인을 주제로 4권을, 의학을 주제로 5권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은 "한때 남성들의 전유물, 혹은 이공계 출신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과학이 변하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 현 과학출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은 "한때 남성들의 전유물, 혹은 이공계 출신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과학이 변하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 현 과학출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그는 "과학자들의 강연, 대담, 수다에 이르기까지 흩어져 증발하는 말들이 많은데 이걸 묶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며 "자주는 아니지만 두세 달에 한 번 대덕단지를 찾는다. 꾸준히 말을 글로 옮기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 주간은 "언론매체 등 과학자들이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자기 연구주제를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완벽하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20년 만들 것"
 
지난 3월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치르느라 숨 가빴던 사이언스북스는 한숨 돌릴 틈 없이 향후 20년을 위해 또 한 번 달릴 계획이다.
 
지난 4월 영국의 DK 사와 공동 제작·발간하는 새로운 시리즈의 첫 책으로 '인체 원리'를 출간한 사이언스북스는, 우주 탄생부터 현대 문명까지 138억 년의 광대한 역사를 소개하는 '빅 히스토리'를 9월 출간할 예정이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하는 국내 과학자를 소개하는 책들도 꾸준히 출판 할 계획이다. 그 중 하나가 지난 6월 한국계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서거 40주년에 맞춰 재출간한 '이휘소 평전' 이다.
 
팟캐스트나 SNS를 통한 과학 알리기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그는 "SNS를 통해 과학자들과 공식적으로 연재물들을 쓰고 있다. 이 연재물을 엮어 출판할 예정"이라며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으로 많은 독자가 유입되기 때문에 그 흐름을 쫓아 과학대중화를 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SNS가 빠르긴 하지만 책은 고유의 속도가 있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빨리 변하지만 중력파와 같이 100년 만에 탐지 가능한 분야도 있다"면서 "과학의 여러 주제나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책가 가장 잘 어울리는 컨텐츠를 찾아 옮기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 주간은 "앞으로는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20년을 만들 것"이라며 "종이책뿐 아니라 오디오, 동영상, SNS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과학 컨텐츠를 재밌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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