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제영 STEPI 부연구위원
출처: STEPI 과학기술정책 2월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에서 그가 생각하는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행동이 최근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일반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많은 미국의 과학 연구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취임사에서 "과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언급한 것을 여전히 기억한다.

이와 비슷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취임사 내용은 "우리는 우주의 비밀을 풀고, 질병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미래의 에너지와 산업 그리고 기술을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정도이다. 이에 트럼프가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고려하고 있는 과학 정책과제를 10가지 질문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1] 2017년 과학 예산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트럼프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2017년 회계연도에 배정되어 있는 약 1.1조 달러의 예산액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의회와 결정해야 한다.(현재 기관 지출은 올 4월까지 지난 2016년에서 정해진 수준에서 동결된 상황이다.)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조정이 좀 더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에 대한 수십억 달러 지원과 같은 사안이다. 트럼프는 또한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더라도 기관들이 환경법을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2] 트럼프 정부의 첫 예산에서 과학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하는 바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예산 요구안을 내달 공표할 계획이고 5월에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정할 예정이다. 2018년 예산 요구안은 사실상 트럼프 정부가 재정지출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첫 지표인 셈이다.

지난 2차 미 대선토론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견해
지난 2차 미 대선토론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견해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도 예산의 12%정도를 연구 분야에 투자할 것인가? 또한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바와 같이 기후분야나 환경 과학, 재생 에너지 연구 분야에 대한 과감한 삭감을 요구할 것인가? 의회의 최종 예산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서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3] 과학 분야와 관련해서 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해 줄 것인가?

트럼프는 지금까지 빠른 시일 내에 저명한 연구자를 그의 과학 고문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과학계로부터의 요청을 보류해왔다. 과학계는 선출된 과학기술 고문직이 대통령에게 직접보고를 할 수 있는 위치인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백악관 내 새롭게 등장할 권한기구를 통한 보고방식인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다.

또한 트럼프가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블루 리본 과학 패널(blue ribbon science panel)을 어떻게 구성할 것 인지도 관심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시절 이를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on Science and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왔다.

[4] 누가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을 운영해 나갈 것인가?

연구관리 업무는 실질적으로 장관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다수의 선임 관리자들에 의해 행해진다. 최근 국립보건원 원장인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의 보직을 일시적으로 연장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트럼프는 아직까지 과학기술 관련 기관에 대한 특별한 인사 임명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그랬던 것처럼 저명한 과학자들을 임명할 것인가? 만약 공화당 정부의 익숙한 방법인 산업계로부터의 인사 임명인 경우 산업계 출신 관리자가 해당 과학 연
구기관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5] 트럼프의 사회 공공기반시설 계획은 최신 과학기술을 포함할 것인가?

트럼프는 미국의 국가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자 한다. 많은 과학자들과 일부 의원들은 고급 컴퓨팅 설비장치도 포함한 더 넓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계획은 많은 공화당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적자 감축 계획과 상충되고 있어 향후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6] 오바마의 과학 정책들은 트럼프 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인가?

오바마는 재임시절 주요 주제들을 포함하는 다부처 연구계획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커뮤니티 조성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고, Cancer Moonshot 정책을 통한 암 정복 노력, 정밀 의료 연구, 제조업 고도 네트워크화를 통한 산업지배력 강화, 공공분야와 민간분야의 파트너쉽을 통한 과학·수학교육 강화 등이 그 예이다. 많은 정책들이 양당의 지지를 받았지만 트럼프가 이러한 정책들을 계속 이어나갈지는 현재 불분명하다.

[7] 우주 탐사 계획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

우주연구는 사실 오바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우주연구에 대한 보다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식에서 그가 "우주의 비밀을 풀 것"이라고 말한 것은 몇몇 공화당원들이 바라는 최첨단 로봇을 통한 목성 위성 생명체 탐사와 같은 계획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였을까? 혹은 달에 유인 우주선을 다시 보낼 것을 암시한 것인가? 우주관련 사업체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어떠한가?

[8] 미국은 ITER 사업에 계속 관여할 것인가?

프랑스에 위치한 핵융합실험로인 ITER는 훗날 인류에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이다. 미국은 ITER 사업에 참여한 7개국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재 ITER에 대한 미 정부의 예산은 이미 초과되었고 진행상황도 처음의 예상 스케줄보다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ITER에 대한 투자가 미국 내에서의 핵융합 연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ITER 사업에서 철수하기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의 의견이 ITER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9] 통계 기관들이 트럼프 개혁정책의 타깃이 될 것인가?

미국 국가통계는 정부와 기업이 그들의 수조달러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경제를 움직여 왔다. 한 예로 미국 지역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ACS)를 들 수 있는데, ACS는 고용, 학교교육, 주택공급 등의 주제와 관련된 72개의 문항을 기반으로 한 연례 조사이다.

그러나 의회의 많은 공화당원들은 ACS가 불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고 이에 조사범위를 축소시키고 자발적인 설문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보고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여 13개 국가 통계 기관들에 대한 개혁을 추진할지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10] 규제 완화의 정도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

트럼프는 모든 새로운 각 연방 규제에 대해 두 개의 기존 규제는 제거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석유와 가스 사용에서 비롯되는 메탄가스 배출 규제와 같은 오바마 재임 마지막 기간에 시행된 주요 규정들을 취소하려는 의회의 움직임을 지지하고, 석탄 산업을 보호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환경과 의료분야 법을 수정하는 것은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법원의 판결 결과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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