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②]미국 서부 중심 민간주도 우주활용 기업 줄지어 탄생
위성활용 정보 유통, 우주광물 채굴 등 가지각색 우주개발···우주경제 선점 경쟁 치열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세계 IT혁신의 정중앙이다. 굳이 여러 기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단 3개 기업 존재만으로도 그 실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가 IT혁신의 중심이라는 표현이 절반만 맞는 말이 됐다.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LA를 가로지르는 미국 서부 대도시 일대에서 보이지 않는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우주혁명 - 뉴 스페이스' 물결이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서부개척시대를 이끈 '골드러시'처럼 일명 'New Space'라는 이름으로 우주판 골드러시가 번지고 있다. IT 시대를 넘은 민간 우주 시대의 부상이다. 미국과 함께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공격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주를 무대로 무한한 상상력과 대대적인 투자, 그리고 우주 스타트업들의 공격적인 창업으로 주목받는 미국 서부와 일본의 뉴 스페이스 러시 현장을 다녀왔다.

대덕넷은 '우주혁명 - 뉴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선진 우주개발 현장을 기획보도한다. ① 우주판 골드러시 ② 왜 우주로 뛰어드나 ③ 우주 스타트업 생태계와 특징 ④ 우주문화 등 미국 편에 이어 일본 편 시리즈가 연재될 예정이다.[편집자의 편지]

"인터넷과 핸드폰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파생 상품이 나왔다. 우주산업도 이와 유사하다. 발사비용의 절감 등 획기적인 우주 기술 발전으로 산업 장벽이 낮아지고 우주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제임스 크로포드 Orbital Insight 대표‧인공위성 영상 AI분석 전문 스타트업)

"우주산업 투자와 개발은 큰 전환점에 있다. 발사비용의 절감과 각종 기술의 발전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우주로 보내게 될 것이다. 이제는 우주 개척을 넘어 우주 경제 시대다."
(빌 밀너 Deep Space Industries 대표‧우주광물 채굴 전문 스타트업)

"1990년대 우주개발은 정부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민간 중심으로 실용적인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우주 기술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제프 페이지 우주개척자재단 의장‧뉴 스페이스 콘퍼런스 주최 대표자)

우주 관련 단체, 스타트업 대표들의 모습.(왼쪽부터 제프 페이지 우주개척자재단 의장, 제임스 크로포드 Orbital Insight 대표, 빌밀너 Deep Space Industries 대표의 모습)<사진=대덕넷>
우주 관련 단체, 스타트업 대표들의 모습.(왼쪽부터 제프 페이지 우주개척자재단 의장, 제임스 크로포드 Orbital Insight 대표, 빌밀너 Deep Space Industries 대표의 모습)<사진=대덕넷>
미국 우주개발 개척자들의 얘기다. 현장에서 만난 우주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제 우주는 상상의 대상이나 먼 미래가 아닌, 실체와 현실 그 자체라고 정의한다. 우주에서 지구를 손금보듯 정보를 파악하고, 우주 소행성에서 광물을 지구로 가져올 날이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우주광물 채취는 당장 3년 후, 5년 후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NASA도 우주 벤처의 도전을 기관 혁신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사진=대덕넷>
NASA도 우주 벤처의 도전을 기관 혁신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우주개발 개념이 천지개벽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중심의 민간 우주개발 경쟁은 우주에 대한 비즈니스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우주 창업가들과 벤처투자의 선순환이 맞물리면서 우주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 투자업계에서 우주 스타트업을 투자하지 않으면 올드한 투자기업으로 치부될 정도다. 

최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형위성 72개를 탑재한 소유즈 로켓이 발사에 성공하는 등 소형 위성 발사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주 제조·서비스 기업인 SpaceWorks가 분석한 2017 시장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마이크로·나노 위성 중 상업용 위성은 40% 가량 차지했으며, 2019년까지 7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글로벌스타(Global Star)나 이리듐(Iridium) 등의 통신위성을 중심으로 우주 벤처 붐이 발생했던 때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 기술벤처 위주의 창업 활성화가 진행되었다면 현재는 우주 스타트업들의 등장이 핵심이다.

스페이스 X의 재사용 로켓 등의 기술이 확보되고 인공위성 활용의 기술 플랫폼 접근이 더해지면서 뉴 스페이스 우주경제가 기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가시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규모의 우주 스타트업들이 별 영향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정부기관, 글로벌 기업들도 위기 의식을 갖고 뉴 스페이스 우주 스타트업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주 스타트업들의 기술기반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 ICBM(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과 결합돼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로 둔갑하고 있다. 이미 인공위성 이미지는 빅데이터, 딥러닝을 통해 재해재난 예측부터 시장 동향 분석까지 활용되고 있다. 재사용로켓을 활용한 소형 군집위성 발사가 가능해지면서 그야말로 우주를 통한 정보분석이 가지각색으로 진화하고 있다. 날씨 정보 분석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시장정보 분석이 상상의 폭이 넓은 만큼 확장 가능하다.

