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중심, 출연연"
글 :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사진=대덕넷>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사진=대덕넷>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과 과학기술이 태동했던 1966년 KIST가 정부출연연구소로서 처음 설립되고 이듬해 과학기술진흥법이 제정됨으로써 한국의 과학기술은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이후 70년대에는 폴리에스터필름 국산화, 80년대에는 전자교환기 TDX-1,  반도체 64K 개발에 성공했다. 또 90년대에는 CDMA 상용화, 한국형 원전 개발 그리고 2000년에 들어와서는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을 개발했다. 이어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달 탐사를 통해 우주의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는 주역이 바로 출연연이다.

설립이후 50년간 많은 성장과 변천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선진국을 추격하는 연구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고, 기술의 자립화를 통한 국가 주력산업의 고도화에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80년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한 강압적인 통폐합, 90년대 경영효율화 방침에 따라 시행된 PBS제도, IMF사태에 강요된 정년단축, 단기적인 안목으로 시행된 출연연 거버넌스의 잦은 개편, 최근에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미명 아래 강제된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하여 연구환경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 온 것도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창의적 연구가 결여되어 있다', '일본도 받는 노벨상 수상과는 거리가 멀다', '출연연의 대개혁이 필요하다'는 등의 여러 질타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 모두 맞는 소리다. 그러나 이러한 황폐화된 환경하에서 어떻게 남들이 못하는 창의적 연구며 노벨상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연구가 수행될 수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Fast Follower로서 추격형 연구에 집중해 선진기술의 국산화에 주력한 연구환경을 First Mover로서 남들과 다른 창의적인 선도형 연구환경으로 바꾸려면 부단한 노력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단기성과로 연구자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시스템 대신에 오랜 시간동안 지원하고 기다려주는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노벨상을 받는 연구자들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은 과학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출연연의 대개혁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바로 자율적인 연구환경 조성과 연구자들의 안정적인 연구 지위보장이다. 정부의 간섭이 최대한 배제된 상태에서 각 연구기관의 특성에 맞추어 세워진 비젼과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연구가 수행되고, 관리·평가되는 연구현장 중심의 연구환경이 우선적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자율적인 환경에서 연구자들이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창의적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지위를 보장하여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출연연이 개혁되고 변화되어야만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일류국가로 도약시킬 수 있는 과학기술의 중심이 되는 출연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는 이상민 의원, 오세정 의원, 신용현 의원이 출연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각각 국회에 상정 발의하였다. 아무쪼록 이 법안들이 국회에서 잘 심의되어서 출연연 개혁의 첫 발이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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