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갑 KAIST 교수 연구팀, 이온가교 된 고분자 이용한 물-기름 분리막 제작
저비용·고효율·연속공정 3박자 '척척'···지난 2월 'JACS'에 게재
임 교수 "상업화와 기술이전 가능성 커···비용 저감 지속적 연구 추진"

임 교수가 미세조류에서 기름만을 유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멤브레인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임 교수가 미세조류에서 기름만을 유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멤브레인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지질 함량이 높아 바이오디젤 원료로 각광 받고 있는 미세조류. 대체 에너지로 가능성이 높지만 바이오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세조류에서 기름만 추출해야 한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미세조류로부터 기름을 뽑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의 활약이 돋보인다. 

주인공은 임성갑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부교수 연구팀. 이들은 물과 기름을 쉽게 분리하기 위한 분리막(멤브레인)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성과가 지난달 미국 화학회지에서 발행하는 저널인 'JACS(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공개되면서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집중 시키고 있다.    

고분자를 활용해 표면처리 연구를 하던 임 교수가 멤브레인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장용근)의 지원을 받아 과제를 수행하면서부터다.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세조류에서 추출 가능한 바이오에너지는 고갈위기의 화석연료를 대신할 현실적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팀은 미세조류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질(기름)의 양을 최대한 늘리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미세조류에서 기름을 얻는 방법은 단순하다. 미세조류 세포 안의 지방을 꺼내기 위해 세포를 찢어 지방을 밖으로 꺼내면 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참기름 짜는 것과 같이 미세조류로부터 물을 완전히 제거해 건조한 뒤 기계적으로 짠다. 이는 건조하는 과정 자체가 대단히 느리고 또 탈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유기용제를 사용해 세포벽을 깨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는 기름을 많이 추출할 수 있지만 세포벽을 터트릴 때 사용하는 유기용제가 환경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많은 기름을 추출하기 위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비교적 작은 유기용매인 핵산의 사용량을 최소화해 지방질을 뽑아낸다. 물과 기름의 혼합물에서 기름만을 선택적으로 추출해야 하기에 물과 기름을 분리할 수 있는 멤브레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임 교수는 "미세조류에서 바이오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을 제거하고 기름 성분만 남겨야 한다. 물과 기름을 분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이 더 크면 안 된다. 말하자면 100만원을 투입해 30만원의 기름을 얻는다면 그건 가치가 없는 일"이라며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데 값도 싸고 효율이 높은 방법을 찾아 기름을 많이 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저비용·고효율·연속공정' 3박자 '척척'인 분리막 개발 

멤브레인 제조 기술은 지난달 미국 화학회지에서 발행하는 저널 'JACS'에 실려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임 교수 뒤편 컴퓨터 화면에 JACS에 실린 논문이 보이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멤브레인 제조 기술은 지난달 미국 화학회지에서 발행하는 저널 'JACS'에 실려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임 교수 뒤편 컴퓨터 화면에 JACS에 실린 논문이 보이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죠. 멤브레인을 통해 물은 통과하고 기름은 못 빠지게 하면 물과 기름을 분리할 수 있죠. 분리 성능을 향상하려면 멤브레인의 구멍이 커야 하는데 이러면 물도 기름도 함께 빠져나오죠. 또 기름 특유의 끈적끈적한 성질로 멤브레인의 표면이 오염되면 물이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물과 기름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표면처리 기술이 필요한거죠."

연구팀은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멤브레인 제작에 있어 기존 기술의 틀을 깼다. 멤브레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삽입한 것. 

연구팀은 이온가교 된 고분자를 이용한 수(水) 처리용 멤브레인을 제조했다. 친수성이 큰 이온성 고분자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기존의 이온성 고분자는 고분자 자체의 높은 극성을 갖기에 액상에서 제조할 경우 대부분 유기용제와 물에 녹아버리는 단점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분자 사슬을 잇는 다리를 놓아 고분자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활용한 방법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온성 고분자를 액상에서 제조하는 것이 아닌 기체 상태(기상)에서 제조했다. 실패할 수도 있는 시도였지만 도전해야 성공 가능도 알 수 있기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물만 선택적으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멤브레인 표면이 물과 친해야 하고, 정확한 분리를 위해서는 물이나 기름에 대한 적절한 표면화학적 특성도 있어야 합니다. 또 분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께도 얇아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처럼 액상에서 고분자를 코팅하면 얇고 균일한 박막을 만들기도 힘들고 분리 속도도 늦어지기에 기상에서 코팅을 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기상에서 고분자를 코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시도니 참고할 자료도 없었기에 실험만이 답이었다. 연구팀은 연구 끝에 휘발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화학적 반응을 기상에서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 기상에서 이온 가교된 형태의 고분자를 코팅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이온성 가교 고분자는 멤브레인 위에 매우 얇고(약 500nm) 균일하게 친수성을 갖는 박막을 형성하게 됐다. 물과 기름을 분명하게 분리할 뿐만 아니라 분리 속도 역시 매우 빠른 멤브레인이 만들어진 것. 

"공정 자체를 새롭게 개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발한 멤브레인은 부가적인 에너지 없이 중력만으로 높은 투과도를 갖고 우수한 내구성과 선택도, 재활용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 "최종 미션은 상용화···비용 줄일 방법 고안 할 것"

임 교수는 남은 연구 기간동안 멤브레인을 상용화하기 위한 대면화 및 속도 개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임 교수는 남은 연구 기간동안 멤브레인을 상용화하기 위한 대면화 및 속도 개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물과 기름을 분리하기 위해 최적화 된 멤브레인을 개발했지만 임 교수는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았다 말한다. 실제 공정에 도입하고 상용화하기 위해서 여러 조건에 대한 최적화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한 멤브레인이 대량 미세조류를 처리할 수 있도록 대형화하고 처리 속도도 개선해야 한다.  

임 교수는 "미세조류에서 기름을 많이 추출하기 위해서는 멤브레인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많은 양의 바이오매스를 생산해 낼 수 있다"며 "기름 생산이 멈추지 않으려면 연속공정도 신경 써야 하고 처리 속도도 빨라한다. 개발한 멤브레인은 기존 보다 처리 속도가 빨라 처리 성능 향상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기름을 추출할 때 사용한 핵산을 회수하는 공정도 필요하다. 기존에 나와 있는 핵산 회수법은 공정 시간이 길고 효율도 낮아 지질 회수의 효율을 높이면서 공정을 간단히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다양한 과제가 남아있지만 임 교수는 바이오매스연구단의 사업 하반부에는 기술이전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교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폐수, 기름 유출 사고 등으로 인해 수 처리 분리막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멤브레인 개발을 통해 바이오매스 공정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며 "현재 특허 출원과 등록 진행을 동시에 하고 있기에 기술이전과 실용화를 밝게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새로운 재료 합성을 통해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연구에 적용하고 기존에 없던 공정을 개발하면서 지속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세조류에서 기름만 추출하기 위한 멤브레인의 역할을 실험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미세조류에서 기름만 추출하기 위한 멤브레인의 역할을 실험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임 교수와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임 교수와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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