우주 전문 세계 최대 엔젤투자협의체인 Space Angel Network는 이러한 소형위성 발사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향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부수적인 페이로드(Secondary Payload)를 저비용이면서 신뢰가능한 수준으로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우주 공간에서는 전통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과 기능을 개발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와해성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New Space 2017 콘퍼런스' 발표 화면 캡처>
우주 공간에서는 전통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과 기능을 개발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와해성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New Space 2017 콘퍼런스' 발표 화면 캡처>
◆ 우주 스타트업들의 우주개발 백태‧‧‧"지구를 손금보듯"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웨스트 에벌린 애비뉴에 위치한 Orbital Insight. 이 스타트업은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각종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한 서비스를 정부기관, 금융기관, 기업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인공위성 영상의 그림자 차이만으로도 전세계 원유저장량을 손금보듯 파악할 수 있다. 자동차 주차댓수 파악으로 대형마트의 고객수 증감을 알아내고, 아프리카 지역의 농업 기근 여부를 분석해 낸다. 

제임스 크로포드 Orbital Insight 대표는 "위성 사진만으로도 차량 밀도, 생활 패턴, 석유 보유량 측정, 농업 현황 분석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위성 이미징을 통해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경제 활동과 사회활동을 평가·분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Orbital Insight의 사무실 모습.<사진=대덕넷>
Orbital Insight의 사무실 모습.<사진=대덕넷>

Orbital Insight에서 15분 동쪽으로 이동하면 소형 인공위성 연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NASA 에임즈(Ames)연구센터가 있다. 이 센터에 입주해 있는 우주 자원개발 전문기업 Deep Space Industries(DSI)는 우주경제 시대 구현과 이에 필요한 천연자원을 채취·공급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3년 내 소행성 자원채취를 위한 탐사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DSI의 빌 밀너(Bill Millner) 대표는 "우주에서 물과 화석연료와 같은 자원들을 생산해서 우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거래하는 우주경제(Space Economy)를 실현하고 싶다"며 "3년 내에 소행성에서 물을 채취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DSI 뿐만 아니라 Planetary Resources를 비롯한 수십여개의 우주 스타트업들이 우주 소행성의 광물찾기에 혈안돼 있다. 

DSI와 바로 이웃해 있는 날씨 예보 전문 스타트업 Koolock은 날씨환경감시 모니터링 등에 사용 가능한 적외선 위성영상 시스템을 미국 정부기관과 연계해 개발하고 있다. 거대 항공우주기업, 정부기관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 특정 영역에서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NASA, NOAA, ESA 등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민 잠시드푸르(Amin Djamshidpour) Koolock 대표는 "1인 우주 스타트업인데도 불구하고 보잉 등의 글로벌 기업의 부장급이 찾아올 정도로 최근 뉴 스페이스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며 "군집 큐브샛을 통해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를 실시간으로 국민에 알리는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날씨 예보 전문 스타트업 Koolock의 아민 잠시드푸르 대표.<사진=대덕넷>
날씨 예보 전문 스타트업 Koolock의 아민 잠시드푸르 대표.<사진=대덕넷>

LA에 위치한 스타트업 Offworld는 지구뿐만 아니라 달, 소행성, 화성 등에서 인간을 대체해 활용 가능한 스마트 로봇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머신러닝, 태양에너지 활용, 자가 복제 등의 기술이 접목된 산업용 로봇을 통해 미래 산업 노동력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들 기업 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우주 설비를 위성에 탑재해 발사하고 관리까지 해주는 원스톱 우주서비스 스타트업이 생기는가 하면 핸드폰 통신비와 유사하게 매달 사용료를 지급해 우주 통신을 하게 만드는 기업도 탄생했다. 우주를 VR로 보게 만드는 최초 VR 인공위성 발사를 앞둔 스타트업도 이색적이다.

지구, 화성 등에서 사용되는 스마트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Offworld.<사진=대덕넷>
지구, 화성 등에서 사용되는 스마트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Offworld.<사진=대덕넷>

토마스 어빈(Thomas B.Irvine) 미국항공우주학회 상무이사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New Space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스페이스X의 성공 경험과 최근 영상, 사진 등의 데이터가 거래를 통한 우주 상품화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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