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리 :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 학습 커뮤니티인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열립니다. ETRI 연구자들이 일반 국민과 선후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들을 탐색하고 고민해 주제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새통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전달드리고자 참가자들이 직접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미래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며, 이를 대비하는 연구원들의 자세와 각오는 어떠한지 글로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지난 21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에서 95차 자발적 학습 커뮤니티인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열렸다. 이번에는 최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가 원자력과 에너지에 관련된 사실을 짚어보고, 원자력과 관련한 다양한 관점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원자력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크게 안전문제, 에너지 자립문제, 경제의 체질 문제, 기후변화 대응문제 등의 4가지로 요약된다. 토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아쉬움은 각각의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실에 입각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또 그것이 종합적으로 모여서 객관적인 검토가 도움이 될 수 있게 소망한다.

◆ 안전 :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핵'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존재다. 암울했던 역사에서 해방되는 시간과 함께한 친구가 바로 ‘핵’이다. ‘핵’은 우리를 기쁘게 한 것인 반면, 그것의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게 된 존재다. 뿐만 아니라, 혁명적 속도로 변해가는 정보 유통의 가파른 성장세는 전 세계 구석구석 그 어떤 소식도 손바닥에 즉시 나타나는 세상 속에 우리를 살게 해주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고마운 친구에 대한 기억보다 최근의 좋지 않은 사건들 때문에 원자력을 무서워 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웹페이지를 통해서 ‘원전 사고’라는 단어를 치면, TMI(Three Mile Island) 사고부터 떠오른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시에서 16Km 떨어진 도핀 카운티의 서스퀘해나 강 가운데 위치한 TMI 원자력발전소 2호기에서, 수랭식 냉각 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원자로 온도가 급상승하며 핵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로 미세하지만 방사능이 노출된 사고이다.
 
TMI 사고에 대한 안전한 조치가 채 끝나기도 전인, 1986년 4월 소비에트연방 우크라이나 SSR 프리피야티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며 방사능을 다량으로 누출하게 된다. 1983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사고 원자로(4호기)는 비정상적인 핵반응으로 발생한 열이 냉각수를 열 분해시킨 결과 발생한 수소가 원자로 내부에서 폭발해 생긴 사고로 기록된 또 다른 유형의 사고다.
 
그 다음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인해 JMA 진도 7, 규모 9.0의 지진과 지진해일로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만 제1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1~4호기에서 방사능을 누출한 사고이다. 지금도 진행 중으로, 이웃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공포를 심어 주기 충분한 사고다. 이 사고는 해일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원자로의 냉각계통에 2차적인 원인을 제공하며 일어났다.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기며 냉각수 펌프 가동을 할 수 없어 일어난 사고이다.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7등급의 위험한 사고로 판정됐다.
 
원전사고 규모나 피해 정도를 보면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세 건의 사고를 돌아보면서, 원전 안전이 인간 제어 능력 밖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않 든다. 원전사고 대부분은 결국 사람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인간의 의식적 인지능력 범위 밖에 있는 비의식적 사고 징후에 대한 공학적 대응조치, 그리고 인간이 조작할 수 없는 형태의 대응조치가 허술했다. 모든 사고는 사전적 예우나 징후가 있기 마련이지만, 인간의 의식적 인지능력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없다. 비의식적 지능과 결합하는 관제 시스템 도입으로 사람 실수 또한 관제 범위 안에서 조절할 수 있다는 공학적 믿음도 필요하다.
 
실제로 다양한 원자력 로봇이 개발 투입돼 인간의 물리적 접근 제약사항과 의식적 인지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예방 안전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원자력로 수명에 대한 추가적인 이해가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설계수명’이다. 처음 원자로를 설계할 때 핵심 재료들의 피로도와 노화를 고려하여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정한 설계 수명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지속해서 부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최초로 추정한 설계수명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자로의 안전도를 평가하여 가동 연수를 늘리는 것을 수명연장(life extension)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용어가 주는 혼란 때문에 최근에 License Renewal이라는 용어로 수정하여 그 뜻을 명확히 한다.
 
