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前 KAIST 문과과학대학장의 '동아시아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들' 특강을 듣고
글: 전북대 과학학과 4학년 윤빛나

전북대학교 과학학과는 지난 10일 동아시아 노벨과학상 수상자에 대한 과학문화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김동원 前 KAIST 문과과학대학장은 이 특강에서 'Precious Few: East Asian Nobel Laureates in Science'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동원 교수는 ▲과학 분야 노벨상에서 동아시아 수상자와 서양 수상자의 차이 ▲동아시아 수상자 중 국가에 따른 차이 ▲동아시아에서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가 생리의학상 수상자보다 많은 이유 ▲동아시아 수상자들은 동아시아 과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등 동아시아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비교하며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수상자들은 노벨상을 받을 때 대부분 일본 국적이었고, 노벨상을 받게 된 연구도 일본에서 시작했거나 완성했다. 이들은 일본 과학계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반면 중국 수상자들은 노벨상을 받을 때 대부분 미국 국적이었고, 미국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상자들은 중국 과학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노벨상을 받게 되면 중국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벨상을 받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창의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노벨상을 못 받는 이유는 과학을 과제로 생각해 즐기지 못하고, 노벨상과 올림픽 메달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즐기면서 과학을 하기보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데만 치중하면 노벨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 

그는 "세계적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창의성을 자극하려면 문화·사회가 미래지향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 노벨상 수상자의 기록 부재와 관련 연구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는 수상자가 영웅이 되므로 비판이 불가하고, 수상자의 과학적 성과가 난해해 쉽게 작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전문적 전기가 없으며, 관련 연구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래 내용은 강의 후 진행된 질의응답을 간추린 내용이다.

Q: 일본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도쿄대·교토대 외에 지방에서도 많이 나온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A: 일본의 교육시스템 변화가 역할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은 거점 지방을 억지로 만들지만 일본은 제국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유명인이 지방으로 퍼져나가 자리를 잡았으며, 일본의 지방대 컨소시엄 정책도 주효했다.

Q: 우리나라는 연구자에만 집중하고 그를 도와준 스승에 대한 언급은 없는데 스승의 역할은 어떠한가.

A: 스승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는 분야의 미래를 생각하는 커뮤니티가 갖춰져 있어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고, 후대양성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 

Q: 노벨상으로 본 동아시아 과학기술은 실제 동아시아 과학을 어떻게 반영하는가.

A: 동아시아 과학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등에 비해 수상자 수가 아주 적은 것은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Q: 동아시아의 노벨상 논의에서 두 가지가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 한국은 역사가 짧으므로 노벨상을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일본·중국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둘째, 노벨상을 받는다고 해서 과학의 수준이 올라간다거나 국민의 삶이 크게 변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벨상을 국가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A: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의 근대 과학역사는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노벨과학상은 특정 분야에서 특정 개인이 받는 상이기 때문에 노벨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Q: 한국이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커뮤니티가 형성돼야 하고 문화를 바꿔야하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강연의 주된 내용인 것 같다. 커뮤니티 형성과 문화 변화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정부 지원을 안 받는다면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

A: 대안은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의 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의미 있는 과학 연구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문화를 포함한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동원 前 KAIST 문과과학대학장은 특강에서 동아시아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모습에 주목했다.<사진=전북대 과학학과 제공>
김동원 前 KAIST 문과과학대학장은 특강에서 동아시아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모습에 주목했다.<사진=전북대 과학학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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