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새로운 성장엔진 자임..."지방기업 연계로 지역 및 국가 발전 선도"

한국 사회는 면적상으로는 11%의 수도권과 89%의 지방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이다.전체 인구의 47%가 수도권에 살고,지방에는 53%가 산다.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은 70%가 몰려 있고,지방에는 전체 돈의 30%만이 있다.

한마디로 면적으로 보면 지방사람들은 수도권 사람보다 9배 가량 넓게 쓰고 있지만 수입은 반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라고 하지만 지방민들은 5천달러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1998년 기준으로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의 72%,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78%,정보통신사업체 53%,각종 연구소 62% 등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토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을 부르짖지만 경제의 집중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들어 파주의 LG필립스LCD 대규모 공장 신설이 허용되었고,삼성전자,쌍용자동차 등 대형 공장의 증설이 결국 허용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나마 지켜지던 수도권 공장규제가 세계 경쟁력 강화란 논리에 밀려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는 도요타 자동차가 입지해있는 도요타시는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3백km가 넘게 떨어져 있다. 인구도 35만에 불과하지만 내부에서의 활발한 클러스터 활동을 통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외국의 기업들은 수도가 아닌 샌디에고에,실리콘밸리에,시애틀에,뉴욕에,애틀랜타에,프랑크푸르트에,슈투트가르트에,도요타에,오사카 등 지방에 본사를 두고 세계 경영을 한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우리 기업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을 벗어나려 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한국이 당면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는 8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빨리 2만달러 수준으로 올려놓는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나 일정시간내에 순항고도에 달하지 못하면 운항에 적신호가 켜진다.
이륙후 20분내에 3만피트 상공에 도달해야 목적지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다.
2만달러 소득을 달성한 일본,싱가폴,홍콩 등은 1만달러에서 2만달러에 이르기까지 5~6년이 걸렸다.
반면 남미 국가들은 1만달러를 달성한 후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끝내 5천달러선으로 주저앉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의 2만달러 항로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이 현재의 1만달러 수준을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
그중 하나가 지방기업들의 육성이다.
대기업군이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최선이나, 이를 부정한다면 지방에 뿌리를 둔 기업들을 키워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지방의 기업들은 열악한 환경속에서 그나마 지방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흔히 사업을 하는데 5가지가 필요한다고 한다.
인재,자금,정보,기술,시장이다.이중 지방이 갖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수도권만이 모든 것을 갖고 있기에 대기업들도 수도권을 선호하는 것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한국 경제사는 중앙집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앙집중은 소수 대기업만을 키웠을 뿐 경제전체의 건전성은 악화시켰다.
지난 30년의 역사에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없다.
대기업들도 현대,대우의 예에서 보듯이 밀려났고,그중 삼성이 신세계,CJ 등으로 분화되면서 비중을 키워왔을 따름이다.

선두그룹은 줄어들고,중간 그룹은 커나가지 못하는 경제는 결코 건강한 경제가 아니다.
부가 일부에 집중되고,자연히 권력과도 연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원의 물꼬를 지방으로 돌려 지방 기업들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올 경우 혜택을 주고,지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그렇다고 개별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기업들간의 교류를 통한 기반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 경북의 제조 강점과 대덕밸리의 R&D부문,호남의 광산업과 문화 등 특화산업이 결부되면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된다.
산자부는 물론이고 중기청 등의 예산은 기업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많이 지원된다.
예를 들어 기술혁신 자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중이 비슷하다.
물론 수요처가 많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상황만을 고려할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질 것이다.
절대적으로 낙후된 비수도권 기업들에 대한 지원 비중을 대폭 높여,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으로 분산토록 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27일 대구에서 출범한 지역혁신기업연합은 지방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중앙에서 시작돼 지방으로 확산되는 유형의 조직은 많았어도,이처럼 지방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된 경우는 없었다.혹자는 국가 위기시에 나타나는 의병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역혁신기업연합이 설립취지문에 밝혔듯 지역간의 협력을 통해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구원하고,한국 사회의 혁신 주체가 되기를 기대한다.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지방민들이 지방의 문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푼다는 각오가 필요하다.21세기판 경제의병인 지역혁신기업연합의 활약을 기원한다.
 
<대덕넷 이석봉 기자> factfind@HelloDD.com      트위터 : @hellod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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