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간판 단 '과기부' 제대로 기능할까?

범부처 R&D 컨트롤타워 '과기혁신본부' 실장급 실종···종합 조정기능 우려
"연구현장 옥죄는 부처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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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2017.07.27

26일  정부과천청사 5동 현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원들이 현판제막을 하고 있다.<사진=과기부 제공>26일 정부과천청사 5동 현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원들이 현판제막을 하고 있다.<사진=과기부 제공>
"과기부에 힘을 실어준 건 좋다. 그런데 일을 할 손발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차관급으로 운영되는 과학기술혁신본부 밑에 실장이 없다는 것은 심히 우려된다. 타 부처의 실장급과 과기혁신본부의 국장이 함께 논의할 일들이 많을 텐데 제대로 기능을 할지 걱정이다."(S대학 교수)
 
"이번 개편안은 환영할 일이나 간섭하는 조직이 되지 않길 바란다. 청와대가 시키면 일단 하고 보는게 과기부처였다. 출연연의 인재가 떠났고 해외로 공부하러 간 인재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과학기술계를 피폐하게 한 것들이 무엇인지, 진짜 과학기술계 문제가 뭔지를 고민하고 본질적 문제를 꿰뚫는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A대학 교수)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6일 정부조직개편 시행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로 부처명을 바꾸고 일부 조직 규모도 개편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차관급 과기혁신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3차관 체제가 됐다. 1차관 밑에 ▲기획조정실 ▲연구개발정책실이, 2차관 밑에 ▲정보통신정책실이 마련됐다. 과기혁신본부 하부에는 실 단위 조직 없이 ▲과학기술정책국 ▲연구개발투자심의국 ▲성과평가정책국이 마련됐다. 이 중 R&D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 정책기능 강화를 위해 성과평가정책국과 평가심사과가 신설됐다.
 
과기혁신본부 역할은 범부처 연구개발 컨트롤타워다. 20조원에 육박하는 R&D 예산 심의·조정 권한과, 기존에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R&D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권한을 갖게 됐다.

그러나 실장 없이 3개의 조직만을 갖춘 상태여서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출연연의 한 박사는 "과기혁신본부에 실장 없이 3개의 국만 존재하는데 제대로 된 종합조정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며 "정부조직개편 취지에 맞게 설계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대학의 교수도 "공무원 세계에서는 급수가 중요하더라. 과기혁신본부 관계자들이 타 부처의 실장급들과 만나 논의할 일이 많을텐데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S대 교수도 "과기부에 힘을 실어준 건 좋다. 그런데 일을 할 손발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며 "혁신본부장이 혼자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장자리 하나 정도는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기혁신본부는 노무현 정권 시절 만들어졌다가 사라졌던 본부다. 차기 정부에서 왜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반성과 교훈을 잘 살려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과기정책전문가로 활동 중인 P교수는 "과기혁신본부가 종합조정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전제돼야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사, 분석, 평가다.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면서 "과기혁신본부가 해체된 큰 이유 중 하나가 기술 확보에만 치중된 R&D였다. 기술개발이 끝이 아닌, 국민들에게 와 닿는 사회적 가치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법률 등을 컨트롤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직도(변경 후)<사진=과기부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직도(변경 후)<사진=과기부 제공>


◆ 역행하는 과학 정책 "간섭하는 조직되지 말아야"
 
과기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간섭하는 조직이 되지 않도록 부처 스스로 견제하는 자세와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장의 문제들을 컨트롤 하기위한 감독성향이 강한 정책보다 현장의 선순환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과기부에서 추진 중인 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네가티브 규제와 간섭 배제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둔 상황과 역행하는 정책들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과기부가 통보한 '정부출연금 지급 절차안'과 '출연연 학생연구원 4대보험 적용' 등이 대표적 예로 회자되고 있다.
 
과기부는 지난 7월 12일 정부출연금 지급절차안을 마련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출연연에게 매월 출연금 사용내역과 지급 요청 산출근거를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안에 따르면 출연연은 매월 사업계획 대비 산출근거(주요사업비, 시설비 등)를 담은 집행계획서 외에 매월 출연금 사용실적을 추가해야한다. 출연연의 예산 관련 대정부 보고 업무가 연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뀌는 것으로 현장의 반발이 크다.
 
또, 지난 26일에는 출연연 학생연구원의 4대 보험 적용 추진계획을 밝혔다.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못한 채 임금과 복리후생 4대 보험 등에서 차별받아 온 학생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안이지만 전혀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A대학의 모 교수는 "학생들과 학생 4대 보험 적용에 대해 토론을 했으나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더라"라며 "근로자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다. 교육을 받는 학생과는 전혀 성격자체가 다르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잘못에 대해 학생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졸업 후 4대 보험에 따른 퇴직금은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학계 한 인사는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역행하는 행정이 정말 많다. 현장을 모르니 일어나는 일"이라며 "IMF시절 출연연의 정년 단축, PBS제도 도입, 임금피크제까지 이런 정책들이 출연연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봐라. 당장 원하는 결과를 위해 만든 정책들이 미래 과학기술계의 창의성을 퇴화시키고 있다. 정책을 만들 때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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