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안'에 맞춰 숫자놀이?···현장 괴리 여실"

미래부, 출연연에 '월 단위 예산 실적·계획 제출' 지시
[현장반응]"국회 이월금 지적 회피 의미 제대로 파악 못해···실효성 없어"
"예산집행 모니터링 아닌 '관리'···연구자는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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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박성민 기자 - 2017.07.13

"기관 대형 프로젝트 책임자가 수백명이다. 매달 이들이 사용할 주요사업비를 개별적으로 연락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예산팀에서 어림잡아 명확하지 않은 예산집행금을 매달 보고하는 격이다. 연구현장에서는 예산을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어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A출연연 예산 담당자)

"미래부 연구지원팀에서 연구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연구개발비 특성을 모르고 있으니 회계처리를 위한 안을 내 놓고 있다. 미래부의 현장 괴리감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B출연연 연구자)

"연구현장은 회계처리를 더 유연하게 해야한다. 불성실한 연구로 발생한 이월금은 지적해야하지만 정상적인 이월금은 미래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관리를 위한 행정으로 해석된다. 국회의 지적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해 보겠다."(신용현 국회의원)

연구현장의 연구자, 행정담당자들이 미래부가 내 놓은 '정부출연금 지급 절차안'에 공분의 목소리를 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부출연금 지급 절차안'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출연연은 매월 출연금 신청시 전월 사용내역과 산출근거를 포함한 당월 출연금 지급요청서를 A4용지에 작성해 미래부에 공문 보고 해야 한다.

기존에는 출연연에서 연초에 월별 집행 계획을 작성해 미래부에 보내면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확인하고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출연금이 각 출연연마다 월별로 입금되는 구조였다. 

예산 집행 후에는 기재부에서 마련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사용내역을 보고한다. 이 내역은 미래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집행률 실적이 70% 이하로 부진하면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이월금이 터무니없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따로 미래부에 보고 하지 않아도 예산 사용 과정을 알 수 있고 과도한 예산 신청이 근절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미래부는 새롭게 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이월금 관리와  '국고금관리법' 30조 작은 계획의 개정을 들었다. 관련 법이 '월별 세부자금계획서를 작성해  기재부 장관에게 제출'을 추가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미래부의 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고금관리법은 이미 2011년 4월에 개정됐다. 지난 5년간 적용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연구회 정관을 개정하고 새롭게 규정을 마련해 통보한 의도를 알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절차를 간소화해가는 과정에서 절차를 복잡하게 하며 연구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 현장 관계자들은 "기관마다 연구과제가 수백개에 이른다. 과제마다 예산 사용계획 산출근거를 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마 한달내내 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다보니 어림잡아 보고해야 한다. 숫자놀이다. 그런데  연구비는 유동성이 많다. 현장을 모르는 미래부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 관료 중심의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매달 연구비 산출근거 확보 어려워 "실효성 의문"

"매월 연구활동비를 제대로 집행하려면 과제 세부 계획별로 조사해야 한다. 연구자들에게는 부담이 가중된다. 연구 일선에서 R&D 활동을 저하시키는 절차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출연연마다 과제가 많아 과제별로 계획을 물어보기 어렵다. 우리 연구소는 이전 집행 실적에 따라 러프하게 잡아 보고했다. 매달 이런식으로 한다면 이월금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예산이 부족할 수도 있다. 미래부 안은 현장과 거리가 멀다."

일선 연구 현장에서는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매월 명확한 산출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형식적인 절차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A 출연연 예산관리 담당자는 "전월 출연금 집행 실적은 행정부담 없이 금방 취합된다"라며 "반면 차월 출연금 사용 계획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연구자에게 세부 과제별로 예산 계획을 보고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는 연구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전년 같은달 집행률을 참고해 이번달 계획을 짐작해서 공문으로 보고했다"면서 "앞으로 과제 베이스로 바뀐다면 출연연 누구도 할 수 없다. 결국 형식적인 절차로 자리 잡을 우려가 있다. 연구 현장과의 괴리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B 출연연 예산관리 담당자 역시 출연금 예산 계획 산출근거를 뽑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연금 사용 집행 계획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려면 수십~수백명의 대형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월간 계획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매달 출연금 사용 집행 계획을 취합 받으려면 한달내내 해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건비·경상비·시설비 등은 예측 가능하지만, 주요사업비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 "결국 과거 출연금 사용 추세를 반영해서 보고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번 미래부 안은 실효성이 의심되고 미래부의 관리 의도로 해석된다"고 우려했다.

C 출연연 D 박사는 출연연 출연금 지급 절차안을 일종의 '통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선 연구자들이 그동안 연단위로 출연금 사용 집행을 해왔으므로 집행률 관리 개념은 모르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매월 집행하다 보면 이또한 통제로 인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 예산을 계획성 있게 사용한다는 점에 높게 평가하지만, 까다로운 집행 절차로 R&D 활동을 저해한다면 연구자는 혼란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양날의 칼이다. 효율성을 고려한 명확한 개선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번 '미래부 안'이 출연연 재정 상태를 배려한 제도라는 입장도 있다. 기존에는 연초에 집행 계획을 제출하고 매달 출연금을 받았다면, 미래부 안 도입 이후 유연성 있는 월별 출연금 사용 계획이 가능하다고 봤다.

E 출연연 A 예산관리 관계자는 "그동안 예상치 못한 주요사업 출연금 집행에 대응이 쉽지 않았다"라며 "미래부 안 도입 이후 유연성 있는 출연금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실도 있겠지만 득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지적 회피 의미?"···미래부를 위한 '미래부 안'

"연구비는 받고도 상황에 따라 제때에 사용하지 못할때도 있고 갑자기 진행되며 예산이 더 많이 들어갈 때도 있는데 이렇게 옥죄면 연구현장의 자율성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미래부에서 매달 실적을 빡빡하게 관리하면 예산을 못받는 일도 발생 할 것이다. 연구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어이없다."

"미래부를 위한 '미래부 안'이다. 출연연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과학기술인들이 답답할 따름이다."

출연연 현장 목소리에 신용현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연구를 불성실하게 했을때 발생하는 이월금을 지적해야지 정상적인 연구 중에 발생하는 이월금은 제대로 쓸수 있도록 미래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이월금 발생을 지적했다는 의도를 미래부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잡아가겠다"고 역설했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역시 미래부의 안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연구성과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미래부 안은 연구자를 서류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도 "미래부 안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확인 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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