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범 한양대 교수 '차세대 분리막 소재 설계 및 방향' 논문 게재
'Korea CCS 2020사업' 분리막분과 연구자·세계적 권위자들과 이름 나란히

박호범 한양대 교수가 6월 발간된 사이언스지의 리뷰페이퍼에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김지영 기자>
박호범 한양대 교수가 6월 발간된 사이언스지의 리뷰페이퍼에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김지영 기자>
40대의 국내 연구진이 지난 6월 16일 발간된 사이언스지의 리뷰페이퍼에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이언스지 리뷰페이퍼 논문 게재는 의미가 남다르다. 연구자의 연구성과가 아닌, 각 연구분야의 현재 동향부터 미래연구방향 등 총설형식의 연구논문으로 해당 분야의 폭넓은 견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권위적인 학자들이 이름을 올리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 중에서 네이쳐나 사이언스와 같은 최상위 과학학술잡지의 리뷰페이퍼 논문 저자로 등재되는 일은 드물다.

주인공은 박호범 한양대 공과대학 에너지공학과 교수다. 그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이산화탄소(CO₂)를 분리해 포집할 수 있는 분리막 개발에 20여 년째 집중하고 있는 베테랑 연구자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는 KCRC(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센터장 박상도) 지원의 CCS분야 전문 연구 사업인 Korea CCS 2020사업에 참여하면서 그래핀 기반의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CO₂ 분리막 소재 개발을 추진중이다.

◆ 사이언스지 논문게재 "한 분야 몰입할 수 있어 가능했다"

"사이언스지로부터 1년 반 전에 논문관련 연락을 받았다. 연구성과를 논문에 싣는 것도 굉장히 기쁜 일이지만 최상위 저널인 사이언스지의 리뷰페이지의 저자로 등재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감사한 일이었다."

그는 그날의 연락을 기억하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그가 사이언스지 리뷰페이지에 게재한 논문 주제는 '차세대 분리막 소재에 대한 설계 및 방향'이다. Korea CCS 2020사업 등을 통해 그간 쌓아온 연구 노하우로 분리막 소재의 다양한 응용범위와 차세대 분리막 소재에 대한 설계와 방향 등 연구방향을 제시했다.

리뷰에 따르면 분리막은 기체, 액체 등 다양한 분리재료로 쓰인다. 특히 ▲공기 중에 산소와 질소를 분리하거나, 대표적 온실기체인 CO₂를 화력발전소에서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기체분리막' ▲저에너지 해수담수화 공정에 사용돼 물과 염이온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역삼투분리막' ▲미래 친환경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구동 핵심소재 '수소이온교환막' 등에 분리막이 활용된다. 이 외에도 의료, 에너지, 식품 등 다양한 분야 응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분리막 소재는 투과도와 선택도의 뚜렷한 상관관계, 즉, 투과도가 높은 소재는 선택도가 낮고, 선택도가 높은 소재는 투과도가 낮은 한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응용분야의 적용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분리상한선을 극복하기 위한 분리막 소재의 설계방안부터 실제 적용가능한 분리막 모듈에 대한 고려까지 그를 포함한 세계적 권위자들의 폭넓은 의견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게재된 리뷰 페이퍼 일부.<사진=박호범 교수 제공>
지난 6월 16일 게재된 리뷰 페이퍼 일부.<사진=박호범 교수 제공>
그는 "리뷰를 통해 기존의 연구뿐 아니라 소재개발과 동시에 분리막 모듈과 시스템이 함께 개발됐을 때 실제 상용화해 응용할 분야가 많아진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논문을 4명의 해외 석학과 함께 준비했다.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연구자는 메나쳄 에리메레츠 예일대 교수, 로이드 로베슨 리하이대학 겸임교수, 베니프리먼 택사스대 교수 등이다.

그들은 분리막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세계적인 연구자들이다. 특히 베니프리먼 교수는 KCRC의 'Korea CCS 2020사업'의 지원으로 박호범 교수와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해 우수한 연구성과를 도출한 연구자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논문 리뷰 요청에 걱정도 앞섰다. 리뷰 특성상 향후 10~20년 연구방향을 제시하는 만큼 어떤 논문이 실리느냐에 따라 분리막 미래 연구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동 저자들도 해외에 흩어져있어 함께 논문을 작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박 교수는 먼저 분리막분야의 가장 눈에 띄는 연구와 많이 인용된 연구들을 찾는 것과 동시에 학회 등을 통해 최신 연구동향을 발굴했다. 또 각 분야에 앞서가는 연구자와 접촉해 분리막 기술의 현 문제점와 피드백 등을 얻었다. 논문에 도움을 준 사람만 따지면 약 30명의 조언이 들어갔다. 일 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다.

그는 "막중한 책임감이 드는 논문이었다"면서도 "학창시절 그분들의 연구성과를 보며 공부했던 세대로서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이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분리막이라는 한 분야에 몰입해 오랫동안 연구할 수 없었다면 이런 기회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운이 좋아 한 분야에 매진할 수 있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본인의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연구를 지원해준 KCRC와 학교 등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 세계 최고 수준 CO₂분리막 소재 그후..."화력발전소 설치해 CO₂ 잡겠다"

논문 게재 후 한 달, 논문은 마무리됐지만 그의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Korea CCS 2020사업을 통해 세계 최초로 확보한 그래핀을 적용한 신규 분리막 원천소재와 분리막 제조기술의 스케일 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소재보다 두께를 100분의 1 이상 줄임(5nm이하)으로써 기존 분리막 대비 포집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세계 최고 수준의 CO₂분리막 소재로, 화력발전소에 설치해 CO₂를 선택적으로 빠르게 포집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로 연구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내에는 분리막에 관심을 갖고 이를 상용화할 기업이 많지 않아 어려움도 많다. 그러나 박 교수는 분리막 기술이 CO₂포집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만큼 경제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소재적 한계 극복을 통해 미래 친환경적이며 에너지 저감이 가능한 막분리공정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CO₂ 분리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배터리에 쓰이는 막, 의료분야의 신장투석 분리막, 공기필터나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분야에 분리막이 활용된다"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모듈화가 돼서 빠른 시일 내에 실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3단계에 진입한 Korea CCS 2020사업을 통해 소재적 한계를 극복하여 공정에 적용 가능한 분리막 CO2 포집시스템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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