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모큐브, 실시간 3D 세포 영상 관측 '홀로그래피 현미경' 선봬
"염색 없이 살아있는 정량적 데이터 수집···기존에 없던 시장 만들어"
홍기현 대표 "새로운 측정 방식으로 인류에 없던 의료 진단법 만들겠다"

홍기현 대표가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으로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홍기현 대표가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으로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1. 사람 혈액에 22종류 세포가 존재하며 각자 다른 역할을 한다. 그중 T-Cell 세포는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혈액에서 살아있는 T-Cell 세포를 그대로 추출해 대량으로 증식하고, 이를 다시 혈액에 주입한다면 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

#2. 말라리아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면 혈액을  뽑아 세포를 배양한 후 유전자 증폭기로 유전자를 증폭시켜 화학적 방법으로 감염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최소 3~4일이 소요되는 동안 환자 사망률은 두 배 이상 증가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 관찰한다면 기생충 감염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환자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혈액 속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미래 의료 소설에나 나올법한 진단법과 치료법이 아니다. 우리가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토모큐브(공동대표 홍기현·박용근)가 선보인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통해 가능한 일들이다.

의료·생물 분야에서 생체 세포를 온전히 관찰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작고 투명한 세포를 염색해 프레파라트에 올려 현미경으로 관찰해 왔다. 특히 세포의 3D 영상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조작 등의 방식으로 형광이나 다른 염료를 사용해야 했다. 말 그대로 '죽은 세포'의 영정사진만 봐 온 셈이다.

토모큐브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생체 세포를 별다른 전처리 과정 없이 고해상도로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세포의 온전한 모습을 관찰하고 외부환경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세포 단위 생명 현상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세포의 3D 영상뿐만 아니라 단층 영상까지 제공된다. 의료기관에서 활용하는 CT 장비의 원리를 레이저로 구현한 기술이다. 일반 가시광선을 이용해 세포 입체 단층 영상을 촬영한다. 세포 내부 다양한 물질들의 굴절률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염색 없이 살아있는 세포의 3D 영상을 관찰할 수 있다.

홍기현 대표는 "그동안 살아있는 세포를 장시간 관찰할 수 없으므로 생명 현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바이오·의료계에 폭넓게 활용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벌벌 떨고 있는 세포막이 보인다"

"세포의 정량적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장시간 연속 관찰로 세포의 부피, 밀도, 질량 등을 다양한 화학적·물리적 변량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질병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혁신을 유도해 내겠습니다."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세포의 정량적 데이터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로 적혈구는 세포 표면에 미세한 진동이 있다. 이를 3D 홀로그래픽 현미경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적혈구 세포막 진동은 당뇨병, 말라리아 감염 등 다양한 질병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진동 정도를 측정해 세포 상태를 판별할 수 있다.

신약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대사 활동과 관련이 있는 간세포 내부에는 미세한 지질 소포체가 분포하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 내부에 이러한 지질 소포체 형상, 농도, 질량 등을 정밀하게 측정 가능하다. 신약개발에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단위에서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진 셈이다.

세포의 질량도 측정된다. 세포의 농도와 크기를 곱하면 질량이 된다. 세포 질량이 변한다는 것은 세포에 특정 작용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세포가 죽거나 증식하는 모습을 관찰해 외부 상호작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토모큐브의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이용한 의료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다. 홍 대표에 따르면 이 현미경을 활용한 연구를 통해 직간접 논문 73편이 나왔고 국내·해외의 학교·병원 등에 연구용으로 폭넓게 납품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아산병원, 숙명여대, KAIST, 질병관리본부, 서울대 등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독일 암센터, MIT, 피츠버그의대, USC, 텍사스메디컬센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공동창업자 박용근 KAIST 교수는 자동화·정량화된 현미경 시대를 예측하고 있다. 그는 "현미경은 수 백년의 역사를 가진 생명과학 분야의 핵심 분석장비"라며 "미래 실험실 현미경 모습은 더이상 눈으로 보는 장비가 아닌 모든 것이 자동화·정량화되고 정보를 제공받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최근 홀로그래픽 현미경과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해 박테리아 종류 구분, 백혈구 종류 구분, 탄저균 신속 진단 등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창업 15개월 만에 공식 판매실적 달성···"'기획창업'으로 가능했다"

공동창업자인 박용근 KAIST 교수의 모습.<사진=토모큐브 제공>
공동창업자인 박용근 KAIST 교수의 모습.<사진=토모큐브 제공>

"신속하게 판매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획창업' 때문입니다. 서로 모르는 전문가들이 만나 수개월간의 기획과정을 거쳐 토모큐브가 탄생했습니다. 주변에 알고 있는 지인들과 창업했다면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토모큐브는 '기획창업'으로 탄생됐다. 지난 2015년 초쯤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홍기현 대표와 박용근 교수가 만났고 이 인연은 토모큐브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후 KAIST 창업원의 지원과 조언을 통해 초기 시행 착오를 최소화 했다.

홍 대표는 "두 번의 광학장비 창업 경험으로 박용근 교수의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해했다"라며 "6개월 이상의 기술 검토와 창업 기획과정을 거쳐 초기 사업방향을 3D 홀로그래피 현미경 시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립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 한미약품 등에서 30억 투자를 유치했고 고속으로 제품개발이 진행됐다"라며 "2015년 8월 법인설립 이후 6개월 만에 제품을 개발했다. 공식 판매실적은 창업 15개월 만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토모큐브는 기존 '형광 이미징 현미경' 바이오 시장을 넘어 '홀로그래피 이미징 현미경'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박 교수는 "홀로그래피 이미징은 형광 이미징을 대체할 수 없는 상보적인 관계"라며 "두 기술이 바이오 이미징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광학기술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라며 "그동안 개선이 필요했던 광학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에 없던 의료 진단법·치료법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 대표는 "인류에 없던 의료 진단법·치료법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진=박성민 기자>
홍 대표는 "인류에 없던 의료 진단법·치료법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진=박성민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