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학, 5년간 묻지도 따지지 않는 ‘하쿠비 프로젝트’
신진연구자 활동과 과학도 육성 등 정부 관심

교토대학은 '하쿠비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5년동안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한다. 사진은 교토대 기초물리연구소 앞. 노벨상수상자 유카와 박사 동상이 서있다.<사진=대덕넷 DB>
교토대학은 '하쿠비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5년동안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한다. 사진은 교토대 기초물리연구소 앞. 노벨상수상자 유카와 박사 동상이 서있다.<사진=대덕넷 DB>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2014년 아카사키 이사무(물리학상) 교수, 아마노 히로시(물리학상)교수, 2015년 오무라 사토시(생리학 의학상)교수, 카지타 타카아키(물리학상) 교수에 이은 수상소식이다. 일본은 3년 연속 노벨상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일본이 기초과학의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꾸준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전문가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선배로부터 후배로 이어지는 대물림 연구 등 다양한 분석이 있다.
 
연구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일본 과학기술 인력양성 시스템과 정책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대학의 신진연구자 지원방법과 젊은 연구자 확충을 위한 일본정부의 노력 등을 취재했다.
 
◆ 기초연구 인력양성 위해 신진연구자 위상 확보 전략
 
교토대학은 2009년 9월부터 ‘하쿠비(白眉)프로젝트'를 시행해 운영 중이다. 대학이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프로젝트 연구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연구자들이 원하는 연구, 독창적인 연구에 5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원한다. 하쿠비 프로젝트를 통해 인재확보를 한다기 보다 기존 연구자가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하고 세계에서 활약하는 연구자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학교에 제출할 1년간 연구결과는 A4용지 한 장이면 된다. 자신이 연구한 논문제목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연구원들에게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 등의 강요와 압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쿠비 프로젝트에 선정된 교수는 총 47명(2016년 4월 기준)이다. 매년 국제 공모를 통해 선발하는데, 일본 내 젊은 연구자 뿐만 아니라 과학에 열정을 가진 전 세계의 젊은 연구원들을 교토대학으로, 일본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하쿠비 프로젝트에서 보듯 일본은 기초연구비 사용부분별 비율 추이에서 대학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은 장기간에 걸친 기초연구를 지원하는데 이는 노벨상을 비롯한 많은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은 아예 정부 R&D의 30%를 정부가 구체적인 항목을 지정하지 않고 대학에 블록펀딩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논문 발표시기가 30대가 많은 만큼 연구초기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신진연구자의 위상확보를 전략으로 삼는 대학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시드(seed)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연구와 시대 흐름과 관계없는 보편적인 지식의 탐구를 장기적 시야로 추진하기 위해 과학연구비 보조금과 신(新) 테뉴어 트랙 제도 등을 지원한다.

신 테뉴어 트랙제도는 대학에 테뉴어 트랙으로 채용되는 신진연구자를 국가가 채용, 결정해 일정기간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진흥조정비에서 운영된다. 5년 정도 테뉴어 트랙 교원으로 독립해 연구를 실시하는데 이 때 연구자 급여를 포함해 매년 연구비가 국비에서 지원된다.
 
◆ 고급인력 양성정책 'COE 프로그램'
 

과학기술로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이지만 일본역시 이공계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본은 고급인력을 양성하고자 새로운 'COE 프로그램'을 신설하기에 이른다.
 
한국인력개발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일본에서는 일본 대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서 교육 및 연구 활동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경쟁원리에 의해 경쟁적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국가를 통한 대학 간의 경쟁을 활발하게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일본에서는 2001년 대학의 구조 개혁 방침을 국립대학의 편성․통합, 국립대학의 법인화, 제 삼자 평가에 의한 경쟁 원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부과학성에서는 제삼자 평가에 근거한 경쟁원리에 의해 국제 경쟁력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만들기를 추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세계적 연구 교육의 거점을 형성하기 위한 중점적 지원, 21세기 COE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세계적인 연구교육거점의 형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후속사업으로 GCOE프로그램 등이 있다.
 
21세기 COE프로그램의 목적은 일본의 대학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교육 거점을 학문분야 마다 형성하고, 연구수준의 향상과 세계를 리드하는 창조적인 인재육성을 꾀하기 위해 중점적인 지원을 실시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개성 있는 대학 만들기를 추진하는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해당사업에 대해 국내외 대학관계자, 연구 기관 등으로부터 일본 대학 전체의 활성화 효과가 있었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매스컴에서도 큰 주목을 모으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우수한 젊은 연구자가 사업 시작 전에 비해 2배 증가했고 대학의 조수나 기업의 연구 부문에 취업한 사람이 증가했으며 특히 기업의 연구 개발 부문에 취업자의 증가가 현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초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기초과학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경쟁을 통한 연구지원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젊은층의 과학기술계 유입률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나 내실 있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해당 프로그램이 미래 일본 과학기술 인재육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한 분석은 향후 재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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