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S 현장에서 ② 미국 과학자들의 목소리] 
과학자, 학생, 시민 등 수천명 광장 모여 '스탠드업 포 사이언스' 외쳐
기후변화 등 인류 문제의 과학적 해결·이민제한 조치 반대 입장 피력

"스탠드업 포 사이언스(Stand up for Science), 스탠드업 포 사이언스~"

19일 점심시간(미국 동부 기준) 미국 보스턴 코플리 광장(Coply Square). 
'스탠드업 포 사이언스'를 외치는 수천여명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한발짝 걸음을 움직일 수 없을만큼 광장에 인파가 대거 몰렸다. 미국 과학기술자와 이공계 대학 교수, 대학생, 시민들까지 저마다 피켓을 들고 트럼프 정부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즈, 일본 NHK 등 여러 메이저 언론 기자들이 시위현장에서 취재에 열을 올렸다. 

광장의 중앙무대에서는 과학자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이란 출신의 여성 연구원은 자신의 영웅인 미국의 이란 출신 과학자들과 자신의 과학가족 사례를 이야기 하며, 트럼프 정부 이민제한 조치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 다니는 박사과정 학생은 미국은 과학으로 움직인다고 강조했고, 하바드대학의 과학역사 교수는 시위에 나서고 싶지 않은 과학자들이 시위에 나서게 됐다며 기후변화처럼 인류가 해결해야 할 난제는 결국 과학기술이 풀 수 있다고 설파했다. 한 여성 이공계 학생은 연설을 하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트럼프 정부의 비과학적인 상황을 비판했다. 

특히 이번 AAAS(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대회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국가 과학정책 결정 전반을 다루는 열띤 공론의 장을 제공했다. 토론 현장에서 많은 연사들이 나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과학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의 주도적인 참여와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16일 AAAS 연례대회 개회연설에서 바바라 샬(Barbara Schaal) AAAS회장은 "최근 미국은 과학적사고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과학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켜야 한다. 새로운 발견과 혁신의 지속을 위한 과학 파이프라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의 행동을 주문했다.

수천여명이 운집한 보스턴 코플리 광장.<사진=김요셉 기자>
수천여명이 운집한 보스턴 코플리 광장.<사진=김요셉 기자>
나오미 오레스크(Naomi Oreskes) 하바드대 과학사 교수는 17일 천여명이 참석한 기조연설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정치적 공격을 당하고 신뢰를 잃게 된다는 두려움으로 선을 넘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등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과학적 사실을 적극 이야기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나오미 교수는 "아인슈타인이나 닐 보어와 같은 과학자 사례처럼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사실을 이야기 하면 과학자는 결국 사회적으로 신뢰를 잃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가치(공정성·책임성·현실성·창의성)를 지향하며 과학정책의 목소리를 일반 대중들에게 적극 알리고, 정책 영역의 확대를 위해 과학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쉬 홀트(Rush Holt) AAAS 최고경영자(CEO)는 토론이 벌어지는 행사장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에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이민 정책 등 과학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는 조치들이 잇따르자 미국 과학기술계가 특별한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AAAS 연례대회 현장에서 만난 김승환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미국 과학계의 움직임에 대해 "과학기술에 대한 도전과 위기 속에서 결집한 과학기술인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와 저력에 감동했다"며 "우리 과학기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이 더욱 긴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의 주도적 성찰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과학계는 오는 4월 22일 지구의날 워싱턴을 중심으로 전세계 도시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트럼프 반과학정책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가지각색 피켓들.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정책결정을 지지합니다'.<사진=김요셉 기자>
가지각색 피켓들.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정책결정을 지지합니다'.<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자 그룹 "과학을 위한 것은 인류를 위한 것입니다".<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자 그룹 "과학을 위한 것은 인류를 위한 것입니다".<사진=김요셉 기자>

보스턴 트리니티성당 앞에서 '스탠드업 포 사이언스'.<사진=김요셉 기자>
보스턴 트리니티성당 앞에서 '스탠드업 포 사이언스'.<사진=김요셉 기자>

뉴욕타임즈, 일본 NHK에서도 취재.<사진=김요셉 기자>
뉴욕타임즈, 일본 NHK에서도 취재.<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의 중요성을 연설하는 과학자들.<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의 중요성을 연설하는 과학자들.<사진=김요셉 기자>

많은 시민들도 참여, 그리고 의견수렴.<사진=김요셉 기자>
많은 시민들도 참여, 그리고 의견수렴.<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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