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기술지주사 대표)

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기술지주사 대표).
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기술지주사 대표).
행복은 개인 누구나 꿈꾸는 목표다. 또한 각 지역 단체장들도 주민들에게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는 정책 개발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인구 79만명의 일본 작은 지역 오사카에서 서쪽으로 2시간 기차 거리에 있는 후쿠이(福井) 현은 2011년 조사이후 매년 '행복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일본총합연구소가 행복도 순위를 매길 때 사용한 지표 65개를 보면 건강, 문화, 일자리 생활, 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있으며 매년 추가로 이주자의 행복도, 여성의 활약 등 지표를 담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저출산, 여성의 경력단절, 가족해체 그리고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겪은바 있다. 이 다섯 가지 문제를 잘 해결한 도시인 후쿠이의 노력을 분석해 그 시사점을 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중서부에 위치한 후쿠이현의 니시카와 잇세이(西川一誠) 지사가 4월말 한밭대 송하영 총장과 함께 방문한 자리에서 제시한 '행복근원 7가지'는 흥미롭다.
 
풍부한 일터, 충실한 육아지원, 독특한 기술력, 플러스가 되는 가계부, 깊은 관계속의 가족, 아이들이 많아도 안심 그리고 학력과 체력이 모두 높은 아이들 등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모두는 서로 긴밀한 상관관계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행복도 1위를 연속해서 후쿠이 지역이 차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말로 번역된 '이토록 멋진 마을'(후지요시 마사하루, 김범수 번역, 2016, 황소자리)에서 이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후쿠이 모델 :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시작한다'이다.

대학은 한 번도 경험 못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4년 뒤에는 14만명의 학생이 줄어들며,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란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산학협력의 특성화된 한밭대학교는 총장과 기획처, 산학협력단, 국제교류원, 인문대학 그리고 제조혁신사업단과 안경렌즈사업단 등 관계자들이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일본내 우리에게 덜 알려진, 그러나 탄탄한 성과를 내고 있는 후쿠이 지역을 선정하고 사전 준비를 거쳐 후쿠이 지역을 방문했다.

먼저 후쿠이 현청을 방문해 지사와 국장들을 면담하고 후쿠이대학의 부총장, 산학협력단장 및 교수들을 면담했다. 또 현지 케이블TV의 방송국 전무, 후쿠이 현청 직원, 현지 한국어 강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그 내용을 중심으로 '행복도 1위'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행복도 1위' 요인들

첫째, 풍부한 일터를 갖고 있다. 후쿠이 지역의 유효한 구인 배율은 전국 톱 수준으로 2015년 평균 1.63이다. 또한 정규직 취업자의 비율(67%)이나 여성의 취업유지비율(53%)도 모두 일본내 1위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탄탄한 중소기업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직장이 주거지와 가까이 있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의 취업률도 높아 후쿠이대학은 졸업생의 취업률이 90%가 넘어 전국 1위에 있다.

둘째는 충실한 육아지원이다. 맞벌이율이 전국 1위이며 육아로 인한 휴업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후쿠이 육아응원 사업' 이나 중학교 3학년까지 의료비를 지원하는 '자녀 의료비 조성제도'가 있다. 또한 자녀를 양육할 때 이를 응원하는 기업들에게는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다.
 
셋째로 독특한 오직 하나(Only One)의 기술 보유이다. 섬유나 화학, 전자부품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제품이나 기술이 16개나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도 50개 이상이 있다. 특히 후쿠이 현의 '사바에'(鯖江) 시에 소재한 안경테는 티타늄 등의 소재개발과 디자인 역량으로 고가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산학연관 그리고 금융계 연계를 통한 혁신으로 지역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인구 79만명의 작은 지역임에도 난부 요이치로 등 세계적 연구자를 배출했고, 그는 1995년 울프상,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지역내 학생들에게 난부 박사는 닮고 싶은 롤 모델로서 크게 자리잡고 있다.
 
넷째로는 깊은 가족간의 관계이다. 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이 80%로 매우 높으며 주택의 면적 또한 전국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주거환경도 매우 좋다. 무엇보다 조부모, 부모, 자녀의 3세대의 함께 사는 비율은 최고수준이다.

근처에서 사는 것을 포함할 경우 무려 80%나 되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맞벌이하는 부모대신 손자, 손녀를 돌보는 '손자 양육의 세대'도 눈에 많이 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농촌지역을 배경으로 한 점이 크게 작용하며, 부부의 맞벌이로 인해 자녀를 할아버지, 할머니께 맡기는 것을 선호하는 점도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자녀들의 학력만이 아니라 체력을 함께 추구한다. 후쿠이 현에 사는 아이들은 일본 전역의 학력테스트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것이 가능한데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학습지도와 조부모의 양육도 크게 작용한다. 작은 학교에는 교실 문이 없어 옆에서 강의한 것이 들리기도 하는데 역설적으로 이 점이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전국체력테스트에서도 항상 1등을 한다. 체육활동이 활발하며 늘 팀 기반의 활동과 경쟁을 하도록 하고 운동을 잘하거나 못하는 학생들도 골고루 뛰도록 한다. 또 릴레이 달리기를 할 때도 0.1초라도 목표를 높게 잡아 달성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목표에 의한 관리(MBO)'를 잘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내 안경테 95% 점유한 후쿠이 지역-세계 3대 안경 생산지

대전의 전통산업 중에 안경산업이 있다. 세계적 점유율을 가진 후쿠이의 안경테 산업은 대전과 협력할 여지가 매우 높다. 흔히들 사양산업이라고 불리는 안경산업(glasses industry)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요인을 찾아보았다.