토의와 자료 분석으로 느낀 것은 ‘안전’이라는 문제가 도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재로 인한 어이없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공학적 대안이 충분히 있다는 믿음이다. 그런 믿음을 토대로 꾸준히 시스템의 안전도 제고를 위한 설계 보강과 기술 보강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런 안전에 대한 공학적 대안을 믿고,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검토를 통하여 원자력에 대한 의존 필요성이 인정되면, 망설임 없이 공학적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 에너지 자립문제 : 에너지 수급문제
 
현대인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컴퓨터가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휴대폰은 충전하며 음악을 내보내고, 뒤에서는 선풍기도 돌고 있다.
 
점점 더 에너지를 소비하는 물건들이 출현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비의식적 지능의 탄생은 모든 사물에 에너지를 동반한 지적 활동이 일상화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에너지를 먹고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인류 문명사에 디지털이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세상을 재구성해 나가고 있다. 자연의 재창조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 소비가 예상된다. 그런 세상은 시나브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거역하거나 막아설 수 없다.
 
먼 훗날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지난 40여 년간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약 6.6% 수준(OECD 평균 0.9%)이고, 에너지 자립도는 룩셈부르크 0.04, 일본 0.06에 이어 우리나라가 0.17로 최하위 그룹에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로 평가하면 97%에 이른다고 한다.
 
혹자들은 2차 에너지인 전력을 수입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엄청난 규모의 원자력 발전량을 가진 중국을 염두에 둔 대안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만만찮다. 마늘 파동, THAAD 파동으로 겪는 우리 경제의 몸살을 직접 느낀 사람들의 목소리는 고개를 끄떡이게 한다. 전력을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 우리는 정말 중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안전문제를 제일의 판단 기준으로 하는 경우, 우리 에너지 자립도 제고를 위해서 친환경 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3.52% 수준이라고 한다. 이중 폐기물 비중이 65.8%로 가장 높고, 바이오 15.8%, 수력 9.0%, 태양광 3.5%, 풍력 2.5%, 연료전지가 2.1% 수준이라고 한다.
 
자료를 정리하니 짜증이 난다. 이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수준인가 자괴감이 든다. 이미 9년 전에 녹색 국가를 선언하며 친환경 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한 바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풍력은 어느 지역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고 태양광은 어느 지역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자연의 에너지는 일정하게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도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알 수 있어야 한다. 저장 장치를 붙여 일정한 수준으로 평활화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고속도로 전체를 태양광 에너지 생산 시설로 만들 경우,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평활화된 상태의 에너지는 어떤 수준인지 Energy-Mix의 몇 %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판단 해주는 데이터가 없다.
 
참으로 답답한 과학기술계다. 왜 우리가 국민에게 사람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 금방 답을 준다.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는 것인지 같은 연구자 입장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
 
태양광의 경우 태양광 패널 단위 면적당 에너지 생산량의 기준이 존재한다. 그것으로부터 고속도로를 따라 설치할 수 있는 시설 용량을 얼마든지 산출할 수 있다. 그것이 그토록 어려운 작업인가. 그러한 기초 데이터로부터 우리나라 일조시간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평활화시킨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을 산출할 수 있다. 왜 하지 않나. 비용 문제는 두 번째 판단 기준이라고 대통령이 밝혔다. 그렇다면 비용에 대한 고민 없이 최대한 설치 가능한 시설용량과 평활화된 에너지 생산용량을 내놓아야 한다. 뭘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인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이해할 수가 없다.
 
모든 재생에너지가 같은 대상이다. 이러한 기초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에너지 수급문제를, 에너지 자립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나. 이 본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으면 우리 에너지 안보는 한 순간에 무너진다.
 
◆ 경제의 체질 문제 : 산업 구조적 경쟁력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논의도 무의미하다. 나라의 경제구조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누가 뭐래도 제조업 중심이다. 12.6% 수준의 일본, 11% 수준의 핀란드, 독일이 9.9%, 우리나라는 11.2%이다. 제조업은 거대한 장치산업을 전제로 한다. 장치산업은 에너지를 먹는 하마다. 제조단가에는 당연히 에너지 비용이 포함된다.
 
