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용진 재료연구소 분말·세라믹연구본부장

우리나라는 현재 주력 기간산업인 조선, 철강 산업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체 등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산업분야가 그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재분야의 혁신적 역할이 요구된다.

소재는 그동안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한 기본 골격재로서 사용되어져 왔다. 건물을 짓기 위해 시멘트와 철근을 필요로 했고, 선박과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철판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3D 프린팅, 정밀의료 산업 등은 튼튼한 구조적 성질보다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기능성 소재가 요구된다.

그 대상으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소재가 바로 분말소재이다. 분말소재는 도자기를 만드는 점토나 빵을 만드는 밀가루,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나노기술의 은나노 분말과 같이 작은 크기의 분말을 원소재로 활용해 개발되고 있는 소재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은 기존 기계 중심의 자동차 기술을 IT 중심으로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분말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자석의 원리로 작동되는 모터는 갖가지 종류의 자석을 사용하고 있으며, 배터리는 탄소분말, 리튬 성분의 산화물분말, 니켈분말 등을 주원료로 한다. 센서 및 디스플레이 부품의 경우도 나노분말, 형광성분말 등을 사용한다. 

3D프린팅 산업은 현재 프린터 제조회사의 판매방식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프린터 제조회사가 프린터 기계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잉크를 비싸게 공급하는 것처럼 3D프린팅 업체 또한 장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대신 잉크에 해당되는 금속·세라믹 3D프린팅 전용 분말은 일반 분말에 비해 최소 5배 이상, 많게는 20~30배 이상의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짧은 산업화 기간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원소재 분말을 개발하기 보다는 유럽, 일본 및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된 분말을 가공해 부품화하는 산업 위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 분야에서는 특정 용도에 맞는 특화된 기술이나 세계 유일의 기술 등에 의해 제조된 분말소재를 요구하고 있다.

재료연구소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분말소재 분야를 30년 이상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며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수요에 알맞은 분말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버려지는 전기를 에너지화하고 이를 센서 전원으로 사용하는 기술, 보다 강력하고 값싼 자석을 제조하는 기술, 3D프린팅 전용 금속 및 세라믹 분말 기술 등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분말소재를 개발하는 한편, 축적된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 연구원이 직접 창업을 하거나 연구소 기업을 설립해 미래 산업에 필요한 특화된 분말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의 기반이 되는 분말소재는 산업 수요의 다양성, 보유기술 및 인력, 인프라의 한계성 등으로 인해 특정 연구소나 기업이 이를 전적으로 담당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와 지자체의 꾸준한 지원 정책과 기업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 그리고 국내 개발 소재를 우선적으로 제품에 적용하도록 하는 기업의 활용 정책 등이 서로 잘 조화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이 전제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며 재료연구소가 바라는 소재강국 실현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희망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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