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국산화⑦]프라운호퍼 연구자 2人 비파괴분석장비 업체 I-DEAL 창업"돈 주고 살 수 없는 SW로 승부"

I-DEAL 테크놀로지 사무실이 위치한 벤처건물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I-DEAL 테크놀로지 사무실이 위치한 벤처건물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비파괴 초음파 검사 분야 전문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독일의 중소기업 I-DEAL 테크놀로지의 연구실. 공장이 바삐 돌아가고 하드웨어 전문가들이 기계를 조립할 것 같은 장비업체 이미지를 깨부수듯 연구실 한 가운데 컴퓨터 공학자의 자리가 위치해 있다.
 
"하드웨어는 살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데로 작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는 살 수 없다"며 장비시장에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수를 띄운 I-DEAL 창업자 로만 박사(Roman Pinchuk)의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컴퓨터공학자인 로만 박사는 프라운호퍼 비파괴연구소(IZFP)근무시절 동료인 안드레이 박사(Andrey Bulavinov)와 2009년 공동으로 비파괴분석장비와 시스템을 만드는 I-DEAL을 창업했다.

창업기반이 된 기술은 샘플링페이즈드 어레이기술(Sampling Phased Array technology)이다. 이 기술은 IZFP에서 두 박사가 개발한 기술로 특별하게 재구성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입사각, 초점심도 등을 한 번에 여러 면을 측정하는 등 3차원으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2007년 하노버박람회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해당기술은 항공우주, 파이프라인 노화 검사, 철강, 석유화학 등 재료의 품질을 분석하고 기계적 손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로만 박사는 "연구소에 개발한 이 기술을 응용하면 더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프라운호퍼는 자기 연구를 위해 장비나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경우가 흔하고 우리도 그런 경험을 했지만 스핀오프는 달랐다. 개인적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나오는 일은 독일에서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 기술이 괜찮다고 느꼈고 더 키워보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 "절반 이상, SW 전문가…'컴퓨터+일반공학' 많은 것 가능케 해"

 

I-DEAL의 비파괴 초음파 검사 엔지니어링 시스템.<사진=I-DEAL 홈페이지>
I-DEAL의 비파괴 초음파 검사 엔지니어링 시스템.<사진=I-DEAL 홈페이지>
컴퓨터사이언스와 비파괴의 융합을 강점으로 내세운 I-DEAL에는 현재 여러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 I-DEAL에서 근무하는 15명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알고리즘 개발, 소프트엔지니어, 재료연구자 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다.

I-DEAL은 기업규모가 크진 않지만 독일 잘란트주의 자동차 변속기 공장에 변속기 비파괴분석장비를 납품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잘란트주에는 BMW의 자동차 부품 50%가 생산되고 있는데 그 중 많은 변속기가 I-DEAL 테크놀로지 장비로 검증된 후 출고된다.

I-DEAL의 변속기비파괴분석장비는 독일뿐 아니라 미국의 텍사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의 공장에서도 사용 중에 있으며, 프라운호퍼와 꾸준히 공동연구를 통해 재료분석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공장납품 뿐 아니라 I-DEAL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12미터에 달하는 로켓 연료탱크의 불량을 체크한 바 있다. 해당 로켓은 성공적으로 우주로 발사되기도 했다.
 
그는 "컴퓨터와 일반공학을 접목해야 많은 것을 현실화 할 수 있다. 두 분야의 접목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거의 100% R&D 투자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해 코스트 낮출 것"

로만 박사에 따르면 보통 비파괴장비는 초음파를 단면으로 쏴 돌아오는 값을 측정해 데이터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3차원으로 분석하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로만 박사가 보유한 샘플링 페레이즈드 어레이기술은 한 번에 여러 면을 측정할 수 있으면서도 한꺼번에 얻어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가 빠르게 처리하도록 알고리즘을 구성해 변속기나 연료탱크 등 비파괴대상의 불량부분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다.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좋은 슈퍼컴퓨터로 하면 되지 않을까. 그는 해당 질문에 "슈퍼컴퓨터는 일반 기업이 사용하기에는 가격적으로 너무 부담스럽다"며 "우리는 일반컴퓨터로도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얻어지는 데이터의 용량이 4테라바이트 정도로 굉장히 크지만 빠르게 체크해서 비파괴로 불량을 잡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I-DEAL을 창업한 로만 박사. 그는 프라운호퍼 비파괴연구소에서 나와 2009년 장비업체를 스핀오프했다.<사진=김지영 기자>
I-DEAL을 창업한 로만 박사. 그는 프라운호퍼 비파괴연구소에서 나와 2009년 장비업체를 스핀오프했다.<사진=김지영 기자>
I-DEAL은 매출액의 대부분을 R&D에 투자 중이다. 로만 박사는 "보통 프로젝트의 경우 예산 중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만 우리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빼고 남는 금액은 전부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기술을 보유하는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I-DEAL은 로봇팔을 접목해 원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파괴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입체적인 면을 분석 할 때 로봇 팔이 움직이며 체크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광학과 초음파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 장비에 알맞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연구장비의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속적으로 새롭고 혁신적인 비파괴 검사기술 도입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정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팔을 이용해 연구개발 중인 비파괴 초음파 검사 시스템<사진=김지영 기자>
로봇팔을 이용해 연구개발 중인 비파괴 초음파 검사 시스템<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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