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5 연구그룹 'KAIST·GIST·기계연·화학연·표준연·재료연'
제로 미세먼지 실현 박차 "국가적 문제해결 대응 주력"

미세먼지는 국민에게 공포로 인식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활동이 한창이다.<사진=대덕넷 DB>
미세먼지는 국민에게 공포로 인식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활동이 한창이다.<사진=대덕넷 DB>
'제로 미세먼지'를 위한 국가대표 과학적 해결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미세먼지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미세먼지 과학적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는 연구팀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KAIST·GIST·기계연·화학연·표준연·재료연 등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활동이 한창이다.

이들은 플라즈마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기술부터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까지 다양한 과학적 접근방법으로 미세먼지로부터의 해방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문재인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 신설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미세먼지 대책기구는 28일쯤 따로 집중 논의할 것"이라며 "공약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직속의 기구를 만들어 미세먼지 배출 저감부터 관리까지 각 부처에 분산된 업무를 조율하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수립·시행·점검도 대책기구가 맡는다.

기구의 형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것처럼 미세먼지 대책기구도 대통령 직속의 '미세먼지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미세먼지 필터 기존보다 '10배' 효율 극대화"

전도성 부직포 필터소재 제조과정과 제조된 알루미늄 전도성 부직포 필터.<사진=재료연구소 제공>
전도성 부직포 필터소재 제조과정과 제조된 알루미늄 전도성 부직포 필터.<사진=재료연구소 제공>

기존 미세먼지 필터보다 10배 높은 효율의 미세먼지 필터도 개발됐다. 이혜문·최동윤 재료연구소(소장 김해두) 분말·세라믹연구본부 박사 연구팀이 주인공이다.

연구팀은 일반 부직포 필터에 알루미늄 나노 구조체를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세먼지를 높은 효율로 제거할 수 있는 전도성 섬유 필터 소재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시판 중인 미세먼지 제거용 헤파(HEPA) 필터 대비 미세먼지 제거효율이 10배 이상 뛰어나다. 바이오 유해물질 약 99%를 항균 할 수 있다.

기존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필터 시스템은 굵기가 가는 섬유로 매우 조밀하게 구성돼 기공의 크기가 작은 헤파 필터로 이뤄져 있다.

미세먼지 제거 효율은 높지만 압력 손실이 높아 공기를 여과하는 데 필요한 송풍기 전력 소모량이 많다. 소음·진동의 문제도 있다.

연구팀은 알루미늄 잉크 소재와 코팅 공정기술을 환경 필터 소재에 적용했다. 폴리머 부직포 필터 소재 표면에 알루미늄 나노 구조체를 고르게 코팅해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부직포 섬유 필터 소재를 만들었다.

알루미늄 전도성 섬유 필터는 인위적인 고전압을 통해 필터 주변에 강한 전기장을 형성시킬 수 있다. 이는 여과집진 방식의 주요 메커니즘인 필터 섬유에 대한 입자의 충돌·간섭·확산 외에도 미세먼지와 필터 사이의 전기적 인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섬유 필터는 기공의 크기가 큰 일반 부직포 필터로 구성돼 있어 공기정화 시 발생되는 압력손실이 기존 헤파 필터 대비 10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송풍기 운전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을 낮춰 운전 시 발생하는 소음·진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혜문 책임연구원은 "미세먼지 문제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가정용·자동차용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클린룸과 같은 산업용 공기청정 시스템의 핵심 필터 소재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플라즈마로 미세먼지 한 번에 없앤다···국내 예비전력 1%로 해결"

연구팀은 KAIST 저온 플라즈마 실험실에서 작은 규모 실험을 통해 플라즈마로 미세먼지가 제어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장홍영 교수 연구팀 제공>
연구팀은 KAIST 저온 플라즈마 실험실에서 작은 규모 실험을 통해 플라즈마로 미세먼지가 제어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장홍영 교수 연구팀 제공>

대기압 플라즈마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KAIST(총장 신성철)의 장홍영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기압 플라즈마를 통한 미세먼지 제거'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장홍영 교수 연구팀은 우리나라 예비전력의 1% 에너지를 사용해 서울 규모 미세먼지를 한 번에 집진(기체 중 부유 입자를 기체에서 분리·제거하는 조작)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공기 중에 대기압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전기장에 의해 움직이는 미세먼지를 집진기로 제거할 수 있다는 원리다.

미세먼지 제거 개요도. 대기압 병렬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대규모 미세먼지를 처리할 수 있다.<그림=장홍영 교수 연구팀 제공>
미세먼지 제거 개요도. 대기압 병렬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대규모 미세먼지를 처리할 수 있다.<그림=장홍영 교수 연구팀 제공>
미세먼지는 플라즈마 내에서 전하를 갖는다. 외부 전기장을 가하면 미세먼지가 움직인다는 것을 연구팀이 확인했다. 전기장으로 전하를 띤 미세먼지를 집진하겠다는 시도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에 연간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약 4만 톤이다. 하루에 1000톤 이상의 먼지가 유입된 기록도 있다.

일반 빌딩에서 1000초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인 1000Kw의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면 서울 규모의 미세먼지를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발표한 바 있다.

장 교수는 "50Kw 대기압 플라즈마 20개를 병렬로 연결한다면 서울 규모의 미세먼지를 집진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예비전력의 1% 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즈마를 활용한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 환경시스템연구본부 플라즈마연구실 연구팀도 나서고 있다.

