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호 UST 학생창업가, IoT 배변판으로 비만도 측정
"동물 의료 복지 기여할 것"···연구소와 소변검사 기능 협업, 일본·영국 진출 계획 

토실토실 살찐 귀여운 반려견. 잘 먹는 반려견을 보면 간식을 하나 더 주고 싶은 것이 주인의 마음 아닐까? 그런데 잘 먹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도 그렇듯 개에게 비만은 적이다. 비만으로 생기는 질병만도 30가지가 넘는다.

반려견 '호두'의 주인 박제호 스퀘어 대표. 그는 호두를 키우면서 동물 의료에 관심을 가졌고 동물 의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건강검진은 30만원 정도이며, 비만으로 인한 슬개골 탈골과 무릎관절 이탈 수술비용은 100만원에 이른다.  

'집에서 쉽게 건강 이상 징후를 알아내 비만을 예방

박제호 대표의 반려견 '호두'가 호두스케일에 올라가서 체중을 재고 있다. <사진=스퀘어 제공>
박제호 대표의 반려견 '호두'가 호두스케일에 올라가서 체중을 재고 있다. <사진=스퀘어 제공>
할 방법은 없을까?'. 호두를 위해 시작된 박 대표의 고민은 창업으로 이어졌고 박 대표는 배변판과 체중계가 합쳐진 스마트 체중계 '호두스케일'을 개발했다. 그는 작년 8월 설립한 스퀘어 대표이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통합과정에 휴학 중인 학생창업가다.

배변판과 체중계의 조합을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즘 스퀘어는 전국에서 열리는 펫페어를 누비며 호두스케일 시연활동이 한창이다. 

◆ 호두스케일에 쌓인 정보, 의료서비스‧보험에 접목

호두스케일의 겉모습은 기존 배변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한 점은 호두스케일에 연동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이다. 반려견이 호두스케일에 올라가면 반려견의 체중 정보가 어플로 전달된다. 어플은 반려견의 비만도에 따라 하루에 섭취할 사료량과 산책 시간을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사용자가 할 일은 어플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 반려견이 먹는 음식을 어플에 기록하는 것이다. 어플에는 사료 브랜드별 영양성분 정보가 내장돼 있어 정확한 칼로리 환산이 가능하다. 사과, 두부, 고구마 등 간식 정보도 입력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체중계와 정보 제공 시스템이 통합된 제품은 호두스케일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호두스케일과 연결된 어플리케이션 화면 모습. 반려견이 조절해야 할 몸무게, 산책시간, 먹어야 할 사료량 등이 표시된다. <사진=스퀘어 제공>
호두스케일과 연결된 어플리케이션 화면 모습. 반려견이 조절해야 할 몸무게, 산책시간, 먹어야 할 사료량 등이 표시된다. <사진=스퀘어 제공>
스퀘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성에만 있지 않다. 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호두스케일 사용자들의 데이터다. 호두스케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될 견주 정보와 반려견의 신체·비만도·건강 정보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박 대표는 "데이터가 시장 선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수집한 정보를 반려견 의료 서비스와 보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제품 판매 전이지만, 박 대표는 여러 펫페어에서 얻은 제품의 테스트 정보도 모두 기록한다.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오류를 수정해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 정확도는 높아진다. 지금은 테스트 사용자들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마무리 단계다. 

호두스케일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다견용, 대형견용 제품도 곧 제작된다. <사진=스퀘어 제공>
호두스케일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다견용, 대형견용 제품도 곧 제작된다. <사진=스퀘어 제공>
호두스케일이 배변판과 접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소변 검사 기능이다. 소변은 잠혈, 당, PH, 백혈구 수치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소변 검사를 통해 기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배변판에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소변 정보를 알 수 있는 검사 키트를 연구 중이며, 소변을 볼 때까지 기다리고 종이컵에 받아야 했던 기존 검사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자주 검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변 검사 키트에 들어가는 알고리즘은 회사에서 직접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를 위한 장비와 소변 샘플 분석은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지원을 받는다. 

◆ 다양한 전공 임원들과 창업교육 역할 커

박제호 대표의 꿈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동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박제호 대표의 꿈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동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대표가 되니 결정할 것이 많더라고요. 제품의 기능, 측정시간, 회로 순서, 설계, 디자인부터 회사 운영까지. 어떻게 접근할지 몰랐는데 회사 임원들과 교수님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생명공학 질병진단을 전공한 박 대표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임원들이 있어서 제품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기기설계, 전자기기회로·기계공학·컴퓨터공학 분야별로 임원 한 명씩 파트를 맡고 팀을 꾸려 일한다. 

회사 설립과 운영은 UST 박정민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박 교수는 UST에서 '창업교육' 강의를 진행하는데 박 대표가 이 수업의 첫 기수였다. 박 대표는 "투자 유치, 마케팅, 사업계획서 첨삭까지 교수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며 "물어볼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감사했고 교수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탈모가 왔을 정도로 고생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박 대표의 지도교수인 김문일 교수(한국생명공학연구원 UST 스쿨)도 그의 창업을 흔쾌히 응원했다. 김 교수는 당시 창업과 학교 휴학을 고민 중이던 박 대표에게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받아 줄 테니 해 보고 와라"라며 도전을 권유했다. 박 대표는 휴학 전까지 이 연구실에서 질병진단 센서를 개발해 왔다.

2017 인천 국제 펫페어페스티벌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스퀘어 직원들의 모습. 이외에도 스퀘어는 각지에서 열리는 펫페어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스퀘어 제공>
2017 인천 국제 펫페어페스티벌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스퀘어 직원들의 모습. 이외에도 스퀘어는 각지에서 열리는 펫페어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스퀘어 제공>
◆ 동물 복지 재단 설립을 꿈꾸며

스퀘어의 최종 목표는 유기견 센터나 강아지 복지 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내년부터 이벤트를 열어 여기서 얻는 수익 일부를 재단 설립 비용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투명한 장부도 만들 생각이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부담을 줄이고 동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 회사의 꿈"이라며 "지금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 대표가 호두를 위해 시작한 일이 동물의 건강과 복지로 커졌다. 동물 복지는 그가 꼭 이루고 싶은 사업 중 하나다.
 
마케팅을 위해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와디즈)을 적극 활용하는 박 대표는 해외에서도 펀딩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수출 100% 달성과 동시에 일본, 영국, 미국 펀딩을 진출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국내에서 마케팅 요소를 갖춘 다음, 내년부터는 해외 박람회에도 적극 참여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일본 반려견 시장은 국내와 비슷하다. 일본도 소형견을 선호하고 실내 생활을 하며 IoT 기술 수요가 크기 때문에 호두스케일이 진출해볼만하다. 반려견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유럽은 선진국이지만 반려견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반려견 건강 관리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실제로 영국에 가본 경험이 넓게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1인 가구 수가 다가구 수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2조 규모인 반려동물 시장도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용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장난감 등 IoT와 제품이 결합되며 다양해지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스퀘어는 더욱 경쟁력을 갖춰갈 계획이다. 올 8월 스퀘어가 처음으로 출시하는 스마트 체중계 '호두스케일' 다음은 무엇일지 앞날을 기대한다.

호두 가상인터뷰 그래픽 <디자인=남선 디자이너>
호두 가상인터뷰 그래픽 <디자인=남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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