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

◆ 충격과 분노로 잠 못 이룬 밤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사진=대덕넷 DB>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사진=대덕넷 DB>
2006년 10월 9일 참으로 악몽 같은 날이었다. 많은 국민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 못 먹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굶어 죽어 가고 있다.

북한이 그 많은 돈을 들여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은 반평생 원자력인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충격과 분노로 잠 잘 수 없는 긴 하루였다.

그로부터 벌써 다섯 번째 핵실험을 접하면서 살찐 위정자가 깡마르고 배고픈 국민의 심정을 그토록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까지 하다.

핵실험을 반대하는 전 세계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으면서 큰 수해가 발생하니 뻔뻔스럽게도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는 그 양심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혹시 핵무기가 위정자의 배를 더 채워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 핵무기기술은 High tech가 아니다

반평생을 핵물질을 만지면서 원자력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원자력과의 만남은 내 인생 최대 축복이다.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는 대한민국 전력사업에 작은 기여를 했고 원자력기술 선진국 진입에 함께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2009년 12월 말에 UAE에서 한국형원자력발전소 4기 건설 소식을 접하면서 이날은 '대한민국이 원자력기술 식민지로부터 독립'된 날이라고 혼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이 무슨 원자력기술 자립이며 일본 같은 나라도 일본형 원자로가 없는데 한국형 원자로가 어디있느냐고 조롱하고 비난받았지만, 우리가 일본보다 먼저 원자로(UAE)와 연구용 원자로(jordan)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여러 가지 거대 과학기술 중 원자력발전기술만큼 완벽하게 자립한 기술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과학 사대주의를 훌훌 털어버릴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2004년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재임 시 레이저 우라늄 농축실험으로 IAEA 검사관은 물론 국내외 언론과 힘든 씨름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실험은 어디까지나 학문적인 호기심이었고 레이저 농축기술은 high tech로 이 기술을 가진 나라는 몇 나라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레이저 농축기술은 기존의 어떤 농축 기술보다 훨씬 높은 효율은 물론 아주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실험에 성공하고 실험실을 곧 패쇄 했다.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 경고나 여론을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상응하는 조치를 반듯이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이 머리 위에 북한의 핵무기를 이고 편안히 살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드 배치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정치인에게 국가를 어떻게 맡길 수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만일 국제사회가 용인한다면 우리도 아주 가까운 시간 내에 분명히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북한이 하는 것을 우리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경제는 물론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북한을 훨씬 앞서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북한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6단계로 하는 조건으로 연변 연구용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쇼를 한 일이 있다.

당시 서울에서 비핵화 관련에 포럼에 참석했을 때 사회자가 나에게 의견을 묻기에 냉각탑 폭파는 '쇼'일 뿐이라고 답했다. 냉각탑은 단지 콘크리트 덩어리뿐이며 비핵화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결국, 우리는 그 '쇼'에 속았고 시간만 벌어준 것이 되었다.

◆ 핵무기 개발이 원자로 개발보다 훨씬 쉽다

핵무기 개발이 원자로 개발보다 훨씬 싶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원자로는 100만~200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수십 년 동안 필요한 만큼만 안전하게 꺼내 쓰는 것이다.

핵무기는 2000여 개의 부품으로 한순간에 터트리는 것으로 원자로 개발보다 훨씬 쉬운 것이다. 원자로를 개발한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우리 같은 원자로를 개발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1940년대 미국이 맨하탄 프로젝트를 통해서 핵무기를 개발할 때는 컴퓨터 칩은 물론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 개발하는데 2년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1940년대 미국의 과학기술과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앞서있을까?

그리고 미국이 플루토늄(Pu) 폭탄 2개와 우라늄(U) 폭탄 1개를 만들어 미국 내에서 플루토늄 폭탄으로 첫 핵실험을 했다. 이후 실전으로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상공에서 실험도 하지 않은 우라늄 폭탄을 투하했다.

플루토늄과 우라늄 폭탄은 구조가 완전히 서로 다르다. 놀라운 것은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실험도 해보지 않은 우라늄 폭탄을 먼저 실전에 사용했겠는가! 그리고 3일 후(8월 9일)에 플루토늄 폭탄을 나가사끼 상공에 투하함으로써 일본이 패전하고 우리는 독립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제조 기술이 70여 년 된 것으로 high tech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70년 여년 된 기술을 high tech이라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국제법을 준수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로서 국민의 보다 낳은 삶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나라다.

이를 위해서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온 국민이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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