연구팀은 소형차량·대형차량 매연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태우는 '플라즈마 버너'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즈마 버너는 디젤차 배기관에 배출되는 매연 95% 이상을 필터로 포집해 태우는 장치다.
 
지금까지 플라즈마 버너의 크기가 크다 보니 대형 기관차나 트럭용으로 사용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플라즈마 버너 크기는 일반 연소기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지금은 대형선박이나 발전소는 물론 소형 승용차에도 적용될 수 정도로 활용 폭을 확대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플라즈마 버너 작동원리를 나타낸 그림.<그림=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플라즈마 버너 작동원리를 나타낸 그림.<그림=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아울러 기계연은 국가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후체제 R&D 센터'와 '4차 산업혁명 R&D 센터'를 설립했다. 신기후체제 R&D 센터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온실가스 저감, 저탄소 에너지 생산설비 등 신기후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R&D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또 기계연은 '미래 발전시스템용 제로배출 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해결을 위해 에너지 제로배출 기술이며 2028년까지 약 34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 "실시간으로 초미세먼지 성분 측정한다"

초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도 한창이다. GIST(광주과학기술원·총장 문승현)의 박기홍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실시간으로 초미세먼지 성분을 측정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박기홍 교수 연구팀은 레이저 기술, 에어로졸 제어기술, 이온질량분석 기술 등을 융합해 단일입자 구성 성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에어로졸 질량분석시스템'을 개발했다.

초미세먼지 구성성분 실시간 측정 장치 모식도.<사진=GIST 제공>
초미세먼지 구성성분 실시간 측정 장치 모식도.<사진=GIST 제공>
연구팀 성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초미세먼지 실시간 성분 장치를 국내 기술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초미세먼지 측정기술 선진화에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수입장치를 도입해 초미세먼지 성분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있었다. 장비는 5억원을 호가하는 고가라서 국내에 고작 6대 정도만 운영되고 있다. 또 상시 측정되고 있는 곳은 전국에 두 곳뿐이다. 국내 초미세먼지 발생원인에 대한 신속한 규명에 문제가 제기돼 왔다.

초미세먼지 정확한 발생원을 규명하기 위해 성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신속한 발생원 추적을 위해 실시간 측정은 더욱 중요하다. 초미세먼지의 정확한 건강영향평가를 위해 성분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박기홍 교수는 "이번 성과는 5년 이상 수행한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실질 성과를 확보한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 소형화·상용화 단계를 통해 보다 많은 측정소에서 초미세먼지에 대한 실시간 종합 진단이 우리 기술로 가능토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 미세먼지 해결 '기획위원회' 가동···"국가적 문제 대응 앞장"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표준연과 화학연에서 ▲미세먼지 입경분리 흡입기 성능평가 기술 ▲분말형 미세먼지 표준물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촉매·흡착제·화학물질·공정 등을 개발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표준연과 화학연에서 ▲미세먼지 입경분리 흡입기 성능평가 기술 ▲분말형 미세먼지 표준물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촉매·흡착제·화학물질·공정 등을 개발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의 정진상 대기환경표준센터 박사 연구팀은 '미세먼지 입경분리 흡입기 성능평가 기술'을 개발했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의 분리 흡입기 성능을 평가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테스트 설비를 구축했고 전국에 성능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온라인 미세먼지 농도 측정기 성능평가 테스트 설비도 구축했다. 휴대용·거치용 미세먼지 측정기 신뢰성을 평가하는 설비다. 국내 운용 중인 미세먼지 농도 측정기에 대해 신뢰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추적을 위한 추적자 분석기술을 비롯해 ▲미세먼지 시정악화 측정장치 ▲미세먼지 농도 온라인 측정장치 ▲미세먼지 탄소성 성분 측정장치 ▲분말형 미세먼지 표준물질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의 허일정 온실가스자원화연구그룹 박사 연구팀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촉매·흡착제·화학물질·공정을 개발중이다.

허일정 박사 연구팀은 2차 미세먼지 유발원인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암모니아(NH3), 황산화물(SOx) 등을 저감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선박에 적용 가능한 질소산화물·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용 차세대 원천촉매와 환원제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세먼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비롯해 자동차·선박 미세먼지 대응 다부처 공동기획 등의 대형기획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화학연 내부적으로 국내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개발과 정책 수립을 위한 기획위원회 활동도 수행하고 있다.

허일정 박사는 "미세먼지 감지·포집·저감 기술에 ICT 기술을 활용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미세먼지 발생원인 규명부터 해결책까지 종합적인 솔루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미세먼지 '세계적 이슈'···첨단기술로 극복하는 해외

해외에서도 미세먼지를 과학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특히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스모그 프리 타워'가 세워졌다. 이 타워는 미세먼지가 가진 극성을 이용해 공기 중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7m의 높이인 이 타워 아래에는 정전기장을 발생시키는 코일이 묻혀 있다. 코일로 인해 극성을 가진 미세먼지가 탑 주위의 땅에 달라붙는다. 시간당 3만㎥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해외에서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해결 유망 연구 분야로 꼽힌다. 인공강우는 구름에 인위적으로 영향을 줘 비를 내리게 하는 방법이다. 자연 상태의 구름에 요오드화은[Agl]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면 비로 변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NASA는 대기에 떠 있는 수많은 입자를 전기장으로 교란시켜 수증기를 끌어모으는 방법으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비를 내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편, 국내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인공강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먼지 전문 국내 한 과학자는 "미세먼지 해결에 과학적 기법이 중심이 돼야 한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 대응 기술개발 이행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융합·협업 연구개발을 활성화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 수준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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