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식 원장, 법의학자 현장 검시 중요성 강조···"검시법 마련돼야"

최영식 원장은 과학수사 과정에서 사인규명을 위해 검시 대상만이라도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요셉 기자>
최영식 원장은 과학수사 과정에서 사인규명을 위해 검시 대상만이라도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요셉 기자>
"외국은 수십년 전부터 학대가 의심되거나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는 검사의 판단과 관계 없이 이미 검시법에 의해 부검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지난 22일 대덕특구기자단·정부출연연구기관홍보협의회가 가진 워크숍 강연에 나서 우리나라도 과학적 검시법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원주 본원에서 만난 최 원장은 "국과수가 지난 수년동안 검시법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찾아가 설득하고 수차례의 공청회도 여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수사권의 문제 등으로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며 "우리나라에만 없는 검시법 만들기가 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최 원장이 국과수 원장으로서 검시법 부재에 대해 안타깝게 느끼는 점은 법의 권한 문제로 과학적 진실 추구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최 원장은 "부검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수사 과정 자체를 가지고 고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현재 국과수에서는 검시 결정권한 자체가 없는 상태다.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부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부검 결정 기준 자체가 검사에 의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우리나라 2200여명의 검사들이 과연 무슨 기준으로 부검을 결정하는가"라고 반문하며 "검사들이 범죄와의 연관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표현은 쉽게 말해 부검 결정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수십년 전부터 학대가 의심되거나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검사의 판단과 관계 없이 이미 검시법에 의해 부검을 하도록 돼 있다.

최 원장은 지난 2008년 휴대폰 폭발에 의한 사망 원인 규명을 부검을 통해 과실 치사로 사인을 바로 잡은 사례를 설명하며 법의학자의 현장검시와 검시법 체계 구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최 원장은 "국과수의 모든 사건은 시스템적으로 모두 남아있으며, 또한 그 기록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며 국과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최영식 원장은 경남고와 한양대학교 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5급 특채로 입문해 법의학부 법의연구실장, 수석 법의관,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국과수의 슬로건이다.<사진=김요셉 기자>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국과수의 슬로건이다.<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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