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이석원 기자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다치거나 때로는 목숨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인간의 몸은 자동차 사고를 견딜 수 있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실제로 인간이 자동차 사고에 견딜 수 있게 진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을 반영해 만든 허구의 인물이 바로 그레이엄(Graham)이다.

그레이엄의 모습을 보면 하체는 비교적 인간과 가깝다. 하지만 머리와 목, 상체 둘레 등은 독특한 모습이다. 머리를 옆에서 보면 목이 전혀 없고 코와 귓불도 사라졌다. 이마는 크게 돌출되어 있다. 사고가 나면 첫 충돌에서 상처가 나버리는 부분은 퇴화, 머리 전체를 보호할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또 두개골 단면을 보면 사이에 빈 공간을 두고 뼈가 있는 이중 구조다. 이는 사고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다. 뇌와 두개골 사이에 공간이 있는데 사고가 발생하면 충격을 흡수하고 뇌좌상 등을 발생시키지 않게 진화한 것이다.

얼굴 앞쪽을 대각선 방향에서 보면 얼굴의 주요 부분은 함몰되어 있는 것처럼 되어 있다. 이것 역시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부터 중요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 피부 밑에는 지방이 가득한데 지방은 쿠션 역할을 해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후두부 모습을 보면 내부를 엑스레이로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목이 있어야 할 부위를 뼈가 둘러싸고 있는 것. 두개골을 둘러싼 것이다. 이는 사고가 발생하면 힘이 집중되기 쉬운 목을 아예 없애 버리고 부상 위험을 없애 신경 손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 가슴 부위는 요철처럼 둘러싼 형태다. 이 부분에는 공기가 들어가 있다. 자동차로 따지면 에어백 같은 역할을 해 내부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부상 확률이 높은 부위 가운데 하나는 무릎이다. 이유는 무릎을 구부리는 각도가 한 방향 뿐이어서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은 무릎 관절을 모든 방향으로 구부릴 수 있게 진화했다. 이렇게 하면 보행할 때에도 자동차에 충돌해도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리 정강이 아래를 보면 종아리 부분에 이상한 혹 같은 게 있다. 이는 새로운 관절이다. 이 관절은 큰 근육으로 움직이는데 지렛대 원리를 응용해 큰 힘을 만들고 도약력을 높여 사고를 피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구조는 관절이 구부러져 골절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피부 자체도 강화된 형태로 진화된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내부 구조를 크게 변화시켜 피부 조직을 강하게 만들어 외상을 받기 어렵게 진화한 것이다.
 

이 가상의 인물은 호주 멜버른대학 외과 의사와 사고 조사관, 예술가가 공동으로 만든 작품이다. 한 교통안전 캠페인(Towards Zero) 일환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만일 인간이 사고에 견딜 수 있는 구조라면 어떻겠냐는 역설적인 테마를 바탕으로 사고에 대한 인간의 약점을 알려주고 안전한 교통이 왜 필요한지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상한 것 같은 디자인이지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기도 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