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웅 서울과학고 교사와 김영임 물리학자, 12일 '따뜻한 과학마을 이야기'서 강연
대중의 과학적 사고 필요···"기존 교육에도 근본적 혁신 있어야"

'쟤물포(쟤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 수포자(수학 포기자)'. 학창시절에 한 번씩 들어보거나 직접 경험했을 얘기다. 수학과 물리는 대중에게 어렵고 힘든 학문으로 인식된다. 각종 수식과 도표는 난해하게 인식되며, 교육에서 일정 흐름을 놓치면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언론, 기관 등에서 조사한 통계자료에서도 수학과 물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타 학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12일 오후 6시 50분 대덕테크비즈센터(TBC) 내 KIRD 교육센터에서 열린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리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은 손을 들어달라는 질문에 상당수가 머뭇거렸다.

이날 강연에 나선 연사자는 부부과학자인 조현웅 서울과학고 교사와 김영임 물리학자. 금술 좋은 이들 부부는 언뜻 보면 같은 듯 다른 길을 걸어 왔다. 남편인 조현웅 서울과학교 교사는 물리를 전공했지만 수학교사가 됐다. 반면 부인인 김영임 물리학자는 수학을 전공했지만 물리학자가 됐다. 특히 고등학생 때 '쟤물포'였던 그는 대학교에 와서 양자역학에 흥미를 느껴 물리학자가 됐다.

이들의 일상은 여느 부부와 똑같다. 화초를 기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평범한 부부다. 이들은 이날 강연에서 그동안 수학과 물리에 대해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온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인류 물리학은 우주 만물에 대해 이해하기 원했던 고대 그리스인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우주의 구성과 인류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아리스토텔레스, 데모크리토스를 거치면서 물부터 시작해서 원자모형에 대한 이해까지 발전하게 됐다. 더이상 쪼개지지 않을 것 같다고 인식된 원자는 다시 존 돌턴, 조셉 존 톰슨 등을 거치면서 계속 발전했다.

이러한 발전은 기존 지식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해결 과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영임 물리학자는 일련의 과정 속에 대중에 대한 과학교육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뉴턴의 사과도 마찬가지다. 자연 현상은 늘 존재해 왔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함으로써 만유인력법칙이 발견됐다. 이처럼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과학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과학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교육의 목표는 이공계 진출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 능력 배양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게 부부의 조언이다.

김영임 물리학자는 "대중이 과학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라도 수학과 물리는 필요하다"면서 "자연현상에 대한 의문을 갖고 관찰, 탐구하는 자세가 있어야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임 물리학자(왼쪽)와 조현웅 서울과학고 교사(오른쪽).<사진=강민구 기자>
김영임 물리학자(왼쪽)와 조현웅 서울과학고 교사(오른쪽).<사진=강민구 기자>
수학은 이러한 관찰과 탐구 과정 끝에 축적된 학문 중 하나다. 우리 실생활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장보기 위한 계산부터, 산책을 위한 길찾기, 컴퓨터 그래픽 등 곳곳에 '외판원 문제'와 같은 수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

"반지름 10cm, 1만원 수박과 반지름 12cm 1만 6000원 수박이 있습니다. 무엇을 사야 할까요?"
"물류 창고에서 기계장치가 고객이 주문한 책을 찾아서 원점으로 돌아오기 위한 최단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수학은 세상을 좀 더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조현웅 서울과학고 교사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수학은 추상적이면서 실용적인 학문이다. 이는 마치 절의 탑을 쌓는 것과 유사하다. 피타고라스법칙, 기하법칙, 미적분학 등이 결합해서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다. 조현웅 교사는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수학은 어렵고 힘든 학문으로 인식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학은 우리 실생활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어렵고 힘들지만 해내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 과학자도 한 때는 '수포자', '쟤물포'였다. 대학교 때 각자의 분야에 흥미를 느껴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이들은 기존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교육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단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과학적 탐구, 호기심 등을 배양할 수 있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식 교육, 원리를 깨닫는 교육 등의 변화와 이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교사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김영임 물리학자는 "학생수가 15~20명으로 감소한 지금 시점이 교육 변화의 최적기다. 평균 인원이 이 정도일때 교과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바꾸고 주입식 보다 동기유발하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도 이러한 부분에 공감했다. 김재홍 IBS 박사는 "물리학이 어렵다고 인식되는 것은 전달과정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면서 "물리학이 의학, 산업 등에 적용된 만큼 실생활과 결합해 설명한다면 한 층 이해가 나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씨월드정보기술 대표는 "부모님 강요에 의해 이과를 선택하고, 물리와 수학을 억지로 공부했던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생각났다"면서 "35년 이상 컴퓨터 산업 인프라 구축을 해왔지만 오늘 강연은 교육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회장 정용환), KIRD(원장 조성찬), 대덕넷이 개최하는 따뜻한 과학마을 이야기 행사는 매달 1회 열린다. 행사는 외부 지원 없이 참가자들의 소정의 참가비와 연사자들의 강연 기부로 진행된다.

따뜻한 과학마을 이야기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따뜻한 과학마을 이야기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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