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은선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책임연구원

중소기업은 국가산업의 허리와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위한 김은선 박사의  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순서는 1.세렌디피티, 우연성의 기술기회를 극대화하자. 2.벤치마킹의 함정,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3."실패해야 성공한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정부가 담보해야 4.사회적 자본과 4차 산업혁명 5.한국형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6.기술사업화, 무빙타겟을 고려한 평가지표의 발굴이 시급하다. 7.혁신의 의미, 革新인가, 赫新인가? 등의 순이다.[편집자 주]

인공지능이 전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투자수익률을 분석해주는 로봇 어드바이저 시장의 급속한 성장, 무인자동차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인력의 대거 채용 등의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염두에 둔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새길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측면에서는 연구개발을 거쳐 사업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다양한 자원을 직접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관계망의 구축을 통해 신뢰를 쌓고 선순환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사회적 자본, 일명 소셜 캐피탈(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은 1990년대 콜먼(Coleman)과 퍼트남(Putnam) 등 사회학자들의 활발한 연구 속에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사전적 의미는 '두가지 이상의 복합체로 한 개인에게는 없지만 그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콜만(Coleman)은 사회적 자본을 '거래 비용의 감소를 가져오는 신뢰, 정보 소통의 통로로서의 연결망, 개인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제어하는 도덕과 규범'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의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은 인간관계 내에 존재하고 다른 물리적 자본들과 마찬가지로 생산활동을 증가시킨다. 예를 들어 관계망을 통한 '협력적 행위'를 촉진시켜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고 참여자들 혹은 기업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출현과 맞물려 사회적 자본에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 일까.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에만 열광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사이버 물리시스템 구축을 통한 자동화된 생산체제와 급진적 기술의 발전에만 집중해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볼 것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해 산업 및 경제구조가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1차 산업혁명기를 거치며 나타난 생산성 증가 이면의 고용감소의 그늘 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변화의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보스 포럼의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됨으로써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업무의 상당수를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니 실로 위협에 대한 대안 탐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4차 산업혁명의 특징가운데 하나가 오픈 플랫폼을 통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다. 공유경제 하에서는 다양한 참여자와 기업들이 규모에 상관 없이 지역간의 경계를 넘어서고 즉각적인 연계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의 창출이 가능하다.

이때 참여자간 협력, 소비자의 경험, 감성과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창의성은 개인 혼자만의 능력이 아닌 사회적 자본이 결합된 협력의 산물이다.

사회적 자본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신뢰에 기반한 참여자들간 상호작용(interaction)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인공지능과는 다른 형태의 창의적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제안된 가치(value)야 말로 좁게는 지역 생태계를 넓게는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안내하는 관문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은 기술의 진보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사회적 동력 없는 혁명은 불균형한 성장을 부채질할 뿐이다. 즉,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는 결정적 키는 사회적 인프라에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사회적 자본과 4차 산업혁명이 갖는 정책적 함의는 무엇일까? 이미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유경제 모델 수립, 특정 산업을 타겟으로 한 오픈 플랫폼 구축,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 새로운 혁신체제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심각한 변화에 대응한 긍정적 신호탄으로 보여진다. 특히 생태계라는 용어가 혁신주체들간의 유기적 연계와 상호작용에 기반한 지속적 진화를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사회적 자본과 물리적 자본이 적절히 결합된 혁신체제는 중소기업간, 지역간, 자원의 배분을 원활히 하고 협력적 창의성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창출의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협력적 관계를 통해 발현된 가치는 무엇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이 존재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급격한 혁신과정에서 균형 잡힌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의 역할을 할 것이다.
 

◆김은선 박사는?

김은선 박사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전문가다.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사업기회분석실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대·중소기업의 기업컨설팅을 수행해왔다.

김 박사는 2009년 과학산업화 팀장, 2010년 기술사업화정보 실장을 연임했었다. 아울러 당시 3000여명 남짓하던 과학기술정보협의회를 1만 2000명 수준으로 활성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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