왜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에너지 비용은 중요한가. 그동안 우리나라가 산업용 전기에 대한 높은 할인 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 기업들이 신개념의 제품을 먼저 만들어 시장을 개척해 나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남들이 만든 신개념의 제품군에 대해서 성능이나 가격으로 승부를 겨루는 후발주자(Fast Follower)들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에 시장점유율과 순이익을 비교한 Apple과 삼성전자의 비교가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자료다.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에게 ‘뭐, 새로운 것 없어?’라고 묻지만, 애플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줄 수 있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신개념의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당연히 높은 부가가치를 갖지만, 후발주자들은 성능을 끌어올리고 가격을 낮추어 대결하는 전략을 택하기에 당연히 낮은 부가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낮은 부가가치의 제품에 차지하는 고정적인 에너지 비용은 언제나 가격경쟁의 중요한 변수다.
 
기업이 국가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이기에 세금으로 지속적인 혜택을 주는 것과 국민이 입는 수혜 중 어느 것이 큰가 비교가 에너지 판매 원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기업들이 그 동안 받은 생산원가의 경쟁력 제고에 대해 전 국민적 지원의 어떤 반대급부를 제공하고 있는지 이 참에 정리해서 밝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IMF 이전에는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증가율이 비슷했지만(8% 수준), IMF 이후에는 기업의 소득증가율과 가계의 소득증가율 사이에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것을 보면, 국민이 산업 전기의 높은 할인율에 대해 이해가 어려울 것 같다.
 
다음은 에너지 산업 경쟁력 자체에 대한 논의도 빠뜨릴 수 없는 이슈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한 원전사업(5.6GW)의 규모가 엄청나다. 시설구축비만 21조 원에 이르고 운영유지보수사업 규모도 25조 규모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신고리 원자로 3~4호기의 경험 축적을 토대로 신고리 5~6호기(APR1400, 1.4GW급, 가압경수로)가 건설이 추진되고, 이것이 곧 UAE 원전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SMART 원자로 PPE(Pre-Project Enigneering) 사업 체결도 큰 의미를 가진다. 국내의 공랭식 SMART 원자로(전기출력 100MW급)에 실증사업 없이 해외에 직접 원자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PPE 사업은 원자로 설계, 인력 교육‧훈련, 건설 준비현황과 계획 등의 상정, 검토가 주 내용이다. 국내의 정책적 집약도를 가지고 일으킨 원자력 산업생태계가 글로벌로 확대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의 원자력에 대한 국가적 결정이 ‘탈핵’이 되더라도,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고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원자력의 License renewal의 주기가 60년임을 고려하면, 원자력의 유지보수인력에 대한 투자 또한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가 대형 원자로보다 소형원자로로 기울어진다면, SMART 원자로 사우디아라비아 PPE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국내 실증사업 없이도 가능한 원전산업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유지 발전시키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 기후변화 : 인류가 만든 재앙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다. 미국의 원자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부산물인 질량분석기의 발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1억 년 전까지의 기후를 정확히 복원해냈다. 러시아의 남극기지 Vostok의 빙하 연구결과와 미국 하와이 주 해발 3,396m에 위치한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1928~2005)이 1958년부터 죽는 해 2005년까지 외로운 사투를 벌이며 측정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측정한 Keeling Curve가 정확히 일치함을 보임으로써, 더 이상 기후변화에 대한 다른 논의가 불필요함을 증명했다.
 
Vostok의 측정결과와 Keeling Curve의 1억 년 기후변화 자료를 통하여,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 내외가 기후변화를 막을 ‘마지노선’으로 선언했다. 이러한 정밀한 과학적 사실로부터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지구 온도 2℃ 이내 상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ppm 내외에서 제한해야 한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측정지점은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청정지역이어서 지구급 관측소로 지정돼 있다.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3년 5월 9일 사상 처음 400ppm을 넘어섰다. 지구 연평균 농도는 지난해 400ppm에 도달했다.
 
2017년 6월 현재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09ppm으로, 관측소가 처음 생긴 1958년 3월과 비교해(313ppm) 30.6% 농도가 높아졌다. 2014년 우리나라 독도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403.3ppm으로,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측정지점의 398.6ppm보다 4.7ppm 높았다.
 
우리 인류가 만들어 놓은 시한폭탄의 작동시각이 임박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속적인 온도 상승은 결국 지구 기후조절 중추기능인 해저 대순환계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그것이 지구에 급격한 냉각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불행한 것은 시한폭탄이 터지는 시점으로 달려가고 있긴 한데, 인류의 지금까지 기록으로는 정확하게 그것이 언제 올 지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지구가 2030년까지 견뎌줄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이산화탄소를 37%를 줄여야만 한다. 무조건 화석연료의 연소 최소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에너지 문제는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환경문제이고, 또 시급하다.
 
