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산·학·연·관 전문가 머리 맞대 '가뭄 대비 통합 물관리' 논의
"코앞에 닥쳐야 수습하는 '가뭄'···내일 비 와도 '지속적' 대비해야"
'물 존귀가치' 홍보 콘텐츠로 '농가 교육' 절실···"범국민 캠페인 벌이자"

왼쪽부터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연구본부장 ▲서동일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전근일 한국수자원공사 가뭄정보분석센터 센터장 ▲주대성 삼진정밀 상무 ▲홍석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순서 가나다순).<사진=박은희 기자>
왼쪽부터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연구본부장 ▲서동일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전근일 한국수자원공사 가뭄정보분석센터 센터장 ▲주대성 삼진정밀 상무 ▲홍석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순서 가나다순).<사진=박은희 기자>
"물 문제는 환자와 같은 것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외면하면 안되듯이 가뭄 대책은 지속성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이 근육과 에너지를 키워 물문제를 극복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내일 비가와도 가뭄 문제 고민은 지속돼야 하고요."(서동일 충남대 교수)

"분명 메가가뭄·극한가뭄이 찾아올 것입니다. 가뭄 뒤 비가 오면 문제가 해결됐다는 생각이 아니라 정부 측면의 대책뿐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꾸려 항구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전근일 수자원 공사 센터장)

전국적으로 가뭄과의 사투가 끝나지 않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단비가 내렸지만 40년만의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멈추지 않는 가뭄으로 전국의 대지가 타들어 가는 가운데 국내 산·학·연·관 물관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대덕넷은 지난 22일 오후 3시 '가뭄 대비 통합 물관리'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물관리 문제를 진단하고 분야별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가뭄 시기에만 반짝하는 대응이 아니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결방안은 ▲농가 밀착형 교육 대응 ▲전문가 네트워크 대응 ▲데이터 관리 대응 ▲지역 맞춤형 대응 ▲과학적 기법 대응 등 5가지로 압축됐다.

좌담회 참가자는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연구본부장 ▲서동일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전근일 한국수자원공사 가뭄정보분석센터 센터장 ▲주대성 삼진정밀 상무 ▲홍석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 등이다.(순서 가나다순)

좌담회에서 ▲농가 밀착형 교육 대응 ▲전문가 네트워크 대응 ▲데이터 관리 대응 ▲지역 맞춤형 대응 ▲과학적 기법 대응 등 5가지 해결 방안으로 압축됐다.<사진=박은희 기자, 디자인=고지연 디자이너>
좌담회에서 ▲농가 밀착형 교육 대응 ▲전문가 네트워크 대응 ▲데이터 관리 대응 ▲지역 맞춤형 대응 ▲과학적 기법 대응 등 5가지 해결 방안으로 압축됐다.<사진=박은희 기자, 디자인=고지연 디자이너>
1. "물 존귀가치 알리자"···농가 밀착형 교육 대응

이날 좌담회에서 주목을 끌었던 물문제 해결 방안은 '농가 밀착형 교육'이다. 물의 존귀가치를 농가에 알릴 수 있도록 교육·홍보 콘텐츠를 전문가들이 직접 만들고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자는 내용이다.

홍석영 과장은 "물은 대체자원도 없을 만큼 존귀가치가 있다. 전문가들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교육·홍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다양한 물 전문가들이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활용 방안도 설명했다. 그는 "일선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민들에게 직접 영농기술을 비롯해 농업 전반을 지도하고 있다"라며 "센터 전문가들에게 물 존귀가치를 교육시켜 현장과 공감·호흡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농가 현장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물 가치를 정확하게 설명해 확실한 이해를 도와야 한다"라며 "유한한 자원인 토양도 마찬가지다. 물 존귀가치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 토양에 대한 가치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가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절수 교육'을 해야한다 데 공감대가 이어졌다. 전근일 센터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물문제 대응이 있지만, 지역 차원에서는 물부족 대안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지자체나 지역민들이 스스로 물을 아껴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가에 절수 교육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해 주부·일반인 등에게 절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농가에 밀착된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세금(水稅金)이 없는 농업용수 사용에 대한 교육 필요성도 언급됐다. 전 센터장은 "하천에서 물을 몰래 길어 자신의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사례도 발생한다"라며 "농업용수에 수세부과가 없어 하천물을 무작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민들이 절수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라며 "전국 1만8000개의 댐 중 1만7000개가 농업용수 댐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농업용 저수지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전문가들 항구적 대책 내놓자"···전문가 네트워크 대응

일시적 대책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책 마련. 참석자들이 가장 공감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대안이다.