112년전인 1905년 가난하고 눈 많은 농촌마을에 혁신가인 고자에몬(五左衛門)의 기업가정신이 이 지역을 세계 최대의 안경생산단지로 변혁하는 출발점이 된다. 후쿠이 안경산업은 안경 사용자의 행복을 추구하고 후쿠이 안경산지의 활성화를 통해 젊은이가 꿈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후쿠이 안경협회는 1982년 결성되어 안경공업조합과 안경도매협동조합으로 구성되며 215개 회사가 가입해있다. 후쿠이는 일본제 안경테의 생산 점유율이 95%에 이른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주로 후쿠이(福井) 시와 사바에(鯖江) 시에 집중되어 있다.

한 개의 안경테를 생산하는데 많게는 200개가 넘는 세밀한 공정이 필요하며 전문공정으로 회사들이 분담하도록 산지내 분업 생산이 이뤄진다. 후쿠이 안경테는 전세계 최고품질이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대량의 위탁생산(OEM)을 하고 있다.

1992년 최대 1.2조원의 출하액이 최근(2013) 그 절반으로 줄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와 하이엔드 마켓 전략 그리고 중국의 저가 중급품질 전략에 맞서 잘 대응하고 있다. 최근의 대응전략을 살펴보면 다음 8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해외 등의 안경테 전시회에 합동으로 출품을 한다. 둘째로 산지의 통일된 브랜드인 'THE 291'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안전, 안심, 감동, 만족을 약속하는 콘셉트를 제공하고 있다.

셋째는 산지 직영의 쇼룸인 'GLASS 갤러리 291'을 동경 등에 오픈해 직접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넷째로 안경테의 관광거점으로서 '안경테 박물관'을 만들었으며 이곳에서 실습, 역사, 판매 및 음식 등이 제공된다. 연간 12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섯째,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과의 디자인 협력과 연구다. 학생들이 안경을 디자인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한 뒤 심사을 받아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여섯째, 협회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만들어 산지가 상품공급을 하고 일반소매점이 산지상품 전문점으로서 점포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를 전개하고 있다.

일곱째, 이벤트로서 '안경테 페스티발'을 열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안경 애호가를 대상으로 페스티발을 열며 제조산지를 홍보하고 있다. 여덟째, 홍보영상 등을 만들어 유투브 등을 통해 널리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한 일본의 작은 도시, 후쿠이 현은 1500년 전에 백제시대 유민들이 이주·정착해 문화와 기술을 전수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부부간 맞벌이가 가능한 지역, 자녀의 교육을 조부모가 나누어 가족간 유대감이 강한 곳, 사양산업이라는 안경테(프레임), 섬유 및 칠기를 기술개발과 디자인을 통해 전세계 시장점유율 최고의 지역으로 거듭난 점과 출산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이주자들이 행복도 또한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역문화가 타 지역 사람들에게 개방된 태도(오픈 이노베이션)를 보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농촌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행복도를 높인 '후쿠이 모델'을 그대로 도시 기반의 지역에 반영하는데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지역 리더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행복한 마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신기술개발과 이의 사업화, 긴밀한 산학연의 협력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에 독특한 노력을 기울이는 점은 모두 우리나라 지자체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은 우리에게 공부만 잘하는 자녀와 학생이 아니라 공감을 잘하고 협동하는 창의적 아이들로 키우는 '새로운 인재개발의 모델' 발굴을 요구하고 있다. 잘 알려진 큰 도시만이 아니라 작지만 탄탄한 지역과의 '가늘고 긴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밭대 송하영 총장과 후쿠이현의 니시카와 잇세이(西川一誠) 지사간의 후쿠이 모델과 양 지역간의 협력방안 논의.<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한밭대 송하영 총장과 후쿠이현의 니시카와 잇세이(西川一誠) 지사간의 후쿠이 모델과 양 지역간의 협력방안 논의.<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한밭대학교와 후쿠이 대학과의 산학협력 협력방안 논의.<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한밭대학교와 후쿠이 대학과의 산학협력 협력방안 논의.<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후쿠이 안경 박물관을 시찰하는 송하영 총장, 이재흥 산학협력단장, 명태식 제조혁신사업단장.<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후쿠이 안경 박물관을 시찰하는 송하영 총장, 이재흥 산학협력단장, 명태식 제조혁신사업단장.<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한밭대 안경렌즈사업단의 제품, '오비어스'(OVIUS)의 우수성을 보고 질문하는 후쿠이안경조합 회장과 전무.<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한밭대 안경렌즈사업단의 제품, '오비어스'(OVIUS)의 우수성을 보고 질문하는 후쿠이안경조합 회장과 전무.<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후쿠이 박물관과 혁신가 고자에몬 흉상.<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후쿠이 박물관과 혁신가 고자에몬 흉상.<사진=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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