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 건축가 '백준범' 대덕특구에 관심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 개념도. 주변의 바람이 건물의 구석구석에 흐르고, 햇살이 지붕을 타고 내린다. <사진=윤병철 기자>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 개념도. 주변의 바람이 건물의 구석구석에 흐르고, 햇살이 지붕을 타고 내린다. <사진=윤병철 기자>
"과학과 사람, 자연과 조화되는 도시를 형상한 소통 공간과 전시 문화도 있고, 뮤지엄의 형태를 띤 대덕과학문화센터가 그런 공공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밤 대덕넷 교육장. 한 무리의 대덕인들이 모여 백준범 건축가(창조건축 전무)의 건축 작품들을 접했다. 생전 처음 보는 디자인과 기능에 감탄이 이어졌다.

백준범 건축가 <사진=윤병철 기자>
백준범 건축가 <사진=윤병철 기자>
미국 뉴멕시코 주에 생긴 세계 최초 민간 우주공항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버진 갤럭틱)', 밀림의 요새 '파나마 국제 공항', 공원의 언덕 같은 '스위스 파울 클레 박물관'. 건물은 자연을 거스르거나 단절하지 않고 원래 있던 환경의 한 부분처럼 자리한다. 그러나 전통적이지 않은, 미래에서 볼 듯한 디자인이다.

백 건축가의 작품은 주변 환경과 내부를 사용할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 에너지를 활용한 기능성도 중요한 설계 요소다.

바람이 건물을 타고 돌면서 만들어 내는 공기 순환, 해가 뜨고 지는 동선을 따라 만든 지붕창, 현지에서 나는 나무로 마감한 실내 벽과 바닥. 손 댄 작품마다 세계 건축계의 이슈였다. 미와 기능을 스토리에 담아 고객 요구 이상의 작품으로 답한 백 건축가는 일찌감치 '영국 왕립 건축가'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사막에 세워진 스페이스 포트. 뒷 산을 닮은 낮은 형상, 땅 밑으로 들어가는 입구 등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다. <자료제공=백준범>
사막에 세워진 스페이스 포트. 뒷 산을 닮은 낮은 형상, 땅 밑으로 들어가는 입구 등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다. <자료제공=백준범>

세 개의 낮은 언덕 같은 스위스 파울 클레 박물관은 공원에 위치한다. 관람객은 안밖의 구분 없이 공원과 박물관을 산책한다. <자료제공=백준범>
세 개의 낮은 언덕 같은 스위스 파울 클레 박물관은 공원에 위치한다. 관람객은 안밖의 구분 없이 공원과 박물관을 산책한다. <자료제공=백준범>

상하이 드림 센터. 도시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원할하게 통하도록 건물의 위치와 모양을 재구성했다. <자료제공=백준범>
상하이 드림 센터. 도시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원할하게 통하도록 건물의 위치와 모양을 재구성했다. <자료제공=백준범>
백 건축가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대덕과학문화센터(이하 센터) 재창조위원회' 위원들. 흉물로 방치된 과학문화센터를 염려해 온 주민들이다. KAIST에 업무 차 대덕을 방문한 백 건축가는 지인의 부탁으로 밤새 대덕에 머물렀다. 과학문화센터의 재창조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센터는 고층 개발사업으로 진통을 겪어왔다. 도룡동 주민들로 구성된 센터재창조위원회는 만 2년 동안 반대 움직임을 펼쳐왔다. 결국 목원대는 새 매입자를 들이는데 실패했다. 대전시장은 센터를 매입해 공공의 장으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시비 400억원, 국비 280억원이 계획됐다. 이제 어떤 용도로 쓸지, 현재 건물의 리모델링이든 재개발이든 발전적인 고민이 남았다.

위원들은 센터의 추억을 꺼냈다. 귀한 손님을 모시던 호텔과 전시장, 당시 유일한 공연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가면 누구라도 아는 이를 만날 수 있었던 조그만 술집공간도 있었다. 가족과 바비큐 생맥주를 즐겼던, 과학자이자 대덕의 주민들에겐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위원회를 주도해 온 김동찬 위원은 "센터를 설계한 방철린 건축가는 자연과 인간, 과학의 조화를 염두했다고 했다. 이제는 우리가 대전시에 용도와 컨셉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 백 건축가가 컨셉을 잡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민황기 위원은 "센터를 새롭게 꾸미는 김에, 대전에 들어서는 북대전 입구부터 신성동과 도룡동을 잇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서 과학자와 시민이 만족하는 문화를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람들의 바람을 들은 백 건축가는 "스페이스 포트도 대덕과학문화센터와 같다. 뉴멕시코 주 인근 주민들은 공항에 와서 갤러리를 감상하고 핵심시설 전까지 접근할 수도 있다. 센터도 시민과 과학자의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좋다. 그러면 오히려 과학자들이 얻는 영감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며 "오늘 처음 본 대덕특구는, 국내 도시와 다른 이국적인 매력이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우주여행기지 답게 화려함을 원한 '버진 갤럭틱 사'와 땅을 내주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원한 '뉴멕시코 주'의 바람은 '사막에 은둔한 우주선'으로 만났다. <자료제공=백준범>
우주여행기지 답게 화려함을 원한 '버진 갤럭틱 사'와 땅을 내주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원한 '뉴멕시코 주'의 바람은 '사막에 은둔한 우주선'으로 만났다. <자료제공=백준범>
밤 10시가 되서야 자리는 마무리 됐다. 위원회는 2019년 예정된 센터 재창조 설계용역에 백준범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의 손길을 기대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