전근일 센터장은 "분명 메가가뭄과 극한가뭄은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물관리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홍수 위험지도처럼 가뭄 지도를 만들고 있다"라며 "정부 측면의 대책뿐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꾸려 항구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동일 교수는 물문제를 '환자'로 비유하며 전문가들의 문제 해결 적극성을 주문했다. 그는 "물관리 전문가 입장에서 물문제는 '환자'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이 환자를 등한시 보면 안된다"라며 "이는 의사가 환자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매년 찾아오는 반복되는 가뭄 문제를 또다시 이야기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근육과 에너지를 키워 물문제를 극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내일 비가와도 가뭄 문제 고민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대성 상무는 "전문가 스스로가 세련돼야 한다. 비가 100이 오면 30은 흘러내려 가고 40은 증발한다. 나머지 30은 우리가 사용한다"라며 "흘러내려 가는 30을 줄여야 한다. 이 수치를 29, 28로 만드는 단계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루아침에 수문을 여닫는 것은 전문적이지 못한 선택"이라며 "전문가들이 계량적이고 통계적인 입장에서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본부장은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물관리 기본 계획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라며 "가뭄이 코앞에 닥쳐야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좌담회에서 ▲농가 밀착형 교육 대응 ▲전문가 네트워크 대응 ▲데이터 관리 대응 ▲지역 맞춤형 대응 ▲과학적 기법 대응 등 5가지 해결 방안으로 압축됐다.<사진=박은희 기자, 디자인=고지연 디자이너>
좌담회에서 ▲농가 밀착형 교육 대응 ▲전문가 네트워크 대응 ▲데이터 관리 대응 ▲지역 맞춤형 대응 ▲과학적 기법 대응 등 5가지 해결 방안으로 압축됐다.<사진=박은희 기자, 디자인=고지연 디자이너>
3. "미급수 지역 데이터 전혀 없다"···데이터 관리 대응

전근일 센터장은 물관리 데이터 부족 실태를 짚었다. 그는 "미급수 지역에 기초 데이터가 전혀 없다"라며 "마을 이장님이 농가 지하수 물관리를 직접하고 있다. 전력 사용료 수준의 데이터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문제 대책을 마련하려면 데이터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라며 "마을에서 관정을 파도 물이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이터가 없어서 범하는 오류다. 저차원의 대책들만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경석 본부장도 데이터의 정보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각 지자체별로 관정을 뚫어놨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화가 전혀 안돼 있다"라며 "데이터가 구축된다면 어느 위치에 얼만큼의 관정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새로운 관정 지점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교수는 "IT가 발달한 것에 비해 물관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원시적 수준"이라며 "겉보기에 기술은 대단한 것 같지만 실제 기술을 사용하는 농가에서 보면 아직까지 주먹구구 형식이다. 기본이 되는 데이터 관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량화된 물의 데이터 제공도 강조됐다. 홍석영 과장은 "농민이 직접 사용한 물의 양을 계량화해 데이터로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라며 "가시적인 데이터만으로도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연현상 이해를 통해 접근해보자"고 제안했다.

4."가뭄도 지역 따라 달라"···지역 맞춤형 대응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물문제 대응 기술이 설계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홍석영 과장은 "토양의 입자 크기에 따라 지하로 침투되는 물의 양이 다르다"라며 "지역마다 토양이 다르므로 대응 기술 설계가 달라야 한다. 지역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수 담수화 기술에 대한 장단점도 논의됐다. 고경석 본부장은 "물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수 담수화만이 모든 지역에 답이 될 수 없다"라며 "해수 담수화는 환경적 문제도 존재하고 농축수 폐기 문제도 따라온다. 하지만 해수 담수화가 꼭 필요한 지역에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지역마다 물문제 해결 기술 수준이 다르다. 그 특색에 맞는 대응들이 필요하다"라며 "이는 1~2년 사이에 해결할 수 없고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대성 상무는 "지역의 지형지물을 보면서 가장 저렴하게 물을 가둬두고 필요한 지역에 효과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라며 "현장에 최적화 기술이 배치돼야 한다. 강물이 많이 있으면 주변 지하수도 채워진다. 이를 효과적으로 끌어쓸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유역 시뮬레이션 만들자"···과학적 기법 대응

주대성 상무는 과학적 기법으로 물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드론과 3D 프린팅으로 대전 유역을 축소해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과학도시 대전의 강점을 살려 연강수량·토질 등에 따른 물문제 대응법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그는 "적재적소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물관리 차원에서 빗물을 잘 저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과학적 수문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학·연·관 융합 기술개발 의견도 나왔다. 서동일 교수는 "물산업 기술은 대형기술 하나만으로 결코 승부할 수 없다"라며 "IT가 융합된 단위기술이 유리하다. 연구소와 중소기업, 시민단체, 학교 등이 큰 덩어리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근일 센터장은 물문제 해결 실용화 과학기술 등장을 촉구했다. 그는 "다부처 공동 기획과제에서 가뭄의 단계를 구분하고 예측·전망·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라며 "하지만 각 부처의 기술을 모아놓고 보니 모두 소프트웨어 기술이었다. 실체가 있는 기술들이 가시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 교수는 "물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세우며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예산 공급이 불규칙했다"라며 "국가적 이슈 한곳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문제를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근본이 될 것"이라며 "IT를 비롯해 전자·기계·제어 등의 인프라가 대덕에 준비돼 있다. 우리가 스스로 이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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