기후변화의 위급성을 걱정하는 과학기술자들이 원전 안전사고는 제어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이지만, 기후변화는 인류의 제어대상 범위에 있지 않음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 모든 것이 전 세계가 전기차와 수소차 생산을 서두르고, 에너지 제로빌딩 건축을 서두르는 이유다.
 
IAEA 2006의 자료를 보면, 발전원 별로 전주기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볼 수 있다. 1kWh의 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gCO2e/hWh)은 석탄이 991, 석유 782, LNG 549, 바이오가스 70, 태양광 57, 풍력 14인데, 원자력 10, 수력 8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원자력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것은 부대시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Energy-mix (석탄 38.3%-LNG 19.5%-원자력 31.3%)에 대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이 1억6천5백만 톤, LNG가 3천7백만 톤, 원자력이 6만 톤이다. 우리나라가 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감축할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314백만 톤이다.
 
2030년에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851백만 톤의 배출이 예상되는데 이중 37%에 해당하는 314백만 톤(3억1천4백만 톤)을 줄이라는 것이다. 2030년도에는 한해에 5억 8천5백만 톤만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라는 것이다. 참고로 2012년 우리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은 6억8천8백만 톤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 과학기술의 역할론
 
사용하는 예산만큼이나 과학기술에 맡겨진 임무가 막중하다.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정밀한 고민을 할 위치다. 국가와 사회 안전을 위한 대안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 미래에 대한 중차대한 이슈가 존재할 때, 이성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생산하여 불필요한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원자력 논란이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다.
 
과학기술계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연구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데이터 생산이다. 아직 세상을 설명한 지식의 플랫폼인 지식모델을 만들어 낸 경험이 없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축적이 없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자책이 과거의 오류를 보상해 주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Engineering data를 축적하고 Know-how를 축적한다면, 그것이 곧 국가와 사회의 안녕에 이바지 하는 가장 분명한  확신이다.
 
정책입안자들이 안전, 에너지 자립, 경제성장, 기후변화 등에 대한 Multi-objective optimization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데이터 생산이 요구된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연구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을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들었다. 예측 때문에 측정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연구자의 결기와 멋이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 대한민국 과학기술자들도 이처럼 멋져져야 하지 않겠는가.
 
95차 모임을 통해서, 드디어 출연연 연구자들이 하나의 문제 해결 목표를 가지고 함께 대안을 탐색하는 자발적이고 실험적인 모임을 시작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많은 분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이재설 박사의 원자력에 대한 특별한 당부

대한민국 원자력을 말하면서 한필순 박사님에 대한 소개를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그분의 희생이 아니었으면 UAE 원전수주도 없었을 겁니다.
 
또 하나는 북한에 우라늄 매장량이 많다는 것은 허구입니다. 충북 옥천/괴산 지구 우라늄 광 시료를 분석했는데 0.04% 정도의 저품위로 채산성이 없었고 (고품위는 0.1~1% ), 울산 화학공업 단지의 비료공장에서 인산염 폐기물에서 추출 등 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결론은 타당성 없는 것으로 판정됐습니다.
 
미국 정부 기록 보관소(NARA)에, 주로 6.25동란 중 미국이 한반도의 우라늄광 탐사를 한 결과를 기록한 보고서와 전후 이승만 정권 때 한국 원조 차원에서 원자력 과학기술 행사를 지원해 준, 비교적 잘 알려진 내용이 있습니다. 이중 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한반도에는 이렇다 할 우라늄광 매장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잘 알려진 대로 북한에 박천 우라늄정련시설에서 소규모 생산으로 영변 원자로 공급을 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캐나다, 호주, 니제르, 남아공, 카자흐스탄 등 대규모 광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이휘소 박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아직도 괴담 수준입니다. 김진명 소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 만들어 낸 허구입니다. 다른 것으로 서울의 모 방송국 PD가 쓴 소설 <모자씌우기>도 있습니다. 이 소설에 보면, 충북 음성/괴산 지국 우라늄 광산 지하 갱도에 핵 개발 비밀기지가 있고,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도 지하에 핵 개발 비밀 기지가 있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당연히 '허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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