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열 표준연 원장 "연구와 경영 하나, 연구하듯 지원할 것"
봉합되지 않은 내부 갈등에도 적극 해결 의지 표현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출연연의 파이를 키워 인류에 얼마나 기여 했는가로 승부할 것"이라며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와 경영은 하나로 연구하듯 지원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사진=길애경 기자>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출연연의 파이를 키워 인류에 얼마나 기여 했는가로 승부할 것"이라며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와 경영은 하나로 연구하듯 지원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사진=길애경 기자>
"취임 후 장문의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출연연은 서로 협력해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서죠. 그런 생각들이 모이면 국가적으로 큰 성과도 당연히 나올 것이고요. 기관장은 그런 환경을 지원해야 하죠."

박상열 원장이 생각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의 역할은 분명하다. 연구성과로 사회와 인류에 무엇을 기여했는가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것.

지난 1월 내부 출신의 박상열 원장이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석과 사퇴가 반복되며 어수선했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분위기가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 원장은 최근 작성한 '연구역량 발전계획서'에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을 통해 확정한 의제들을 담았다. 임기 동안 나아가야 할 방향도 구체화했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미래형 고유임무로 전환하기 위한 도전적 R&D 역량 혁신 ▲측정 핵심 난제 연구로 국가사회 이슈 해결 ▲연구몰입 환경 구축, 전문적 R&D지원 역량 강화로 압축된다.

연구자는 연구에 몰입하며 성과를 통해 국가 사회에 기여하고 기관장은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그의 기관 경영과 연구 철학을 엿볼 수 있다. 

◆ "출연연으로서 미션 분명히 하고 몰입 연구문화 만들어 갈 것"

박 원장은 표준연의 임무에 대해 3가지로 요약한다. ▲국가 측정표준 확립과 유지 향상 ▲측정과학기술 연구개발 ▲측정표준·측정과학기술 보급과 서비스 등이다.

그는 "표준연은 분명한 임무가 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향상이나 국가 이슈 대응 연구, 미래를 대비한 도전적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문화의 변화 필요성도 언급한다. 현재 연구문화는 개별적인 연구를 선호하고 각자 과제에 따라 학생 몇 명과 연구하며 논문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연구과제에는 여러 기술들이 접목될 때 성과로 이어지는데 혼자 연구하면서 공부하면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는게 박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출연연은 국가 과제와 미션에 따라 큰 성과를 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문화에서는 쉽지 않다. 대덕연구단지에 여러 출연연이 있지만 대형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같은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첨단 기술들이 많으니 이를 접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작은 과제는 예산은 있겠지만 남는 게 없다. 연구자들도 큰 과제 중심으로 국가에 공헌할 수 있는 연구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제도적 보안과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상황은 연구논문의 주 저자 여부에 따라 역할 차이가 크다. 기여에 따라 정확한 인정이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연구 안에서 서로 협력하며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보장되고 참여하는 연구자에게 매력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박 원장은 "인사 평가제에서 개별적인 성과를 과감하게 하지 못하고 엔분의 일로 나누는 상황이 반복되며 논문에 만족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졌다"면서 "물리적으로 보상을 다하자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성과를 낸 연구자는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 평가자도 확고한 신념으로 성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구자 스스로도 사이언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융합연구도 필요한데 우리는 서로 믿지 못하는 문화로 쉽지 않다. 경영진이 서로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 "연구와 경영 분리할 수 없어, 협력하며 같이 가야"

박상열 원장.<사진=길애경 기자>
박상열 원장.<사진=길애경 기자>
박 원장은 연구와 경영은 하나라고 정의한다. 국민들이 출연연에 예산을 지원한 것이므로, 연구성과를 국민과 국가에 돌려주기 위해 함께 생각하고 다뤄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영진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고품질의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와 경영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박 원장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실패를 무릅쓰고 세상을 바꿀 성과를 목표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하지만 출연연의 고유 임무를 바탕으로 연구자도, 경영진도 연구역량 발전과 연구몰입 환경 제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서로 노력하다보면 대형 성과가 만들어지고 국가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연구자에서 경영자로 진로를 바꿨지만 임기 후 다시 연구자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기관장 출마의 변에서 밝힌 바 있다. 연구와 경영을 분리할 수 없다는 그의 철학과 같은 맥락에서다.

◆ 내부 구성원간 갈등, 취임직후 시련이었지만 파이 키우는 방향으로

취임 100일 즈음 박상열 원장은 고민 끝에  A4용지 6장에 이르는 장문의 편지를 구성원들에게 보냈다. 내부적으로 봉합되지 않은 직종, 협의체 등 구성원 간의 갈등에 침묵하지 않고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다.

박 원장은 2000년부터 표준연에서 연구를 시작해 바이오임상표준센터장,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으로 연구개발을 지휘했다. 지난해 7월부터 부원장으로서 공석이던 원장을 대신해 기관의 안정을 이끌어 왔다. 그만큼 내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표준연 연구자에서 경영자로서 지원에 적극 나선 만큼 장문의 편지에는 그의 솔직함이 그대로 담겼다. 또 불편한 내용도 피하지 않고 의견을 피력해 기관장으로 그가 갖고 있는 무게감, 해결의지도 담담하게 적었다.

박 원장은 "연구는 무생물이 대상이라 조건만 맞추면 연구자 의지대로 되는데 사람은 서로의 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해 쉽지 않다"면서 "또 연구원 임금 등의 문제는 경영진이 별 권한이 없어 해결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연구소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로 자칫 사소한 말다툼이 불화와 반목으로 치달으며 모두 침몰할 수 있다. 선장이라면 생사여탈권을 사용해서라도 침몰을 막아야 한다"면서 "연구소도 파이를 쪼개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 지혜를 합치며 파이를 키워가는 쪽으로 가야한다"며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 중에도 내부의 갈등에 대해 여러번 언급했다. 내부 문제지만 쉬쉬하며 덮어두지 않고 공개를 통해 외부 의견을 수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기관장의 고민이 역력했다.

그는 "취임초기 내부의 심화된 갈등은 큰 어려움이기도 했지만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연구원의 발전, 행복한 직장, 국가 사회에 대한 공헌을 위해 경영진은 늘 깨어있으면서 신속하게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출연연의 전망이 밝지 않다. 기술 발달로 실험 연구도 기존 데이터를 돌리면 예측 가능해 질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 따지고 과감하게 폐쇄하기도 한다"면서 "지금은 출연연이 꼭 있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연구성과가 필요하다. 다같이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협력하며 큰 성과로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