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은선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책임연구원

중소기업은 국가산업의 허리와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위한 김은선 박사의  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순서는 1.세렌디피티, 우연성의 기술기회를 극대화하자. 2.벤치마킹의 함정,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3."실패해야 성공한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정부가 담보해야 4.사회적 자본과 4차 산업혁명 5.한국형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6.기술사업화, 무빙타겟을 고려한 평가지표의 발굴이 시급하다. 7.혁신의 의미, 革新인가, 赫新인가? 등의 순이다.[편집자 주]

기업지원의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이해하기 쉬운 지표가 '매출증대'다. 기술사업화를 단순히 투입(지원)에 따른 산출(매출증대)의 상관관계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이라는 요소가 개입되고 이들의 협력적 행위에 따른 결과 기업이 보유한 특이한 자원과 성장의 궤적으로 인해 사업화의 방정식이 매우 복잡해진다.

기업의 사업화 목표는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 이지만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중간과정들도(예: 네트워크 구축, 수요자 연계) 사업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기술 사업화의 성과점검은 정량적 결과와 단기적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결과지표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성과지표는 조직의 임무와 전략, 성과 목표의 달성여부를 측정하는 척도로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계량적 혹은 질적으로 표현한 지표를 의미한다. 따라서 성과지표는 객관적인 성과목표의 달성여부를 알려주는 중요척도이며 평가의 목적과 사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덕에 위치한 벤처기업 M사 대표는 출연연에서의 20여년간 축적한 연구역량을 토대로 창업을 했고 이후 정부기관으로부터 2년간 R&D 자금 지원을 받았으나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해 지원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외전시회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계약이 성사되면서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가 보는 성과는 단기간 내에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업화에 이르기 위한 중간과정에서 잠재적 수요처와 연계된 부분이다.

당시 대표는 인터뷰에서 "비즈니스는 기술 하나 가지고 안됩니다. 사람들은 기술만으로 뭔가 돈을 벌 줄 아는데 턱도 없어요. 기술은 한 10퍼센트? 결코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 않아요. 그 외의 것이 더 많아요. (중략) 사람들은 성과가 실현되기까지 너무 인내심이 없어. 뭔가 내놔라 하는데 그게 빠른 시간 내에 되나? (아이템을) 선정하는데 노력을 반을 투자하고 선정을 잘하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하는데) 이후 1년 사이에 뭐가 되고, 2년만에 뭐가 되고, (이런 것을 기대하니) 사실 우스꽝스런 거죠." 라고 밝힌 바 있다.

대덕의 수처리 엔지니어링 기업인 B사 역시 "국내에서는 평가시스템이 3년을 기다려주지 않아요. 평가를 1년 단위로 하니까 지원기간 입장에서는 기업을 싫어하죠."라며 기술마케팅과 관련한 지원을 받은 이후 단기간 내 매출증대라는 성과를 보여야 하는 부분에 대한 부담을 피력한 바 있다.

이들이 강조하고자 한 부분은 매출발생까지의 성과창출 과정과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친 내외부의 요인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자금 등 직·간접 지원의 결과로 매출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를 투입에 따른 성과로 볼 것인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K사, 반도체 외관장비 검사업체 I사 등이 모두 출연연이나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대덕 소재 중소기업들로 연구개발부터 매출증대에 이르는 과정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신규사업 분야의 매출증대로 사업화 성공사례로 꼽히는 K사의 대표는 정작 십여 년간 투입한 인력과 자원을 고려하면 단순한 매출증대를 성과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기업은 사업화 과정에서 금융, 다양한 기업·기관들 다양한 주체 및 환경요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하므로 기업이 활동을 영위하는 산업의 경쟁 환경, 기업의 지식 창출 역량, 학습역량 및 내·외부의 상호작용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R&D 과제의 시장경쟁력을 점검하는 것도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투입부터 산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기업이 처한 환경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형태를 취하고 평가는 이러한 요인들을 총괄적으로 파악하여 매출증대와 같은 정량적인 데이터가 주는 사업화 성과 이상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성과가 발생한 이유를 올바르게 점검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결과가 주는 의미를 넘어 사업화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미 연구개발 부문의 성과측정은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성과 측정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에 있으나 이외 지원사업의 경우 단기적이고 정량지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부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사업화 과정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중간점검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술사업화의 성과측정도 연구기획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기업 차원에서는 내부적으로 전략적 의미를 모색할 기회를 국가적 차원에서는 정책 성과를 연계하는 수용시스템을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김은선 박사는?

김은선 박사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전문가다.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사업기회분석실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대·중소기업의 기업컨설팅을 수행해왔다.

김 박사는 2009년 과학산업화 팀장, 2010년 기술사업화정보 실장을 연임했었다. 아울러 당시 3000여명 남짓하던 과학기술정보협의회를 1만 2000명 수준으로 활성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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